‘쓰라. 그냥 쓰라. 그냥 쓰기만 하라.’
‘쓰라. 그냥 쓰라. 그냥 쓰기만 하라.’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5.10 12: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속의 지식]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중에서

[북데일리]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써지지 않고, 그게 반복되다 보면 도대체 왜 써야하는지 글쓰기에 대해 원초적인 회의까지 들 때가 있다. 이럴 때 시인이자 소설가인 나탈리 골드버그가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한문화. 2000)에서 권하는 글쓰기 방법이 용기를 준다.

“게으름을 물리치고 글쓰기 작업에 들어가는 방법을 만들어 내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이 방법을 찾아 내지 못한다면 설거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또 무엇이든 글을 쓰지 못하게 만드는 핑계를 잡아 수시로 옆길로 새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글을 쓰는 사람은 입을 굳게 다물고 앉아서 쓸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글쓰기 작업은 아주 단순하고, 근본적이며, 엄숙한 일이다. 인간의 마음은 간사해서 고독한 글쓰기에 전념하기보다는, 친구와 멋진 식당에 앉아 인간의 인내심에 대해 토론하거나 글쓰기의 고통을 위로해 줄 상대를 찾아가는 데 마음이 이끌리게 마련이다. (중략)

선가(禪家)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말할 때는 오로지 말 속으로 들어가라, 걸을 때는 걷는 그 자체가 되어라, 죽을 때는 죽음이 되어라.”

그러므로 글을 쓸 때는 쓰기만 하라. 열등감과 자책감으로 중무장한 채 자신을 학대하는 싸움은 하지 말라.“ (p52~p53)

이어 그녀는 예전에 글이 잘 써지지 않았을 때 자신을 달래던 방법을 소개한다.

1. 한동안 글 한 줄도 쓰지 못했던 시절. 친구에게 일주일 후 작품을 보여 주겠다고 약속했다. 친구에게 보여 줄 무언가를 쓰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든 것이다.

2. 아침에 일어나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좋아, 나탈리, 너는 오전 10시 전까지는 마음대로 해. 하지만 10시 이후부터는 반드시 펜을 잡고 있어야만 해.”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을 시간과 공간을 할당하고 제한을 두었다.

3.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도 하지 않은 채, 어떤 누구에게 말을 걸지 않고, 곧장 책상으로 달려가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싫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글을 쓰기 시작해버린 것이다.

4. 일을 마치고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오면 글을 쓴다는 게 정말 귀찮아진다. 집 근처에 맛있는 초코칩 쿠키를 파는 제과점이 있었다. 그곳은 손님이 하루 종일 죽치고 않아 있어도 아무런 눈치를 주지 않는다. 맛있는 초코칩 쿠키에 약한 그녀는 딱 한 시간 동안만 글을 쓰기로 맘먹고 집을 나섰다.

5. 한 달에 노트 한 권 정도는 채우려고 애를 쓴다. 글의 질은 따지지 않고 순전히 양만으로 판단하다. 자신이 쓴 글이 명문이든 쓰레기이든 상관없이 무조건 노트 한 권을 채우는 일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만약 25일이 되었을 때 노트가 다섯 장 밖에 채워져 있지 않다면, 나머지 5일 동안 전력을 다해 노트를 꽉 채우고야 만다.

“우리는 글이 안 써질 때도 무조건 계속해서 글을 써야만 한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죄의식과 두려움,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만 있다면, 어떤 글이든지 쓰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p54)

글쓰기가 힘들고 외로워도 그녀가 말한 대로 ‘쓰자. 그냥 쓰자. 그냥 쓰기만 하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