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글쓰기 훈련]<617>필사-심장에 박힌 가시
[365 글쓰기 훈련]<617>필사-심장에 박힌 가시
  • 임정섭 대표
  • 승인 2013.05.07 0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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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글쓰기 훈련]은 글쓰기 실력을 높이기 위해 매일 하는 글쓰기 연습장입니다. 오늘은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 '나이팅게일과 장미'의 일부입니다. 동화로 나오기도 한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이 장면은 독자의 가슴을 아릿한 아픔으로 물들입니다.

<617> 심장에 박힌 가시

[글쓰기훈련소] 한 학생이 어떤 아가씨를 사랑했다. 청년에게는 사랑을 고백할 빨간 장미가 필요했다. 나이팅게일이 이 이야기를 듣고 도와주기로 했다. 그러나 빨간 장미를 얻기 위한 방법은 참혹했다. 달빛을 받으며 노래로 장미를 만든 후 심장의 피로 하얀 색을 붉게 물들어야 했다. 그러나 사랑의 숭고한 뜻에 고무된 나이팅게일은 소망을 이뤄주기로 했다. 

하늘에서 달이 빛날 때 나이팅게일은 장미나무에게 날아갔다. 이어 노래를 부르며 장미가시에 가슴을 댔다. 날카로운 가시가 가슴을 파고 들었다. 차가운 수정 같은 달이 몸을 굽히고 귀를 기울였다. 가시가 가슴에 점점 더 깊게 박히면서 피가 흘렀다. 나이팅게일은 아픔을 참고 청년과 아가씨의 순수한 사랑을 노래했다. 

이윽고 장미 나무의 맨 꼭대기 가지에 어여쁜 장미 한 송이가 피어나더니 노래가 이어지면서 꽃잎이 하나하나 생겨났다. 새는 가시에 몸을 더 힘껏 눌렀다. 장미에 분홍색이 살짝 피어올랐다. 그러나 장미의 한 가운데는 여전히 흰색이었다. 오로지 나이팅게일의 심장에서 흘러나오는 피만이 그 부분을 진홍빛으로 물들일 수 있었다. 

가시는 몸을 더 파고 들더니 심장을 건드렸다. 날카로운 아픔이 몸을 파고들었다. 나이팅게일의 노래는 점점 격렬해졌다. 죽음으로 완성되는 사랑이라니. 마침내 장미는 석양의 하늘빛처럼 붉은빛이 되었다. 결국 장미꽃은 온몸이 피로 물들었다. 

나이팅게일은 마지막 노래를 뱉어냈다. 목소리는 자츰 약해졌고, 날개는 애처롭게 파닥거렸다. 그 모습을 본 햐얀 달은 새벽이 밝는 줄도 모르고 하늘에 머물렀다. 마침내 장미는 희열에 휩싸여 온몸을 파르르 떨면서 새벽공기에 꽃잎을 활짝 열었다. 나이팅게일은 가슴에 가시가 박힌 채 죽어 풀숲에 누워있었다.

-임정섭 <글쓰기훈련소> 소장, 네이버 카페 <글쓰기훈련소>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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