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쇼크> IT시대 비웃는 이스터 섬 비극
<컬처쇼크> IT시대 비웃는 이스터 섬 비극
  • 김현태 기자
  • 승인 2013.04.08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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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 이슈들....지적인 질문 던지는 <컬처쇼크>,

“만약 비틀스의 존 레논이<아메리칸 아이돌>을 통해 등장했다면 과연 우승할까? 혹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음악적 창의력을 여전히 보유할 수 있을까?”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란 개념과 명칭을 처음 만든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재런 래니어는 이런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북데일리] 신간 <컬처쇼크>(와이즈베리. 2013)는 IT시대의 최전선에 있는 지적인 질문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앞의 질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경설명이 필요하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현재 대중의 입맛에 변이되는 문화 속에 살고 있으며 그로인해 개인의 독창성과 사유가 위축되고 있다.

예컨대 인터넷에서는 흔히, ‘아이스크림 먹기 대회 1위 우승자’와 ‘인도네시아 지진’을 다룬 뉴스가 거의 동급으로 소비된다. 의미와 맥락과 가치가 구분되지 않은 채 같은 기사로 떠오르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이스터 섬 사람들, 즉 폴리네시아 인들은 원래 숲으로 뒤덮인 섬에 정착했다. 숲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야자나무들이 있었다. 섬 사람들은 나무를 베어내 카누를 만들고 땔감 혹은 조각품으로 사용했다. 토양 침식을 막는데도 썼다. 그 결과 숲 전체를 베어내 모든 수종을 절멸시켰다. 그러자 식인 풍습이 전염병처럼 번졌고 주민 90퍼센트가 죽음을 맞이했다.

자, 이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어떻게 한 사회가 전적으로 의존해 살아가던 생존 수단인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내는 재앙과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UCLA학생의 질문)

<컬처쇼크>에는 우리 시대 변화의 핵인 IT와 그 파급효과에 대한 흥미로우면서도 깊이 있는 논제 17가지를 보여준다. 이스터 섬 이야기는 과학의 고전 <총, 균, 쇠>의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쓴'왜 어떤 사회는 재앙적 결정을 내리는가' 파트에 등장한다. 그는 사회 붕괴와 존속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문화요소로서 ‘집단의사결정’에 대해 말한다.

하버드대 의대 교수이자 사회학자인 니컬러스 A. 크리스태키스는 '사회연결망은 눈(目)과 같다'에서 가족관계 사회적 관계, 소셜 미디어 및 인터넷 등 일련의 사회 연결망들을 통해 비만이나, 행복, 금연 같은 추상적인 인간 조건과 정서가 전염될 수 있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밝혀냈다.

독일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발행인이자, 독일을 대표하는 지식인인 프랑크 쉬르마허가 제기한 이슈도 놀랍다. 그는 인터넷 시대의 삶의 변화 양상에 주목한다.

그는 독일 사상가 게르트 기거렌처의 말을 빌려, “현재는 사고 자체가 두뇌를 떠나 인체 밖에 존재하는 플랫폼을 사용하는 시대이며, 그 플랫폼은 인터넷과 클라우드”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시대는 중요한 것이 우리 뇌가 아닌 다른 곳에서 결정되는 시대, 도구가 인간의 생각을 만들어나가는 시대라고 평가한다. 도구가 생각을 만든다. 얼마나 섬뜩한 이야기인가.

IT시대의 인간은 이스터 섬의 비극을 보고 코웃음을 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지가 않다. 거간 목재회사들은 이익을 위해 말레이반도, 보르네오, 솔로몬제도, 수마트라의 숲을 차례로 파괴했다. 지금도 필리핀의 숲을 파괴하고 있다. 아마 훗날 우리 후손은 UCLA학생들과 똑같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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