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위로하는 빛나는 고전
청춘 위로하는 빛나는 고전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3.28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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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사는 모든 한스를 위하여

  [북데일리] <추천> 방황하는 청춘을 위한 지침서,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2013. 문학동네)는 영민한 소년 한스의 짧은 생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한스는 정해진 자리가 아닌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버지와 목사님, 교장 선생님은 신학교 입학을 결정지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스에겐 재능이 있었다. 주변의 높은 기대와 관심이 한스를 짓눌렀지만 단 한 번도 표현할 수 없었다. 그들이 정해준 자리에 자신을 맞춰야만 했다.

 신학교에서 한스는 하일너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한다. 무엇이든 당당하고 자유로운 하일너와 단단한 우정을 키운다. 하지만 제도와 관습에 반하는 행동을 보인 하일너가 징계를 받았을 때 한스는 그를 옹호할 수 없었다. 한스의 마음에는 언제나 아버지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날품팔이꾼이나 하는 짓이야. 너는 모든 공부를 좋아서 자발적으로 하는 게 아니야. 단지 선생님들이나 아버지가 무서워서 하는 거라고. 1등이나 2등이면 뭐해? 나는 20등이지만 성적에 목을 매는 너희 공부벌레들보다 멍청하지 않아.” 95쪽

 하일너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그러나 한스는 혼란스러울 뿐이다. 결국 하일너는 그 틀을 스스로 벗어던졌고 남겨진 한스는 학업에 매진하지만 신경쇠약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이제 그는 마을의 희망이 아니었다. 한스는 기계공의 길을 걷는다. 그는 철저히 혼자였고 어떤 것에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 자연이 주는 평온만이 유일한 행복이었다.

 ‘겨울이 오기 전에 과일주스의 이 향기를 마시는 건 좋은 일이다. 이 향기를 마시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았던 멋지고 좋은 일을 감사한 마음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소리 없이 내리는 5월의 이슬비와 좍좍 쏟아지는 여름비, 서늘한 가을 아침이슬과 봄날의 포근한 햇볕과 여름의 뜨거운 뙤약볕, 하얗게 또는 장밋빛으로 빛나는 꽃들, 수확을 앞둔 잘 익은 과일나무의 적갈색 윤기, 그리고 그 사이사이 한 해가 주는 갖가지 아름다운 일과 즐거운 일들을 말이다.’ 164쪽

 어쩌면 이토록 평범한 것들이 주는 즐거움을 너무 빨리 알게된 게 한스의 불행인지도 모른다. 아등바등하며 살아가는 것들이 허무하게 여겨졌을 테니 말이다. 한스에게 좋은 집과 높은 지위와 명예를 얻기 위한 삶이 아니라 하일너처럼 느끼는 대로 원하는 대로 살아야 하다고 말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누구라도 한스에게 원하는 만큼 낚시를 해도 좋다고, 신학교에 떨어져도 괜챃다는 말을 해줬더라면 그는 그토록 불안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생이라는 자신만의 퍼즐을 잘 맞춰가고 있을 것이다. 아니 퍼즐 한 조각 잃어버렸다고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불안한 청춘을 감싸줄 어른 대신 빛나는 고전만이 수많은 한스를 위로할 뿐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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