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의 봄... 절망 속의 희망
겨울 속의 봄... 절망 속의 희망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3.26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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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엽 "희망을 부르면, 희망은 온다"

“나도 희망한다, 너도 희망하라.”(스페로 스페라: Spero, spera)

<희망의 귀환>(위즈앤비즈. 2013)은 <무지개 원리>의 저자 차동엽 신부가 ‘지금 희망과 작별을 고하려 망설이는 모든 이에게 전하고자’하는 ‘희망 변론’이다. 그는 ‘희망을 부르면, 희망은 내게 온다’며 ‘희망의 귀환은 필연’이라고 전한다.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 속에서 역사의 수레바퀴처럼 돌고 돌아 어김없이 귀환한다는 것. ‘희망에서 절망으로, 절망에서 새희망으로, 새희망에서 새절망으로, 새절망에서 새새희망으로….’

책은 '포옹하라, 춤추라, 심기일전하라, 즐겨라'는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매 주제가 끝날 때 마다 우리 앞에 직면한 고민과 아픔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저자가 들려주는 그만의 사유도 인상적이다. 요즈음 우리의 마음 지형은 어떤가.

“2030세대는 너무 일찍 비정한 경쟁사회의 ‘쓴맛’을 알아버렸고, 40세대는 제대로 용 한번 써보기도 전에 ‘피로 및 노쇠’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고, 5060세대는 떠밀리듯 인생 메이저리그와의 결별 고민에 불쑥불쑥 ‘황망’에 빠지곤 하는 것이 오늘 우리 사회의 자화상임에는 틀림없다.” (p19)

하지만 그는 계절적으로 어느 새 봄이 우리 옆에 와 있는 것처럼, 우리도 이제 기지개를 켜고 우리 안에 존재하는 ‘희망본능’을 깨우자고 권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의 이유 대신에 희망의 이유를 찾자며, 20년 간 감옥생활에서 ‘희망놀이’로 살아남은 성공회대 신영복 석좌교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교도소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보도가 안 되지만요. […] 제가 무기징역 받고 추운 독방에 앉아 있을 때, 왜 자살하지 않나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심각하게 고민했었죠.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거든요.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 햇빛 때문에 안 죽었어요. 그때 있었던 방이 북서향인데, 2시간쯤 햇빛이 들어와요. 가장 햇빛이 클 때가 신문지 펼쳤을 때 정도구요. 햇빛을 무릎에 올려놓고 앉아 있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내일 햇빛을 기다리고 싶어 안 죽었어요.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비록 20년의 감옥이 삶 속에 있지만 결코 손해는 아니다. 태어나지 않은 것과 비교한다면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p28)

2시간쯤 들어오는 무릎 면적의 햇빛! 희망을 모르는 이에게는 죽음의 이유가 되고도 남는 지독스런 결핍이지만, 희망을 아는 이에게는 살아야 할 이유가 되는 충분한 명분이라는 것. 프랑스의 소설가 콜레트의 말처럼, "희망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새로울 것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간 우리는 희망 앞에서 얼마나 주저하며 뒤돌아섰던가.

어차피 ‘희망과 절망의 합은 100‘이라고 한다. 희망이 90일 때 절망은 10일 뿐. 저자는 ‘힘들게 절망을 없애려 하지 말고 자꾸 희망을 가지고 그것을 붙잡을 일이다. 이루어지든지 말든지 계속 좋은 것을 상상하고 연거푸 희망을 품는 것이 절망을 몰아내는 상책’이라고 말한다. 비교를 통한 ‘부추겨진 절망’, ‘만들어진 절망’에 속지 말고 우리 앞에 무한히 펼쳐져 있는 희망을 잡을 일이다.

“모든 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지만 나에게는 손이 모자라는군요.”

절망에 빠진 인도인들에게 용기를 준 간디의 말이다. 저자도 이런 심정으로 이 책을 집필했으며, 희망에 관한 지혜라면 발품을 팔아서라도 수집했다고 전한다. 종교인임에도 책에는 종교적인 색채를 거의 드러내지 않고 있어 일반인들이 읽기에도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빈센트 반 고흐, 괴테, 롱펠로, 버트런드 러셀, 모차르트 등 동서양의 다양한 인물들이 들려주는 희망에 대한 경구들도 풍성하게 준비되어 있다. 그가 준비한 ‘희망향연의 식탁’에 둘러앉아 맘껏 그의 위로를 즐기고 그 힘으로 다시 한 번 일어나 보자. <이방인>의 작가 카뮈도 말했다.

“겨울은 언제나 봄 속에서 끝난다.” (p21)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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