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메모] 글쓰기에서의 미세한 결함 '사족'
[글쓰기 메모] 글쓰기에서의 미세한 결함 '사족'
  • 임정섭 기자
  • 승인 2013.03.15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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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초나라 시대 이야기다. 어떤 집에 제사가 끝난 뒤 주인은 남은 술을 하인들에게 주었다. 그런데 사람 수에 비해 술이 모자랐다. 이때 누군가가 뱀 그리기 시합을 한 뒤 먼저 끝낸 사람에게 술을 다 주자고 의견을 냈다. 한 하인이 재빨리 뱀을 그린 뒤 술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술병을 가로채며 말했다.

“당신이 그린 뱀에는 다리가 있습니다. 그러하니 어찌 뱀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그린 뱀이 진짜 뱀 그림이오.”

사족에 얽힌 고사성어다. 사족은 군더더기 혹은 쓸데없이 더하는 일을 가리킨다. 요즘엔 글쓰기에 많이 쓰인다. 자, 이 표현을 보자. 

[소설가 김애란은 이 시대 젊은 작가의 중요한 상징이다. 2005년 한국일보 문학상을 최연소로 수상하며 얻은 ‘문단의 샛별’, ‘무서운 아이’라는 별칭은 이제 옛말이 됐다.]

첫 문장에 사족이 있다. 바로 ‘중요한’이다. 글쓴이는 상징 앞에 ‘중요한’이란 수식어를 넣어 당사자의 위상을 강조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그 말이 그 의도를 훼손했다. 뺌으로써 더 중요해진다. 즉 김애란은 젊은 작가의 상징인 것이다. 상징이 여럿이면 이미 상징이 아니다. 아마추어 글쓰기의 특징 중 하나는 사족이 많다는 사실이다. -임정섭 <글쓰기훈련소> 대표. 네이버 카페 <글쓰기훈련소> 매니저. <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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