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간 500여건...책 이벤트의 달인
일년간 500여건...책 이벤트의 달인
  • 북데일리
  • 승인 2007.02.23 1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의 달인] ④이벤트의 달인 - 온라인서점 YES24 도서1팀 이지영 대리

※ `책의 달인`은 책과 관련 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 중 우리시대 모범이 될 `장인`을 소개하는 시리즈입니다. - 편집자 주

[북데일리] 바야흐로 이벤트 과잉 시대다. 신간도서에 경품이 옵션처럼 따라붙는 상황. 뭐라도 껴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벤트를 진행하는 출판사가 늘고 있다.

울상을 짓는 이는 또 있다. 이벤트를 담당하는 온라인서점 MD들이다. 과중된 업무 때문만은 아니다. 수가 늘어나고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고객의 눈도 높아졌다. 호응을 이끌어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YES24에서 문학 분야를 맡고 있는 이지영(32) 대리는 행복한 사람이다. 경력 6년차인 그녀는 그간 다수의 이벤트를 통해 두각을 나타냈다.

대표적으로 작년 여름 실시한 ‘지리산 문학캠프’를 들 수 있다. ‘네티즌 추천 한국의 대표작가 - 노벨문학상 후보를 추천하세요’의 후속으로 마련한 행사다. 2004년에서 2006년까지 ‘차세대 노벨문학상 후보’ 1위로 뽑힌 작가들(김훈(1회), 공지영(2회), 신경숙(3회))과 독자들의 만남을 주선했다.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투표 참여 인원만 무려 5만 여명. 1000:1에 육박한 경쟁률을 뚫은 독자 50명만이 2박 3일 캠프 참여의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온라인서점에서 진행한 오프라인 행사라는 점, 매출과 별개로 진행된 이벤트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작가들을 한 자리에 모으기까지 들인 공력도 만만치 않았을 터. 고생을 사서 한 연유는 무엇일까.

“온라인 쪽은 오프라인에 대한 목마름이 있어요. 독자를 직접 만나는 것에 대한 갈망이죠.”

힘은 들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단다.

단지 독자 호응만으로 성공여부를 논하는 건 아니다. 이벤트는 문화지원의 역할까지 겸했다. 차세대 노벨문학상 후보로 선정된 작가의 작품은 한국문학번역원에 번역 지원을 청탁했다. 이미 영역본이 나와 있으면 구입해 세계 도서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의미와 성과,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이벤트인 셈이다.

“총괄하는 팀장님은 따로 계셨어요. 팀원 모두가 하나가 돼서 움직였기에 가능했던 행사죠.”

이 대리는 달인이란 칭호를 정중히 거절했다. 혼자 힘으로 이뤄낸 결과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진정한 달인의 면모는 지금부터 확인할 수 있다.

일단 그녀는 일주일에 적게는 10개, 많게는 20개의 이벤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다. 1년으로 계산하면 대략 500여 건. 이벤트와 동거동락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양’으로는 달인 인정, 다음은 ‘질’을 살펴볼 차례다.

작년 여름, 이 대리는 색다른 기획안을 내놓았다. 이른바 ‘독자가 권하는 숨어있는 좋은 책’. 그간 이벤트는 MD가 추천하는 책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녀는 발상을 과감히 전환, 독자에게 권한을 양도했다. 독자서평이 많이 달리고, 평점이 좋은 도서를 선정해 별도의 판매페이지를 구성한 것.

판매량이 저조한 책, 구간이 다수를 차지했지만 예상외의 수확을 거뒀다. 이벤트 도서 대부분이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새롭게 진입하는 쾌거를 올렸다. 기존의 틀을 깬 기획력이 빛을 발한 결과라 하겠다.

아직 끝이 아니다. 작년 겨울에는 그녀가 준비한 이벤트가 매출 신장에 톡톡히 기여했다. 문학 분야 베스트셀러 중 10권을 골라서, 해당 도서를 구매하는 독자에게 책갈피가 들어있는 카드를 선물했다. 덕분에 평소 판매부수보다 1.5배에서 2배가 늘어났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사은품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성공의 비결은 ‘역지사지’(易地思之)에 있었다.

“나라면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을까, 어떤 이벤트에 눈길이 갈까 먼저 고민해 봐요.”

독자가 관심을 갖는 요소들을 캐치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책 외에도 영화, 드라마를 두루 섭렵한다. 최근 시작한 ‘드라마 선호타입별 소설추천’ 이벤트는 이러한 노력의 산물 중 하나다.

가장 큰 공은 역시 책에 기울인다. 일주일에 30여권의 신간이 물밀듯 들어오지만 한 권도 빠짐없이 훑어본다.

“단 몇 페이지라도 반드시 읽어요. 혹 좋은 책을 그냥 넘겨버릴까, 하는 염려에서죠.”

농담 삼아 “나는 장사꾼이다”라고 말한다는 이지영 대리. 이벤트에 있어 판매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돈보다는 책의 향기를 불어넣고 싶단다. 지금의 노력이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싶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