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들여다 보면 행복이 보인다
나를 들여다 보면 행복이 보인다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3.14 0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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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존재방식 바꿔야 행복"

“인간이 행복을 누리게 하려면 더 좋은 세계로 그들을 옮기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며, 반드시 그들을 송두리째 바꿔 지금의 인간이 아닌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야 한다.”

[북데일리] 인간의 인식구조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 인간의 존재방식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환경만 바꾸어서는 인간은 행복할 수 없음을 강조한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진짜 나로 살 때 행복하다>(소울메이트. 2013)는 철학박사 박은미가 들려주는 ‘일상의 문제에 철학적 성찰력을 적용해 얻은 생각의 결과물‘이다.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인상적인 소제목은 ‘자신의 가치에 대해 의심하지 마라’, ‘자기를 괴롭히는 생각의 습관을 버려라’, ‘자신의 상처를 끌어 안아라’, ‘나를 들고 다니지 말고 나를 놓아주라’,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라’,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가 있다.

“인간은 불평거리를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남들이 보기에는 좋은 일만 가득한 것 같아도 그 중에 덜 좋은 일을 두고 불평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중략)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는 인간이 고도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은 그만큼 고통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강아지는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라는 식으로 고통을 느끼지는 않지만, 자의식을 가진 인간은 그러한 고통을 느낀다. 그런 측면에서 인간은 불행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p38)

인간은 자신이 겪는 일 중 가장 덜 좋은 일을 불행으로 규정하면서 불행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 알다시피, 재벌이나 유명인, 인기 있는 연예인도 각자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간다. 그 이유가 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 누구나 똑같이 문제에 시달리며 살아간다는 의미다. 모두에게 인생이 힘겹다는 점은 공평한 것 같다.

이성미나 이경실, 이홍렬 등 잘 웃기는 개그맨이나 코미디언들에게도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들은 아주 비극적인 경험을 하나씩 겪었다는 것이다.

“희극인 중에 비극적인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고 본다. 비극적인 경험을 한 사람들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거리두기를 할 수 있다. 비극적인 경험을 했었기에 인생 자체가 한 편의 연극이나 코미디 같이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의 이 현실이 그저 한판 푸닥거리에 지나지 않을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공고한 것 같은 현실이 담배 연기보다 허무하게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p151)

상처가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 경우다. ‘Tears in Heaven'이란 곡으로 유명한 에릭 클랩튼도 아들을 잃은 상처를 승화시켜 쓴 이 곡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상처를 끌어안은 사람은 상처를 통해 인생의 깊이를 더하지만,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지 않고 거부하거나 부인하는 사람은 평생 그 상처로 시달리게 된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어떤 상처가 있는지, 어느 부분에서 예민하게 구는지를 잘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어, 저자는 자신의 단점도 볼 수 있는 용기를 갖자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건강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자신의 단점을 무시하지 않는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함께 볼 용기가 있는 것이다. (중략) 건강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수용해 장점은 유지하고 단점은 극복하려 노력하지만, 그러한 단점을 가진 자기를 혐오하지 않는다.” (p84)

하지만 ‘분명히 내 마음인데 그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가 들려주는 답은 이렇다.

“내 마음의 변화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마음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그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녹록치 않아 많이들 마음을 무시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마음에 끄달려가게 된다. 마음은 의식 차원의 심리로만 움직이지도 않기 때문에, 즉 마음에는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 차원의 움직임까지 있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의 움직임을 느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p294~p295)

이때 자신의 마음을 알고 가누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으로 그녀는 인간이 처한 실존적 조건을 수용하는 것, 즉 ‘살아 간다’가 곧 ‘죽어간다’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더불어 이 ‘죽어가는 과정인 인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스스로에게 끈질기게 물어야 한다고 전한다. 그래야 자신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답을 얻어가는 과정으로서의 인생을 살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책을 통해 인간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심리학 못지않게 철학도 중요함을 깨닫게 됐다. 철학이 일상의 삶과 분리된 학문이 아니라, 삶의 구체적인 문제들을 풀어나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도 알았다. 철학적인 성찰력을 통해 ‘판단력을 길러 문제들을 잘 풀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 덕분이리라.

책의 부제가 ‘자기 자신과의 화해를 위한 철학 카운슬링’이라고 하여 다소 어렵겠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아 쉽고 술술 읽힌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다 당연하고 옳은 말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을 조목 조목 쉽게 설명해 주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힘들 때 맘을 다독여주는 심리치유 에세이처럼 가까이 두고 읽기에 좋은 책이다. 끝으로, 그녀가 들려주는 아일랜드의 전통적인 작별인사를 전한다.

“별들이 그대의 앞길을 비추어
그대가 내면의 길을 찾게 되기를!”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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