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이재용
24. 이재용
  • 북데일리
  • 승인 2007.02.2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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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범우사. 1999)

[북데일리] 아나운서 이재용에게 없는 것 몇 가지. 첫째, 거침이 없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곧이곧대로 전한다. 인터뷰 내내 쏟아지는 솔직한 발언에 도리어 기자가 당황했을 정도다. 둘째, 꾸밈이 없다. 이미지가 중시되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티셔츠와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셋째, 권위의식이 없다. 그는 소탈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시청자와의 거리를 좁혔다.

“아나운서가 간혹 차갑게 보이는 이유가 가슴보다 머리로 느껴서 그래요. 자신은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니까 안타까운 사연에도 안됐다, 하고 마는 거죠. 그러면 진정성이 떨어지는 방송이 될 수밖에 없어요.”

직접체험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는 신인 시절에 새벽 인력시장, 어시장 경매현장을 곧잘 찾았다고 한다. 팔딱이는 정보, 살아있는 이야기를 채집하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의 삶, 그 자체에 모든 지식이 들어있어요. 책에서도 얻을 수 없는 알짜배기들이죠.”

본인의 이야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재용은 독서광은 아니다. 안보다는 밖에서, 책보다는 사람들을 통해 실력을 쌓고 지식을 구해왔다. 그에게 있어 책은 경험을 유도하는 매개체다. 내용에서 자극을 받으면 곧바로 실천에 옮긴다.

<무소유>(범우사. 1999>를 읽고는 짐을 모두 벗어 던졌다. 물론 마음 속 짐이다.

“법정 스님이 난초에 대한 집착을 버리니까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소유욕을 떨쳐냈죠. 신기하게 편해지대.”

생각을 바꾸자 책에서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흙길을 밟는 기분으로 끝까지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자연과 하나 되는 독서라니 ‘웰빙’이 따로 없는 셈. 독자에게 <무소유>를 권하는 이유다.

“사실 책 추천이 좋을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책을 추천한 직후 이재용은 이 같은 고백을 털어놓았다. 앞뒤가 어긋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엔 납득할만한 설명이 이어졌다.

“얼마 전에 우리 애가 ‘감자’를 보고 있더라고요. 무슨 내용인지 아냐고 물었더니 모른대. 학교에서 시켜서 그냥 읽는다고 하더라고. 강제로 집어 든 책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권장도서, 그런 거 안 했으면 좋겠어요.”

천편일률적인 청소년 필독서 목록이 불만이었던 것. 각각의 개성을 무시한 채 이루어지는 강요는 도리어 책과 아이들을 멀게 만든단다.

그 역시 학창시절에는 몰랐던 <메밀꽃 필 무렵>의 매력을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나이가 들고 시야가 넓어지자 당시엔 놓쳤던 부분들을 발견하게 되더란다.

“세계명작동화나 고전은 오히려 어른들이 읽어야 해요.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계기도 되고, 마음도 예뻐지고. 아, 이거 멋있는 말인데? 어른들이 명작동화를 읽어야 한다... (웃음)”

자화자찬이 머쓱했는지 이재용은 이내 다른 사람에 대한 칭찬으로 말을 돌렸다. 바로 소설가 조정래였다. 일주일에 한 권을 간신히 독파하는 그가 <태백산맥> 10권은 이틀 만에 해치웠기 때문이다.

“흡입력이 대단해요. 어쩜 그렇게 쓸 수 있죠?”

집필의 어려움을 몸소 겪고 난 후에는 존경심까지 우러나왔단다. 이재용은 최근 자기계발서 <먹고 살자고 하는 짓>(크레듀. 2006)을 출간했다. 처음 하는 도전이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방대한 독서량을 자랑하는 책벌레들은 경탄의 대상이다. 하지만 책을 징검다리 삼아 현장으로 뛰어드는 이재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독자다. 비록 양은 적을지언정 질에 있어서는 열 독서광 안 부럽지 싶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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