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고통의 먹구름 만났을 때
상처와 고통의 먹구름 만났을 때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3.08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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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원작소설

 

 “인생은 영화가 아니에요, 팻. 당신 인생도 영화가 아니고요. 당신은 이글스 팬이에요. 그렇게 수많은 NFL 시즌을 치르면서도 슈퍼볼에 나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현실은 초라하게 끝날 때가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365쪽

 [북데일리]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3. 지식의 숲)의 주인공 팻의 담당의사 클리프의 말이다. 소설의 주인공 팻은 인생을 자신이 해피엔딩으로 만들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하면 헤어진 니키와 행복하게 살 거라 믿는다.

팻은 아내의 외도를 직접 목격한 후 아내와 집, 직장을 모두 잃었다. 기억을 잃고 4년 동안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부모님 집으로 돌아왔다. 운동과 달리기를 열심히 하고 니키가 좋아하는 책들을 읽으며 재결합을 꿈꾼다. 하지만 어디에도 니키에 대한 흔적은 없다. 가족들은 그에게 진실을 털어놓지 못한다. 팻이 받을 충격 때문이다. 과연 팻이 잃은 기억은 무엇일까?

그런 팻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난다. 경찰이었던 남편이 사고로 죽자 슬픔을 달래기 위해 남자들과 방탕한 생활에 빠져 직장을 잃은 티파니다. 그녀는 달리기를 할 때마다 나타나 팻을 귀찮게 만든다. 그러다 티파니는 팻에게 니키와 연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팻이 니키에게 편지를 쓰면 티파니가 중간에서 연결을 해주겠다며 함께 댄스 대회에 나갈 것을 제안한다.

팻은 좋아하는 미식축구도 달리기도 멀리 하고 무조건 티파니와 함께 춤을 춘다. 경연 대회가 끝나면 니키와 만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가족과 친구들, 상담 의사 클리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하지만 티파니의 말은 거짓이었다. 편지는 모두 티파니가 쓴 것이었고 팻과 니키는 4년 전 사건이 일어나고 이혼을 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팻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기억을 잃은 것이다. 티파니가 팻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꾸민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처를 알기에 티파니는 팻이 현실을 직시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티파니가 팻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재혼한 니키의 모습을 확인한 팻은 조금씩 현실을 인정하고 티파니의 사랑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같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겨울 먹구름이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었지만, 티파니는 끝까지 기다리다 보면 구름이 제각각 흩어질 테고 그때 내 《천체 관측자의 구름 도표》로 각각의 구름을 알아보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언 땅에 누운 채로 오래도록 기다렸지만 하늘에는 두꺼운 회색 두루마리만 보였고, 내 구름 도표는 그런 구름을 비층 구름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오랜 시간 계속 비나 눈을 내리는 검은 회색의 두꺼운 구름.” ’ 403쪽

단순한 연애와 사랑 이야기가 아닌 상처와 고통이라는 구름을 만났을 때 어떻게 견뎌내야 하는지 알려주는 소설이다. 실버라이닝(구름의 가장자리에서 퍼져 나오는 빛)이란 제목처럼 우리의 사랑과 생에 구름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팻과 티파니가 그랬던 것처럼 구름 뒤에 빛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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