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 문학계에 불고 있는 '김애란 신드롬'은 뜨거웠다. 소설가 김애란이 9일 청강문화산업대학에서 문학을 노래하는 '북밴'(Book-band)과 함께 북 콘서트 행사에 참여, 100여 명의 대학생 독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김애란은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동기생 고재귀씨와 10년 열애 끝에 결혼, 다시 한번 화제를 뿌렸다. 이와 관련 그녀는 소설을 쓰게 된 동기를 연애와 결부시키면서 특유의 솔직한 입담으로 풀어냈다. "22살에 만난 오빠(남편)가 글 쓰는 애란이가 좋다, 글 안 쓰는 애란이는 매력없다, 글 잘 써서 사귀는거'이라고 했어요. 좋아하는 사내한테 잘 보이고 싶은 허영이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작가와의 대화 중, 한 남학생이 남편과의 공동작업(희곡)을 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김애란은 대학생들에게 쉽게 와닿을 수 있는 절묘한 비유를 곁들여 답을 내놨다. 그녀는 "희곡이 잘생기고 근사하지만 어려워서 사귀자고 말 못하는 동경하는 대학 선배라면, 소설은 말이 잘 통해서 친구로 지냈는데 어쩌다가 CC(캠퍼스 커플)가 된 대학 동기 같은 느낌"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애란의 재치에 학생들 사이에서 감탄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두근두근 내 인생>의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책은 남들보다 빨리 늙는 조로증에 걸린 열일곱살 소년 한아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애란은 "작년에 1년동안 계간지에 연재했던 소설이다. 보통 작가한테 상상력은 마감이라고 하는데 연재 기회가 있어서 완성할 수 있었다. 중간에 펑크내고 이민이나 갈까 생각한 적 있지만 마무리를 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김애란은 이어 "감당할 수 없는 소재들이 많았다. 제가 나이를 많이 먹은 것도 아니고 결혼을 한 것도, 아이를 낳아본 것도 아니어서 막막했다. 그래서 열심히 상상했다. 그럼에도 끝끝내 알지 못했거나 만지지 못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며 "소재를 정하고 나서도 조심스러워 많이 뒤척였다. 처음부터 이 아이를 사랑해야지 하고 다가간 게 아니라 주저하다가 만나게 된 인물이라 더 고맙다"고 작품 속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김애란은 대학생들에게 "너무 빤해서 시시하게 들리겠지만 책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물론 저도 세상에 궁금한 게 너무나 많은데 왜 책을 봐야 하는지 모를 때가 있었다. 하지만 성공해야만 기분이 좋아지는 게임과 달리 문학은 거기 있는 인물들이 실패해도 독자는 도박에서 모두 잃었지만 뭔가 딴 거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또 불안하고 흔들릴 때 자책하지 말고 나의 두려움은 나의 진지함이라고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북 콘서트에서 문학밴드 '북밴'이 김애란의 소설 <달려라, 아비>와 <두근두근 내 인생>을 노래로 만들어 불러 학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김애란은 북밴의 '달려라, 아비'를 듣고 "제가 쓴 소설보다 더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다. 특히 '시작을 묻지 않는 파도'라는 문장을 훔치고 싶다. 악보를 봤는데 코드가 수학기호처럼 아름답다. 내가 뭘 했다고 이런 지복을 누리나 싶다. 소설가가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화답했다. 현재 김애란은 결혼식 후 신혼여행도 미룬 채 내년초 출간될 새 단편집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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