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추억 절절했던 북콘서트
아련한 추억 절절했던 북콘서트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2.28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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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과 북밴, 신세계 백화점 북콘서트

[북데일리]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정겨운 고향 마을 이야기로 북콘서트장을 찾았다.

지난 27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문화홀에서는 책을 노래하는 밴드 ‘북밴’과 함께 풍성한 책 한마당이 펼쳐졌다. 사회는 '형사 가제트', '맥가이버'로 유명한 성우 배한성이 맡았다.

책 속의 무대는 섬진강변 진메마을. 산자락, 논과 밭 앞에 시냇물이 흐르는 전형적인 시골이다. 한 때는 35가구가 살았는데, 지금은 10가구 정도가 될 정도로 쇠락했다. 책은 그 마을의 30년, 40년 이야기를 자세히 기록한 것이다.

"사람들이 같이 일하고 같이 놀았던 이야기, 그들이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공동체적인 삶을 살았는가, 어떻게 하루하루를 자연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며 살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한 마을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떻게 쇠락해 가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까지 세계적으로 없을 것이다.”

그가 근무했던 진메 마을 덕지초등학교 앞에는 여전히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사회자는 그 사진을 배경으로, 마을의 한 정취를 전해주는 시 ‘청산’을 낭송했다. 이 대목에서 성우 배한성씨는 특유의 유머스런 입담으로 재치있게 시를 낭송해 관객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순창 양반 해맑은 / 얼굴이 길고 / 검은 수염도 길었다 / 한복에 조끼 입고 / 뜨거운 햇볕 속 땅 꺼질까봐 / 가만가만 걸어 정자나무에 왔다. / 사람들 다 자도 / 혼자 양반다리로 / 반듯하게 앉아 / 고요한 여름 한낮 / 강과 높이 솟은 산을 바라보며 / 조용조용 시조하신다. / 청사아아아아아안이이이이이이 이 이 이 이 / 높고 낮은 앞산 골골 굽이굽이 강굽이 이 논 저 밭 다 더듬으며 / 계속 청사아아아아아안이이이이이이 이 이 이 이...... 하신다. / 내가 듣고 있다가 / 할아버지 왜 계속 청산만 하세요? 그러면 쳐다보지도 않고 / 시끄럽다 이놈아! (중략)” (p117~p118, <살구꽃이 피는 마을>중에서)

이어진 순서는 미니 강연이었다. 그는 20분 정도 관객들 바로 앞으로 자리를 옮겨 오랫동안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자연과 교감을 이루며 살았던 풍경을 들려줬다. 마치 시간을 여행하 듯 어린시절 동네 꼬마가 된 관객들은 시인 김용택과 함께 추억을 떠올렸다. 떠올릴수록 애잔한 마음. 어려워도 행복했던 그 시절은 역시 나를 웃음짓게 하는 바로 그것이었다. 

김용택은 말한다.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정작 아이들은 그걸 모른다. 그저 아이들은  늘 신나고 재미있었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행복을 앗아 간 채, 밤새 정답만 외게 하다가는 결국 우리사회가 그 폐해를 되돌려 받을 것이다.'는 메세지를 남겼다.

 

한 중년 여성은 "시상을 떠올릴 때는 언제인지, 자연을 보면서 시상을 어떻게 떠올리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시인은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 그런데 바쁘다. 남산에 어마어마하게 아름다운 산벚꽃이 많이 피는 데도 서울 사람들은 그걸 보지 않더라. 한가하게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삶이 모아져서 어느 날 시가 나를 찾아오면 덤벼들어서 시를 쓴다”고 전했다.

이때 사회자가 소설쓰기 보다 시 쓰기가 어려운 거 같다고 하자, 시인은 “어머니가 얘기하는 걸 받아쓰면 그게 시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가 바로 시인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다.

이날 북콘서트에서는 북밴이 들려주는 <살구꽃 피는 마을>이라는 노래를 통해 관객은 한 층 더 책과 더 가까이 호흡할 수 있었다. 북밴의 노래와 가사는 이미 문학작품이었다. 김용택 시인 또한 살구꽃 피는 마을 가사를 연신 바라보았다.

"비록 가난하고 삶이 누추해도 섬진강가의 달빛은 찬란하더라"

                                                                 - <살구꽃이 피는 마을> 북밴 노래가사 중에서

현재 시인은 찾아오는 기행팀들을 위해 현재 살고 있는 집 둘레에 학교를 짓고 있다. 고은 선생께서 ‘김용택의 작은학교’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원을 받아 설계 중이라고 전했다. 4월 말경에는 그의 시집이 한 권 더 나올 예정.

이날 한 관객은 “옛날 시골서 우리가 놀았던 모습이 많이 생각나고, 그 추억을 다시한번 생각나게 해서 가슴 뭉클했다”고 말했다. 특히 옛날 누나가 시집갈 때 매형과 함께 논둑위로 사라져가던 누님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눈가가 촉촉해진 관객도 있었다. 또다른 관객은 "집이 부산인데 지금은 서울 사는 딸한테 와 있다"며 “어려서는 시골서 살았는데 지금은 너무 삭막하게 살고있다. (북콘서트를 보고) 마음이 안정되고 좀 편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감동 이상의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내는 북밴 북콘서트의 힘은 오늘도 이어져 갔다.

 공연문의 02-323-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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