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팔고 시간을 산다?
기억을 팔고 시간을 산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2.26 2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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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기억하는 행복이 진짜 행복

 [북데일리] 행복한 기억을 팔고 시간을 산다? 기발한 발상은 제 13회 문학동네어린이 문학상 수상작인 <시간 가계>(2013. 문학동네)에 나오는 이야기다. 동화의 주인공 윤아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아빠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엄마는 보험을 한다. 엄마는 윤아 공부를 위해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했고 밤 늦도록 일을 한다. 엄마를 위해 윤아는 1등을 하고 싶다. 하지만 언제나 1등은 수영이다. 어느 날 윤아는 시간을 판다는 가게를 만난다.

 “이 시계가 이 세상에서 오직 너만 쓸 수 있는 십 분을 만들어줄 거다.” “죄송한데요, 저는 돈이 없어요…….”

 “네가 진심으로 행복했던 때의 기억을 주면 된단다.”  “겨우 그거예요?” 16~17쪽

 윤아는 과거의 기억을 팔고 시간을 살 수 있다는 시계를 산다. 하루에 한 번 기억을 팔고 10분의 시간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중간고사가 있는 날 윤아는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시계를 돌려놓는다. 모두에게 멈춰진 시간, 수영의 답을 베끼고 1등을 한다. 수학 경시 대회에서도 전교 1등의 기억을 떠올린다. 한데 시계가 돌아가지 않았다. 시계를 고치러 찾아간 가계에서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머리로 만들어 낸 행복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이어야지. 행복은 억지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란다.” 99쪽

 이제 시간을 사려면 두 개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 시간만 살 수 있다면 몇 개의 기억이든 상관없다. 또다시 영어 인증 시험에서 대학생 오빠의 시험지를 보고 최고 점수를 받는다. 이상하게 윤아는 즐겁지가 않다. 기억이 엉망이기 때문이다. 함께 했던 시간과 기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시간만 사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내 과거도 현재도 엉망이 되어 버렸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엄마 말처럼 미래에 해복해질 수 있을까. 만약에 그렇다 해도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150쪽

 윤아는 할아버지를 찾아가 시간 대신 기억을 산다. 자신의 시간을 팔고 행복한 기억을 사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기억은 윤아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윤아의 몸과 마음이 기억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5학년에게 행복한 시간은 어떤 것일까. 열두 살 소녀답게 연예인을 좋아하거나 외모를 치장하고 그래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윤아처럼 1등을 목표로 달린다. 10분도 아쉬워서 맘껏 놀지 못하고 학원 시간에 늦을까 초초하다. 정말 서글픈 현실이다. 무엇이 아이들에게 진정한 행복인지 묻는다. 그러므로 어른들이 읽어야 할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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