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처럼 산뜻하고 가벼운 여행이야기
풍선처럼 산뜻하고 가벼운 여행이야기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2.22 0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시다 슈이치의 여행 작품집 <하늘 모험>

[북데일리] 일상에 지친 당신, ‘여행’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 떨리지 않는가.

작년 이맘때 요시다 슈이치의 여행 작품집 <하늘 모험>(은행나무. 2012)이 출간됐다. 그가 1년 만에 두 번째 여행집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은행나무. 2013)로 돌아왔다. 책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기내 잡지에 연재했던 단편소설과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여행이라는 큰 주제로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과 여행지에서의 소소한 즐거움을 들려준다. 그것은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을 되살리는 여행이기도 하고, 도시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는 젊은 아들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기도 하며, 낯선 나라에서 찾아간 작은 카페에서의 경험이기도 하다. 즉, 작가는 ‘떠남과 남겨짐, 또 다른 출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와 인연, 낯선 곳이 주는 생경함과 신선함’ 등을 다채롭게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글이 분량이 아주 짧고 내용도 가벼워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을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치카’. 처음 혼자 가는 해외여행이라 기내에서 한숨도 못잘 정도로 불안하다. 공항으로 마중 나온 친구들을 만나자 일생일대의 나홀로 해외여행도 무사히 끝났다며 안도한다. 하지만 며칠 동안 함께하던 친구들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자, 꼭 가보고 싶었던 바닷가 마을에 혼자 가기로 결정한다.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친구 결혼식 때문에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여행 할 결심을 했다. 신기하게도 무섭지는 않았다.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이제 버스 발판에 한 발 올렸을 뿐이지만, 앞으로 나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p193, '베스트 프렌드의 결혼식' 중에서) 소심했던 여성이 여행을 통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슬로의 교외에 있는 카페에 무심히 들러 창가 테이블 석에 앉아 카푸치노를 마시며 그가 보는 풍경을 따라가 보자. 가게 안에는 피아노곡이 흐르고, 옆 테이블에는 노부부가 앉아 있다. 그들은 별 얘기도 없이 거리를 내다보고 있다. 카운터에 앉아 있는 게이 커플 발치에는 커다란 골든 레트리버가 뒹굴고 있다가, 커다랗게 하품을 한다. 잠시 후 예닐곱 살 정도 된 남자아이 둘이 축구공을 가지고 뛰어 들어와 오렌지 주스를 주문해 마시고는 가게를 나간다.

“컵에 남은 카푸치노를 마시면서 또 바깥 도로를 내다보았다. 교외의 작은 카페에 들러 무엇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평범하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여행지에서 발견하는 평범함은 어째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p105, '오슬로' 중에서)

완벽한 결말이 없는 몇몇 글들은 독자들의 상상으로 완성해도 무리가 없을 듯 싶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그가 전해주는 여행지로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어 몸이 근질 근질 할지도 모른다. 더불어, 너무 평범해서 지나쳤던 일상들, 사람과의 관계나 추억들을 저자처럼 글로 남기로 싶다는 욕구도 강하게 들 것이다. 그와 함께 즐거운 여행을 떠나보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