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조윤범 '음악과 재담'
클래식 조윤범 '음악과 재담'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3.02.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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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상’이라는 오케스트라 단원"

“열정이 행복을 만든다.”

[북데일리] ‘클래식계의 괴물’이라 불리는 조윤범이 <나는 왜 감동하는가>(문학동네. 2013)에서 들려주는 버트런드 러셀의 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진짜 ‘감동’이란 무언가에 의해 ‘감동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감동하는’ 것이며, 능동적으로 ‘쟁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말이다.

그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이며, CBS FM 음악방송의 DJ로도 활동하고 있다. 책에서는 클래식에 대한 소소한 재미와 더불어 다양한 감동에 관해 이야기한다. ‘연주자의 삶’을 사는 자기 자신과 ‘무대 밖의 예술가들‘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많은 악기가 바이올린이다.(중략) 그 안에서도 연주자들이 좋아하는 명당이 따로 있고, 연주자가 싫어하는 자리도 있다. (중략) 실제로 바이올린 주자에게 가장 좋은 자리는 제1바이올린 세 번째 풀트(pult) 무대 쪽이다. 일단 객석에서 제일 잘 보이는 자리 중에 하나고, 세 번째 정도면 그리 뒤도 아니기 때문에 조금만 멋지게 움직여도 주목받을 수 있다.

더 좋은 이유는 첫 번째 풀트 무대 쪽에 악장(콘서트마스터)이 않아 있어서 연습하다가 좋지 않은 소리가 나면 악장이 뒤를 돌아보며 다른 연주자들에게 인상을 쓰곤 하는데, 그 때 안 보이는 자리가 바로 세 번째 무대 쪽이다. 지휘자의 사각지대도 여기다.(중략) 나는 오케스트라 생활을 할 때 바로 이 자리를 오랫동안 지켰다. 더 앞줄로 가지 않아도 행복했다.” (p21~p22)

남자들의 여자 플룻 연주자들에 대한 환상도 깨뜨린다.

“동화에 나오는 요정처럼 예쁘게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한다.(중략) 어떤 남자들은 예쁜 플룻 연주자 옆에 앉는 제2바이올린 주자를 부러워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 자리는 플룻 끝에서 떨어지는 침을 맞기 쉬운 자리인데다, 가끔 플룻 주자가 피콜로(작은 고음 플룻)라도 연주하는 날엔 고막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참아내야 하는 자리다.” (p28)

곳곳에서 유머러스한 입담과 번뜩이는 재치로 독자들을 웃음 짓게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시종일관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무명 클래식 연주자들이 생계를 위해 결혼식장에서 ‘결혼행진곡’을 연주하던 시절의 어려움, 입시용 연주 과외를 할 때의 괴로움과 오케스트라에 입단해서도 연주자들 사이의 경쟁이나 지휘자와의 갈등 또한 만만치 않음을 들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대 위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인생’의 예술가들이며 ‘세상’이라는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라고 말한다.

“나는 내일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지 늘 궁금하다. 끝없는 호기심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그것만이 우리 모두를 예술가로 만들고, 세상에 감동하는 관객으로 만든다.(중략) 내가 확실하게 믿는 것은 지금의 내 인생이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p297)

그의 말대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는다면, 언제든 우리는 감동할 수 있을 것이며, 행복은 바로 우리 앞에 있다고 하겠다. 책을 덮고 나서도 그의 행복 바이러스가 생생히 전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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