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기적을 선물하다
히가시노 게이고, 기적을 선물하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3.02.11 2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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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놀라운 공간이 있다!

 [북데일리] 따뜻한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번엔 감동을 선물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2012.현대문학)이 그것이다.

 책은 삼인조 (쇼타, 고헤이, 아쓰야) 도둑이 경찰을 피해 30년 동안 문이 닫혔던 나미야 잡화점으로 들어오면서 시작한다. 낡고 허름한 잡화점에서 한 통의 고민 편지를 발견한다. 죽음을 앞둔 연인을 두고 올림픽을 위해 훈련을 떠나야 하는지 고민하는 내용이었다. 셋은 답장을 보낸다. 바로 답장이 도착한다. 그곳은 시간이 멈추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니까 편지는 과거에서 온 것이다. 셋은 다른 이들의 고민을 들어보고 답장을 써준다.

 “아니, 몇 마디만 써 보내도 그쪽은 느낌이 그게 다를 거야. 내 얘기를 누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웠던 일, 자주 있었잖아? 이 사람도 자기 얘기를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거야. 별로 대단한 충고는 못해주더라도, 당신이 힘들어한다는 건 충분히 잘 알겠다, 어떻든 열심히 살아달라, 그런 대답만 해줘도 틀림없이 조금쯤 마음이 편안해질 거라고.” (31~32쪽)

 소설은 편지의 고민을 차례로 들려준다. 뮤지션이 되고 싶지만 대를 이어 생선 가게를 운영해야 할 상황에 처해 고민하는 청년 가쓰로의 이야기, 사생아를 낳고 기르는 일에 대한 가와베의 절박한 사정, 부도 위기에 처해 야반도주를 계획하는 부모님의 뜻을 따라야 하는지 묻는 학생 고스케, 부모님을 대신 해 자신을 키워준 이모할머니를 위해 클럽에 나가는 하루미의 고민까지 저마다 특별하다.

 놀라운 건 삼인조 도둑이 잡화점에 들어 온 날, 단 하루 운명처럼 잡화점이 부활한 것이다. 30년이 지나 사연의 주인공들이 잡화점의 할아버지에게 고마운 답장을 보낸 것이다.

 사연의 주인공들은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잡화점을 중심으로 이웃이거나 친구였던 그들의 인연은 아동복지시설 환광원으로 이어졌다. 유명 뮤지션으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가쓰로는 자신만의 음악을 아이들에게 소박한 공연으로 용기와 희망을 선물했고, 야반도주 중에 부모님과 헤어져 혼자 남은 고스케와 클럽 일로 고민했던 하루미도 학창 시절을 환광원에서 보낸 것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30년 전의 세상과 마주한다. 인터넷과 휴대폰은 존재하지 않던 시절, 친구와 좋아하는 음반을 찾아 듣고 공연을 함께 듣고, 아침마다 이웃과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전하던 시절 말이다. 사느라 잊고 있었던 소중한 이들과 보냈던 기억들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살다 보면 누구나 어려운 일들을 만나게 된다. 선택의 순간은 이어지고 우리는 갈등한다. 이럴 때 누군가의 조언은 큰 힘이 된다.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놀라운 기적을 일깨워 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모두에게 커다란 감동을 안겨준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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