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학생 통해 교육실상 고발
불량학생 통해 교육실상 고발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3.02.0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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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삶, 정말 아이들의 책임인가.

[북데일리] “혹시 이 중에 학교생활이 행복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나? 만약 있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버려라. 경쟁 사회에서 학교는 더 이상 행복한 곳이 아니다. 학교생활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뭔가 착각해도 엄청난 착각이다. 당장 공부 못해 성적 떨어지면 니들하고 엄마 아버지가 불행해.”

우리나라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불량 아이들>(작은숲.2013)에 실린 내용 중 일부다. 경쟁만을 강요하는 학교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책은 이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불량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 조재도 씨의 3부작 소설 가운데 둘째 권으로 <싸움닭 샤모>에 이어 펴낸 책이다. 주인공 안평대는 서울 변두리에 위치한 일명 ‘양아치 학교’에 다니고 있다. 주인공과 친구들인 마두배, 김희남은 욕이 아니면 말을 못할 정도로 입이 거칠다.

이뿐만 아니라 야동과 게임에 빠져 술과 담배를 달고 살고 빵셔틀(온갖 심부름을 시키는 아이)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동네 불량 서클을 기웃거리다 급기야 ‘삼성파’라는 조직에까지 가입한다.

청소년 소설 치고 내용이 다소 자극적이지만 어른들이 외면하고 싶었던 음지의 아이들을 거침없이 묘사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야기는 최고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어쩌지 못하는 방황하는 아이들을 그렸다.

사회의 잣대로 바라보면 ‘찌질한’ 아이들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성장한다. 일제고사 폐지를 위해 앵무새나 고양이를 이용해 시위를 하고, 여자친구를 지키기 위해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낙오자라 낙인찍힌 아이들에게도 분명 눈물과 의리 그리고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한다. 다음 대목은 저자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긴 부분이다.

“경쟁주의 교육은 아이들에게 은연 중 가치 없는 사람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 경쟁주의 특징이 승자와 패자를 확실히 나누는 거잖아. 경쟁에서 이긴 사람은 진 사람을 지배해도 좋고, 진 사람은 이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으로 취급당하고.(중략) 여러 가지 원인이 지적되고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문제는 경쟁주의에 있어. 경쟁주의가 극복되지 않는 한 학교 폭력 문제는 해결될 수 없어. 폭력이 뭐야? 인간이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것이잖아.”- 본문 중에서

뜨끔한 대목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인간이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책은 이처럼 불량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오늘날 학교의 실상과 문제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우리 사회의 아이들은 어느새 기성세대의 삶을 흉내내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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