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황금시대의 미' 읽기
르네상스 '황금시대의 미' 읽기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3.02.06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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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상징...'아르놀피니의 결혼' 대표적

[북데일리] 표지의 남자와 여자 모습은 왠지 미스터리하다. 진지해 보이는 남자의 표정과 살포시 고개를 떨군 여자의 시선은 서로 보는 듯하지만 얽히지 않는다.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챙이 넓은 모자는 남자의 심각한 표정과 대비되어 엄숙함을 자아낸다. 이들은 무엇을 하는 중이었을까.

<르네상스 미술>(시공아트.2013)에 실린 얀 판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다. 책에 따르면 이탈리아 상인이 경건하게 서약하는 순간을 그린 것이다. 책 속에는 풍부한 도상들이 깃들어 있는데 그림으로 나타낸 일종의 결혼증명서라는 독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먼저 머리 위의 불 밝힌 촛불은 신의 현존을 의미한다. 아내의 발치 아래는 정절을 상징하는 개가 이들 뒤로는 부부침대가 놓여있다. 방의 뒤편 벽에는 이 장면이 비춰지는 거울이 있고 그 위에는 ‘1434년 얀 판 에이크가 이곳에 있었다’라는 서명이 있다. 이는 화가가 결혼식에 참석했음을 밝혀준다.

책이 다루는 르네상스 미술은 14세기 이탈리아의 피렌체와 베네치아에서 시작되어 16세기 유럽 전역에 걸쳐 각종 유파를 이루며 전성기를 누린 양식이다. 르네상스는 당시 교회와 봉건제도에 대한 비판, 그리고 인간에 대한 새로운 자각, 고대문화에 대한 재인식이 토대가 되었다.

이는 인간의 존엄한 가치인 인간다움에 관한 연구를 하는 인문주의 아래 다양한 분야로 발전한다. 책에 따르면 르네상스 시기의 이탈리아인들은 자신의 정신적 조상을 고대 로마에서 찾았다.

또한 중세 후기부터는 근대사회로 전환기를 맞이하며 금융업과 은행업, 대규모 사업의 상거래로 지배층이 새로운 인문주의 문학과 미술의 후원자가 됐다. 이로 인해 미술 분야에서 수많은 화파가 등장해 르네상스 시대의 태동을 알렸다.

하지만 흑사병으로 인한 먹구름이 몰려왔다. 무수한 사람들의 희생 위에 새롭게 새워진 르네상스는 평면적이고 장식적인 국제 고딕양식과 공간감 그리고 입체감을 살린 사실주의로 발전했다. 원근법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이때 이루어졌다.

책은 이탈리아 여러 도시와 유럽에서 활동하며 르네상스의 형성기를 이끈 여러 화가들과 이야기, 그들이 남긴 명작을 다룬다. 미술사학을 통해 보는 르네상스의 문화사적 역사적 의의를 배우고 당시 작품과 가치에 대해 평가하는 안목을 길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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