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와 증시:탐욕의 경제, 그 끝은?
인플레와 증시:탐욕의 경제, 그 끝은?
  • 켐피스
  • 승인 2011.01.2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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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리치] 불가(佛家)에서는 지옥과 극락을 숟가락에 비유한다. 긴 숟가락을 가진 이들이 서로 먹으려는 곳이 지옥, 서로 먹여주는 곳을 극락이라 한다. 성경에서도 지옥에 떨어진 탐욕스러운 부자는 거지나 다름없었던 나사로에게 손 끝에 물 한 방울을 묻혀 자기 입에 넣어 달라는 구걸을 한다. 그러고 보면 탐욕은 지옥행 티켓의 1순위가 아닌가 싶다. 요즘 세상은 지나치리만큼 탐욕스럽다. 남의 불행은 안중에도 없다. 주가가 오르고 집값이 들썩이면서 경제에 온풍이 부는 것 같지만 실상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다가올 재앙에 속수무책인 탐욕 덩어리다.

주가지수가 날마다 사상최고치를 경신한지도 수 일이 지났다.

조정을 한 번쯤 볼 때도 되었건만 고작 1.7%의 하락으로 온 매스컴과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그동안 주식시장은 하락할 수 있는 빌미가 무척이나 많았다. 하지만 단 한차례도 악재를 제대로 반영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는 우리 본토에 포탄이 떨어져도 주식시장은 끄떡도 안했다. 유럽 전역에 위기가 발발해도, 가축이 떼로 죽어 나가도, 유가가 폭등해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넘쳐나는 돈으로 주가를 끌어당기는데 열중할 뿐이었다.

하지만 딱히 악재가 없는 요즘의 분위기는 웬지 모르게 흉흉하다.

특히 아시아 증시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아시아는 양적완화의 최대 수혜국들이다. 한국을 비롯한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는 금융위기 이후 넘쳐나는 달러가 유입되어 엄청난 폭등세를 구가했다. 그랬던 나라들이 요즘 좀 이상하다. 지난 금요일 모건스탠리는 한국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시장평균'으로 하향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코스피 급등과 공격적인 금리인상 전망, 이익전망치 하향조정, 배당성향 등을 취약요인으로 꼽았지만 사실 그 속내는 오를만큼 올랐으니 팔고 나가겠다는 통보나 다름없다. 게다가 아시아 전역에 퍼지고 있는 인플레 우려는 외국인들의 매도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이미 여타 아시아 국가들은 인플레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일 예로 인도는 식품물가의 상승세가 심각한 수준인데 카레에 들어가는 양파는 일 년새 4배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우리 나라의 물가상승률도 심상치 않다. 연초부터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내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3번째로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민 경제도 먹구름을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어느 때보다 상생의 협력이 절실한 때에 탐욕의 총 본산지라 할 수 있는 주식시장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플레는 유동성과 상극 관계다. 인플레가 심화되면 유동성 공급은 계속되기 어렵다. 금리를 올려야하기 때문이다. 비록 한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양호한 물가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따라서 중국까지 긴축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금리정책은 선진국과 개발 도상국 사이에서 표류할 수도 있다.

사실 금융 위기 이후 과도한 유동성에 대한 우려는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성장이라는 명분으로 금리정책에 적극성을 내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될 지도 모른다. 다른 나라들이 앞다투어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버틸 재간이 없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아시아 증시에 주목해야 한다. 13년전 IMF는 태국의 바트화 위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렇게 동남 아시아를 떠돌던 위기는 어느 순간 그 세력을 확대해 한국에 상륙에 수많은 가장(家長)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자산가치의 폭락을 가져왔다.

현재 베트남과 인도같은 나라들의 물가 위기도 자칫하면 우리에게 전염될 수 있다. 때문에 이를 남의 일로만 여기고 강건너 불구경하듯 할 일이 못된다. 지난 봄 유럽의 재정위기도 아일랜드로부터 촉발되어 유럽 전역을 휩쓸었다. 글로벌화는 이게 문제다. 일단 뭔가 문제가 터지면 구제역이 퍼지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인터넷망을 타고 퍼진다. 물가란 대통령의 말한마디로 잡히는게 아니다. 분명한건 우리가 뭔가 변화의 조짐에 휩싸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엠리치(www.ImRICH.co.kr ) 비앤아이에프엔 켐피스칼럼니스트 / 블로그: 켐피스의 경제이야기 http://blog.daum.net/kempis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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