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라인(Neck-line)을 통과한 상승장 속 ‘출구확인’ 필요
넥라인(Neck-line)을 통과한 상승장 속 ‘출구확인’ 필요
  • 켐피스
  • 승인 2010.10.14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엠리치]치솟는 물가와 여전히 호전되지 않은 심리, 쌓이기만 하는 부채를 뒤로하고 시장이 계속된 상승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는 경제여건이 술에 취했든지 아니면 주가가 취했다는 말이 되는데 둘 사이의 왜곡이 워낙 심하다 보니 현재의 주가상승을 숨죽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

전일 아시아 시장의 동반 약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은 장중 낙폭을 축소한 채 상승마감을 했고 우리시장도 전 날의 낙폭을 어느 정도 만회하고 상승으로 마감을 했다.

경제와 주가를 같이 다뤄야 하는 입장에서 지금의 국면, 아니 어쩌면 금융 위기 이후의 장세를 분석하는 일에 상당한 어려움을 느낀다.

기술적 분석에 치중했던 많은 사람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그동안 분석의 주요 틀이라 여겼던 여러 가지 전통적인 분석기법의 정확성과 객관성에 금이 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기 박스권을 뚫고 이평선이 정배열에 들어서면 그러한 주가상승은 쉽사리 폭락으로 이어지기 힘들다.

주가도 각 추세에 걸 맞는 레퍼토리를 가지기 마련인데 모든 조건이나 변수를 무시하고 현재의 상승을 문자 그대로 대세상승 국면이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가야할 길이 한참은 더 남은 상태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지금의 상승 배경에는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떼어내고 생각할 수는 없다.

시장은 단순하게 보는 방법과 복합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보는 방법이 있다. 물론 둘 사이에서 어떤 분석이 좋다 나쁘다는 가릴 수 없다. 단순하게 보다가 큰 코를 다치기도 하지만 너무 생각이 많아서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시장에서 거래자로 일하면서 느낀 점은 한번 정해진 추세가 쉽사리 꺾이지도 않지만 진실이 외면된 시장이 성공하는 법도 못 봤다는 점이다. 시장은 정책당국이 이끌고 가는 것도 아니고 몇몇 메이저의 농간에 놀아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시장을 믿을 수 있었다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의 시장을 보면 정책당국과 몇몇 메이저에 의해 놀아나는 모습을 확연하게 드러낸다. 과도한 달러의 개입은 금시장과 곡물시장을 폭등시켰고 그 외에도 채권시장의 버블, 외환시장의 버블, 아시아 증시의 버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각종 버블종합세트를 선물했다.

물론 정책 당국의 인위적인 시장 조작이 무조건 나쁜 일이라고 혹평할 것도 못된다. 시장에는 그들이 시장의 백기사나 보호자로 나서야 할 순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도의 차이로 계산해야 할 문제일 뿐 경제윤리적인 측면으로 해석할 문제는 못된다.

아래 차트는 최근 미국시장의 변동성 지표이다.

출처:stockcharts.com

앞서 그리스 위기와 비교하면 무려 1/3 수준으로 급락해버린 변동성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변동성이 제로에 수렴한다는 가설은 세울 필요조차 없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토록 하락일변도를 보이고 있는 변동성도 어느 순간에는 다시 위로 솟구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러한 배경이 무엇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시장은 그러한 우려들을 보란 듯이 재껴버리고 자기 길을 달려왔기 때문에 다시금 재정위기나 부채문제를 들먹여봐야 뻔한 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우리가 상상하기도 힘든 메가톤급 악재에만 시장이 반응할 수 있다는 말이 되는데 그것을 과연 조정으로만 볼 수 있겠는가 혹 대세반전의 신호탄으로 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여러 가지 현안들을 들이대면서 더블딥 우려를 표명하던 해외의 수많은 애널리스트들도 거의 자신의 뷰(view)를 철수한 상태이다.

자주 해외 여러 사이트를 방문하고 그들의 시선을 체크하지만 불과 2~3주 사이에 비관론자들은 모두 사라졌으며 게다가 아시아증시에 투자해야 한다는 분석글은 홍수처럼 쏟아내고 있다.

그들이 보수적인 시선을 거둔 시기는 묘하게도 아래 차트에서 보이는 것처럼 넥라인(Neck-line)을 통과하면서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졌다.

출처:stockcharts.com

아마도 저항선을 통과한 차트를 확인하면서 더 이상 반론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이제 미국시장은 전고점을 타겟으로 남겨두고 있다. 물론 여기가 뚫린다면 시장은 신기원(新紀元)을 맞이하게 될 것이며 KOSPI 역시 약간의 조정을 거친 상태이므로 다시금 랠리를 재개하게 될 것이다.

앞서의 분석에서 10월이 추세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언급을 미리 했었다. 현재 1900선은 2008년 5월 당시의 고점이었으므로 약간의 기술적인 저항은 충분히 예견 할 수 있었으며 시장은 그에 발맞춰 조정을 보여주었고 이제 공은 그 추세를 다시 이어갈 것인가 저항이 아닌 꼭지인가로 귀결된다.

다시 펀더멘털 문제로 넘어가보겠다. 오늘 발표된 우리나라의 OECD 경지선행지수가 8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떨어지는 환율에 내년도 수출기업의 실적감소는 뻔히 예상되는 이야기다.

경제는 안 좋지만 주가는 올라야 하는 어이없는 현실 앞에서 펀드환매를 망설이는 분들도 지금이라도 증시에 투자하려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을 향해 강하게 만류할 수 없는 이유는 어이없는 상황이 2년이 다 되도록 이어지고 있음에도 아무런 제지나 되돌림 없이 계속되는 달러의 펌프질 때문이다.

네덜란드 속담에 탐욕에 찌든 인간의 입은 땅속의 흙만이 막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경제지표가 안 좋으면 양적완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변명으로 오르고 어쩌다 좋게 나오기라도 하면 더블딥 우려가 가셨다고 오른다.

만일 미 연준이 달러의 펌프질을 멈출 생각이 전혀 없다는 의지라면 주가는 앞으로 한참을 더 오르게 될 것이다. 그것은 물리적인 힘이기 때문에 어떤 비관론자가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다고 해도 시장은 비웃음으로 화답할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가장 상위의 철학이 있다면 어떤 것이든 영원한 것은 없으며 인간의 의지나 힘은 자연의 순리나 힘에 비하면 나약하기 짝이 없는 객기라는 사실이다. 거래자의 입장에서 보면 유동성의 힘이든 자연의 순리에 따른 힘이든 모두 무시할 수 없다.

타협을 원하지 않는 시장에게 자연의 힘도 역시 타협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이것은 철저한 경험의 산물이다. 한때는 힘의 상징이라고 여겨졌던 달러의 역습은 위기 이후 전세계 금융지도를 많이 바꿔 놓았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뒤로하고 당분간 투자자들이 미국이 내어주는 당근에서 자유롭기는 힘들 것이다. 많은 투자자들은 만일에 자신이 베어 문 당근이 썩은 당근이라는 자각증상을 느끼게 된다면 재빨리 시장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겠지만 그 일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출구는 늘 붐비며 사악한 금융가들은 출구를 아주 좁거나 찾을 수 없게 만들어 놓기 때문이다. 그러니 적어도 출구가 어디 있는지 정도는 진입 직전에 미리 체크하는 센스를 갖춘 후에 거래를 시도하겠다면 지금의 상승을 즐기겠다는 소신을 굳이 뜯어 말일 일도 아닌 것 같다.

[아이엠리치(www.ImRICH.co.kr) 비앤아이에프엔 켐피스 칼럼니스트/ 블로그: 켐피스의 경제이야기 http://blog.daum.net/kempis70]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