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이 풀어야할 수수께끼와 꿈
진화심리학이 풀어야할 수수께끼와 꿈
  • 북데일리
  • 승인 2007.02.1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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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사랑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일까? <타이타닉>, <로미오와 줄리엣>에 수많은 대중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현실에서는 느끼기 힘든 사랑이라는 정신적 가치를 절실히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동물과는 다른 한 차원 높은 정신적 존재라고 인식한다. 이러한 인식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20세기 후반에 인간의 행동과 마음에 대한 논쟁적이며 혁신적인 진화심리학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책은 진화심리학의 이론적 배경과, 성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개론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마음의 기원>(나노미디어. 2005)의 저자 데이비드 M.버스는 진화심리학이 진화생물학과 심리학을 통합하여 “언젠가 정말로 중요한 연구를 위한 영역이 열릴 것으로 본다. 심리학은 새로운 기반에 기초하게 될 것이다.” 라는 다윈의 예언을 실현할 강력한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다윈에 의해 만들어진 진화론은 초기에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자연선택을 후대의 자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할 유전 메커니즘을 제대로 설명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진화론에 있어서 치명적인 결함으로 지적되었는데, 1930년대에 도브젠스키, 헉슬리와 같은 진화생물학자들은 다윈의 자연선택에 멘델의 유전이론을 접목하는 수정안을 제시한다. 그 후 1960년대에 해밀턴은 포괄적 적응도 이론을 발표해서 진화론에 일대 혁명을 가져온다. 해밀턴의 이론은 “타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타적 행동은 왜 진화되었을까?” 와 같은 기존의 진화생물학으로 해결하지 못한 의문에 해답을 제공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다.

진화적 적응은 해당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특정한 개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개체의 유전자를 일정부분 갖고 있는 형제, 자매, 조부모, 삼촌, 고모, 사촌들과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데, 예를 들어 호수에서 나의 친족이 휩쓸려간다면, 나의 유전자는 친족 간의 관계를 유전적으로 얼마나 많은 부분이 나와 공유 되었는지를 계산해서 나를 희생해도 살릴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후대에 나의 유전자의 확산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다고 가정한다. 물론 이러한 행위는 머릿속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수천세대를 거쳐 진화적으로 적응된 유전자에 의해 본능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이론의 핵심이다.

진화심리학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생존과 짝짓기에 있어서의 남성과 여성이 보여주는 상반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과는 다른 홍적세에서 남성은 살아남기 위해 날카로운 도구로 사냥을 했고,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넓은 범위로 돌아다녔으며, 체격은 커지고 공격성은 강해졌다. 거기에 비해 여성은 식물을 채집하고, 번식을 위해 활동범위를 줄일 수밖에 없었으며, 이것은 필연적으로 상대적으로 강한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만 했다.

이러한 홍적세의 남성과 여성의 각기 다른 생존전략은 몇 천세대를 거쳐 진화적 적응으로 고정되었고, 현대에서도 여전히 똑같은 진화적 메커니즘이 적용되고 있다. 홍적세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자원과 권력은 남성에 의해 독점되었고, 여기에 대응해서 여성은 자신과 자식에게 보다 많은 자원을 지원하고 외부의 위협을 막아줄 건강한 신체를 가진 남성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에 와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졌는데, 여성이 소개팅에서 남성을 평가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얼마나 많은 자원(돈)을 가지고 있는가“, ”사회에서 어떤 지위를 차지하고 있나“, ”나를 보호해 줄 수 있을 만큼 신체적(체격, 키)으로 강한가“, ”평생 나만을 사랑해 줄 수 있나“, ”나와 미래의 자녀에게 얼마나 헌신적인가“ 이러한 다소 까다로운 이성에 대한 평가기준은 성적 선택이 남성이 아니라 여성에게 있다는 걸 보여준다.

여기에 대응해서 생존과 짝짓기에 대한 남성의 전략은 여성에 비하면 단순하다. 남성은 소개팅에서 여성을 평가할 때 외모가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데,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여성 신체의 아름다움은 번식과 관련되어 있다. 허리 대 엉덩이 비율(WHR)이 70% 일 때 남성들은 가장 큰 성적 만족을 얻게 되고, 이러한 신체의 아름다움은 과거 홍적세 시대에서의 출산의 이점이 진화적 적응 메커니즘을 통해 현대에서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다.

이러한 여성의 미(美)에 대한 집착은 전 세계 모든 문화에서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하는데, 외부세계를 접촉하지 못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컴퓨터로 이상적인 여성의 얼굴부위를 합성한 사진과 주변에서 흔하게 불 수 있는 여성의 얼굴부위를 합성한 사진을 비교해서 보여준 결과 어린이들은 예외 없이 이상적인 여성의 얼굴을 선택했다고 한다.

여성의 미(美)는 현대에 와서 대중매체(영화, 드라마, 광고)에 의해 극단적으로 강조되고, 이것은 수많은 평범한 여성들에게 압박을 주게 되면서 우울증이 생겨나게 된다고 한다. 여성은 남성을 만날 때 “저 화장하고 나왔어요” 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입하면서 스스로를 매력적으로 보이려는 경향이 있고, 대중매체로 인해 극단적으로 높아진 여성의 미(美)에 대한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고통스러운 다이어트와 성형수술조차 마다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진화심리학이 보여주는 여성의 성적 전략이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는, 남성과 여성의 성적전략이 진화적으로 적응된 것인지, 인류의 역사에서 최근에 발명된 문화에 기인한 것인지를 판명해야 한다. 페미니스트에게 진화심리학은 상당히 불쾌한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성적전략이 함의하는 것은 이 세상의 자원과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남성과 자손을 출산할 수 있는 여성이 서로의 목적에 의해 자원과 성적매력을 맞교환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그러한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193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의 비교문화의 관점에서 전 세계 37개 문화권을 면밀히 관찰한 기록에 의존하고 있다.

여성은 남성을 선택할 때 좋은 재정적 장래성, 높은 사회적 지위, 높은 연령, 야망과 근면함, 의존 가능성, 신체적 강인함, 남성적인 외모, 사랑과 헌신, 자녀에 대한 투자의지를 까다롭게 살펴보게 되는데,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의 성 혁명으로도 이러한 성향을 바꾸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여성이 원하는 남성상은 소속되어 있는 문화와 관계없이 오랜 세월 진화적 적응을 통해서 프로그램된 유전자 속에 새겨져 있다는 견해를 보여준다.

20세기 후반부에 생겨난 진화심리학은 기존의 진화생물학의 이론적 토대위에 심리학의 여러 분야(인지심리학, 사회심리학, 발달심리학, 성격심리학, 임상심리학, 문화심리학)의 통합을 꿈꾸고 있다. 심리학과 달리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이 유전자와 외부환경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범용적이 아니라 개개의 상황들에 1:1로 대응하는 유연한 체계일 거라고 가정한다.

복잡한 인간의 행동을 체계적으로 기술하기에는 아직 진화심리학의 성과가 미미하지만, 앞으로 10년 안에 이론의 정확성이 검증될 거라는 희망적인 관측을 한다. 미술, 음악, 영화, 소설과 같은 인류의 문화적 생산물은 진화심리학의 기본 가정인 생존과 짝짓기라는 적응 메커니즘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수수께끼를 진화심리학은 해명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의 진화심리학자들은 진실을 알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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