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차(茶)가 만나니 `행복한 비명`
책과 차(茶)가 만나니 `행복한 비명`
  • 북데일리
  • 승인 2007.02.0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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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어느 순간, 책이 내 삶에 일부분이 되었다. 일 년 하도고 4개월 전의 일이다. 막상 책을 읽어야겠다 싶었을 때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몰랐다. 누군가의 블로그에 들어가 그 들이 읽은 책들을 메모해 뒀다가 도서관에 가는 길에 몇 권을 빌려왔다. 그렇게 책과 다시 만났다. 처음 한권 두 권은 읽기가 힘들었다. 무슨 책을 봐야할지 몰랐고, 어떤 작가가 잘 나가는 지도 몰랐다. 책은 또 다른 책을 소개했고, 요즘은 보고 싶은 책더미에 깔려 행복한 비명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8개월 전, 茶를 만났다. 집에서 녹차와 보이차를 식수로 먹다보니, 물에 질렸다고나 할까? 보이차의 흙맛은 적응할 수 없는 맛이었다. 그렇게 나는 紅茶를 만나게 된 것이다. 홍차에 허우적거리다가 다시 靑茶를 만났다. 靑茶는 푸른 빛깔을 띤 꽃향기를 지닌 그네들을 만난 것이다. 결국 나는 책을 읽기 전에는 책을 보면서 마실 茶를 고른다. 책에 어울릴만한 茶 한잔. 책을 읽다 지치면 잠깐 고개를 들고 또 다른 茶를 한잔 찾는다. 결국 책에는 차가, 차에는 책이 따라온다.

茶를 접하다 보면 내가 지금 먹고 있는 茶에 대해서 궁금해 질 때가 있다. 이 茶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茶나무는 어떻게 생겼을까?

이런 소소한 궁금증을 해소할 책을 만났다. <동과 서의 茶 이야기>라는 이 책은 이광주라는 사학을 전공하는 교수님이 펴냈다. 이광주선생님은 차와의 만남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茶는 어느 날 홀연히 참으로 돌연변이처럼 하나의 `의미`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났다. 소년 시절 어느 날, 문자가 하나의 `의미`가 되어 나를 흔들었듯이."

선생님의 茶 이야기는 아주 친절하게도 차의 기원부터 역사, 그리고 전래루트까지를 모두 담고 있다. 거기다가 각 茶의 등급에 수색과 향까지도 세세하게 설명해주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모두들 "뭐야, 전문서적이야? 어렵잖아." 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1부에는 동양에 茶와 시대별 이야기를 2부에는 서양에 홍차와 커피 이야기를 해준다. 1부가 다소 부담이 된다면 2부부터 읽어도 상관없다.

2부의 시작은 茶에 전래이다. 원래 차는 중국이 원산지이다. 중국 차나무를 기후가 비슷한 인도등지로 옮겨 심으면서 변종이 만들어졌고, 그렇게 홍차가 탄생했다. 커피역시 에티오피아에서 원주민들이 마시던 것이 서양으로 이동되었다. 이런 茶와 커피는 중세는 술의 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아침부터 술을 즐겨마시던 서양인들에 대체 음료로 재빨리 자리매김해 나갔다. 그렇게 茶와 커피는 원산지에서보다 더 유명해지고, 보편화 되어갔다.

중국 茶의 전래는 茶를 담는 그릇 다기의 전래도 가져왔다. 중세시대까지만 해도 나무그릇이나 유리를 주로 사용했던 서양에서 흙으로 빚어 만들어낸 도자기라는 충격적인 자기에 열광했고 결국은 자기 만드는 법을 각 나라별로 연구해 독자적인 도자기를 만들어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대중적으로 커피와 茶가 보급이 되면서 르네상스시대에 갖가지 그림과 글들을 보면 차가 등장한다.

집을 나서기 전 어머니가 만드신 아침 식사

비스킷, 설탕을 바른 건포도 케이크, 향기 좋은 홍차는 모두 어머니의 솜씨,

그것을 입에 넣으니 온몸이 따듯해지네

-쿠퍼의 글 중에서-

이렇게 서양에서의 茶와 커피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2부가 끝이 난다. 그럼 1부를 살짝 들여다보면 동양에 茶이야기가 시작된다. 유럽에 생활에 일부가 되어버린 茶의 원산지 중국의 이야기부터 각 시대에 차와 놀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서양에 茶는 티포트라는 큰 주전자에 우리는 반면 중국茶는 자사호라는 앙증맞은 녀석으로 100ml 씩 우려낸다. 그리고 30ml에 작은 잔에 향과 수색을 즐긴다.

 

 

 

자사호 이야기와 차의 등급, 수색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1부도 끝을 보인다. 끝에는 다도로 유명한 일본에 대해서도 간략하게나마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은 우리나라에 茶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인데, 녹차부터해서 연잎차, 황차, 국화차 등.. 맛있는 우리차에 대한 소개도 조금 해 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茶문화는 사람들이 어울리는 사교의 문화이고 놀이문화라는 주제 아래 茶에 대해서 이렇게 정리를 잘해주신 이광주선생님의 노고에 감사를 보낸다. 또다시 맛있는 차 한 잔과 책과에 만남 속으로 들어가 보련다.

[장하연 시민기자 xx200020@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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