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수록 맛있는 로알드 달의 작품 `맛`
읽을수록 맛있는 로알드 달의 작품 `맛`
  • 북데일리
  • 승인 2007.02.0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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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사람들은 작가에게 흡인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한다. 읽히지 않는 책은 알려지기가 힘들고, 회자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니 말이다. 일본 소설이 유행하는 이유 역시 한국 작가들이 좀처럼 갖지 못한 흡입력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한국작가의 예라면 박민규를 들 수 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후에 대중적인 작품이 나오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자되는 이유는 그의 흡인력 때문이 아닐까 한다. 폴 오스터, 무라카미 하루키도 혹은 로맹 가리,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또한 그런 부류에 속하는 작가들이다. 이제 이 사람들 옆에 작가 한 명을 더 넣어야지 싶다. 그의 이름은 바로 로알드 달.

흡인력이 끝내줘요

로알드 달의 소설은 처음 만났다. 제목은 <맛>(강. 2005). 진공청소기 못지않은 흡입력을 가진 이 책에 반해 무려 10번을 쉬어서 읽었다면 믿겠는가? 10번은 이 책에 수록된 단편 수이다. 책은 단편 하나를 읽기 시작하면 적어도 그 단편은 끝까지 읽어야 하고 도저히 중간에 끊을 수가 없다. 덕분에 지하철에서 환승을 하면서 책을 읽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벤치에서 단편 하나 다 읽고 움직인 적도 있다.

책은 반전이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전 정보가 없으면 소설집 <달>에서 10편의 단편 모두가 반전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다. <달>이 갖는 흡입력은 맨 마지막 줄 까지 읽어야 이야기의 결말을 알 수 있도록 적당한 긴장감으로 꽉 짜여진 스토리,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문체에서 온다.

로맹 가리와 로알드 달 - 그 시선의 차이

이 책을 읽으며 로맹가리를 떠올렸다.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은 놀라움과 안타까움과 기막힘이 아이스크림처럼 뒤범벅된 것이었다. 책상 위에 술과 담배를 잔뜩 널어놓고 쓴 듯한 그의 글을 읽으며 오래도록 인간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 로알드 달은 로맹 가리의 반전이나 이야기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다. 로알드 달은 기막힌 흡입력으로 맛깔스러운 글을 써내지만 그 안에는 로맹 가리의 글에서 느껴지는 인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

로알드 달은 로맹가리와 달리 말끔하게 정리된 탁자 위에서 고양이나 개를 무릎위에 올려놓고 콧노래를 부르며 글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글에 대한 잔상 때문이다. 그의 단편을 하나씩 읽고 나면 놀라움과 경악이라는 단어 외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다. 요컨대 그의 `시선`에는 사람에 대한 세상에 대한 고민이 들어있지 않다는 느낌이 강하다. 담담하지도, 무섭지도 , 따뜻하지도 않은 그의 글은 지극히 건조하고 씁쓸하다.

로알드 달의 글을 잔상이 남지 않는다고 몰아 붙였다. 물론, 알고 있다. 잔상이 남지 않는 글이라 해도 이처럼 잘 써낼 수 있는 작가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적어도 입담과 흡입력만큼은 확실하니 읽는 내내 지루함은 없다. <맛>을 읽는다면 로알드 달의 다른 책을 찾고 싶어 질 것이다.

[이경미 시민기자 liked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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