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B 이론은 만화로 대상을 바꿔 봐도 통합니다. 미소녀들이 많이 등장할수록 그 만화는 인기를 끌 확률이 높아집니다. 라가와 마리모의 <아기와 나>처럼 귀여운 아이나 꼬마가 나오는 작품도 성공한 케이스가 많습니다. 동물만화는 만화에서도 어엿한 인기장르입니다.
누노우라 츠바사의 <센타로의 일기>(학산문화사. 연재중)의 주인공은 센타로라는 이름의 토끼입니다. 이 작품은 <당근 있어요?>라는 제목의 해적판으로도 잘 알려진 것으로 일러스트레이터인 노총각 바쿠와 그의 애완토끼 센타로의 동거이야기입니다. 이렇다 할 중심 스토리 없이 바쿠와 센타로, 그리고 그들의 이웃과 주변의 동물친구들의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엮어나가는 작품이지만 무려 28권이나 나왔고, 아직도 연재중입니다.
<센타로의 일기>를 읽고 있으면 3B 이론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고집불통이지만 사랑스러운 토끼 센타로를 보고 있으면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참기가 어렵습니다. 이 만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애완용 토끼를 키우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작고 보드라운 털을 가진 토끼를 품에 꼬옥 안고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센타로의 일기>를 보면 토끼가 저렇게 예쁘고 귀여운 동물이었나를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동물만화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동물입니다. 물론 타카하시 요시히로의 <은아 흐르는 별 실버>나 <은아전설 위드>같은 작품에서 등장하는 개들처럼 의인화된 동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말 그대로 동물만 나오고 동물이 주인공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주인공이 키우는 애완동물이 주인공입니다. <센타로의 일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나오지만 대부분은 바쿠와 센타로의 이야기, 그리고 센타로와 동물친구들의 사는 이야기이고, 다른 동물친구의 주인들은 그냥 양념에 불과합니다.
센타로의 친구들 가운데서도 가장 절친한 사이는 바로 고양이인 `야옹이` 입니다. 센타로와 야옹이는 만나면 서로 친하게 장난을 치다가도 어느 순간 발로 차고 할퀴면서 싸웁니다. 그러다가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화해를 하죠. 이 둘의 만남은 거의 매일같이 반복되지만 매번 같은 모습을 보여주죠. 이처럼 <센타로의 일기>는 아무런 이야기도 진행되지 않은 채, 평범한 생활속에서 센타로가 보내는 일상만이 기록됩니다. 그렇다고 작품이 결코 지루하진 않습니다. 오늘은 과연 센타로가 어떤 장난을 칠까? 센타로가 오늘은 야옹이를 만나서 뭘 하고 놀까? 매번 비슷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귀여운 동물들을 눈앞에 대하는 순간, 독자들의 신경은 `무장해제`가 되고 마니까요.
누노우라 츠바사는 원래 로맨스물을 즐겨 그리던 작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잘한 일상이 돋보이는 편안한 이야기를 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센타로의 일기>를 비롯해서 5살짜리 꼬마 키코의 일상을 그린 <스마일 키코>, 주인없는 개 시바오가 고향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시바오>처럼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만화가들은 실제로도 애완동물을 매우 많이 기른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집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애완동물을 키우기도 좋고,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니만큼 감수성이 풍부한 것도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만화를 유심히보면 단행본의 뒤에 수록된 작품후기나 화실이야기같은 부분에도 작가가 키우는 애완동물의 이야기가 수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센타로의 일기>의 바쿠는 어떻게 보면 작가인 누노우라 츠바사의 또 다른 자아일수도 있습니다. 바쿠의 직업도 만화가와 유사한 직업이고, 마감에 대한 이야기도 제법 많이 다루어집니다. 누노우라 츠바사의 작품들은 하나같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따스하고 착하다는 점입니다. <센타로의 일기>를 읽고 나면 따스한 마음, 토끼를 키우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