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이우일
21. 이우일
  • 북데일리
  • 승인 2007.02.02 1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세 번째 이야기>(비채. 2007)

[북데일리] 만화가 이우일은 패션부터 남다르다. 트레이드마크가 된 두건, 살짝 기른 턱수염이 인상적이다.

그가 독자에게 이름을 알린 건 1998년 동아일보에 만화 ‘도날드 닭’을 연재하면서부터다. ‘썰렁함의 미학’으로 신문 만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모에서 풍기는 독특한 분위기, 만화에서 엿보이는 자유분방한 상상력 외에 남다른 면모가 하나 더 있다. `TV를 보지 않는다`는 것. 덕분(?)에 무슨 드라마가 인기인지 어떤 개그가 유행인지 모른다.

만화는 사회.문화의 트렌드와 동떨어져 갈 수 없는 매체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그가 선택한 ‘비장의 무기’는 다름 아닌 독서다.

“독서는 굉장히 럭셔리한 문화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TV가 햄버거라면, 책은 한식 궁중요리에 비유할 수 있겠죠.”

빠르고 간편한 정보대신 방대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택한 셈이다. 이우일은 개인의 습득 능력에 따라 취하는 양이 무궁무진해질 수 있다는 점을 독서의 이로움으로 꼽았다.

그렇다고 책에서 정보만 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뭔가를 얻거나 배우기 위한 독서, 목적 위주의 책 읽기는 경계한다. 책과 멀어지게 하는 부작용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본인이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야 장기간 지속해나갈 수 있단다. 그가 생각하는 책의 미덕은 ‘재미’다.

책을 끝까지 읽지 않는 습관도 여기서 비롯됐다.

“중반쯤 가서 시시해지면 던져버리고 다른 책을 읽어요. 좋은 버릇은 아니죠. 하지만 세상에 많고 많은 책이 있잖아요? 재미없는 책을 애써 붙들고 있기보다는 내게 맞는 책을 찾아 나서는 게 더 효율적인 것 같아요.”

사실 문제가 있긴 하다. 계속해서 구미에 맞는 도서를 찾다 보니 구입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 ‘읽는’ 책 보다 ‘사는’ 책이 더 많아 고민이란다.

그럼에도 중압감과 의무감을 벗어 던진 독서가 가져다 주는 매력은 포기하기 어렵다. 책에서 자유로워질수록 책과 더욱 가까워진다. 특히 이우일은 반쯤 누운 ‘무장해제’된 상태로 책을 읽는다. 그에게 독서는 식사, 취침과 같은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다.

최근엔 다이안 세터필드의 <열세 번째 이야기>(비채. 2007)를 뚝딱 해치웠다. 책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사랑하는 두 주인공이 만나서 벌이는 공방을 그린 작품이다. 신비로운 분위기와 촘촘한 구성이 어우러져, 읽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재미지상주의자’ 이우일의 추천이니 믿어도 될 만 하다.

그는 줄리언 반즈, 존 파울즈, 닉 혼비 등 영국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권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독자를 빨아들인단다.

남들의 시선이나 유용성에 상관없이 그저 좋은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즐기는 일이 바로 이우일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그의 삶이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 속에 적절히 녹아 들어간 독서가 무게를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