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박지원 전 장관 만나 "북한책 반입" 간곡 요청
② 박지원 전 장관 만나 "북한책 반입" 간곡 요청
  • 북데일리
  • 승인 2007.01.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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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제주도에 도착한 김 씨는 세미나 관계자를 찾아가 1분만 시간을 할애해 달라고 부탁했다. 서점조합연합회장을 맡고 있던 터라 확답은 받을 수 있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질의응답시간을 기다리던 차,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려 왔다.

장관이 급한 스케줄로 강연을 취소하고 서울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눈앞이 캄캄해 진 김 씨는 호텔 곳곳을 누비며 장관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했다. 하늘도 정성을 알아 챈것일까. 장관이 10분간 간담회를 갖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렵사리 자리에 참석한 김 씨는 용기를 내 입을 뗐다.

“저는 장관님을 만나러 비행기 타고 제주도 까지 온 대전 촌놈입니다. 저에게 딱 1분만 시간을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뜬금없는 요청에 놀란 장관은 김씨를 주목했다. 수년간 쌓아두었던 말들이 함박눈처럼 터져 나왔다.

“경제나 정치적으로서 통일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문화적인 소통도 너무나 중요한 사안입니다. 북한을 제대로 알아야 통일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북한책을 합법적으로 가져 올 수 있도록 허가를 내주시기 바랍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자리에 함께 한 출판인들은 모두 “그러는 것이 좋겠다”며 분위기를 몰아주었고 장관은 직원에게 서류를 받아 처리하라는 말을 남긴 채 서울로 떠났다. 그리고, 3주 후 허가가 나왔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을 터. 김 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연변에 쌓아 두었던 책을 모두 들여왔다.

이후에도 북한책 모으는 일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북한문학을 연구해야 하는 데 자료가 없다며 도움을 요청해 오는 학자, 교수들에게 책을 구해다 주기 위해 1년이면 수차례 여정길에 올랐다. 김 씨에게 책 구하는 일은 숙명이자, 사명이었다. 그렇게 모은 북한책이 24만여 권이 됐다. 돈 안 되고 고생스러운 일에 왜 그리 매달렸냐고 물으니 다시 같은 답을 번복할 뿐이었다.

“저는 책장사니까요. 책장사가 제일 기쁠 때는 고객이 찾는 책을 구해다 줬을 때에요. 그게 유용하게 쓰이는 것 까지 본다면 더 바랄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책 수집도 그래서 한 거예요. 계속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있는데 책은 없으니까. 이익을 떠나서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 맨손으로 책장사를 시작해 서점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김 씨는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을 4년간 역임한 경력을 갖고 있다. 1995년에 창간 된 서점신문 역시 김 씨의 작품이다. 회장직 당시 ‘책 들고 다니기 운동’을 추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7년간 오롯이 북한책수집을 이어 올 수 있었던 고집 역시 이러한 추진력에서 생겨 난 것일 터. 어릴 때부터 유난히 책을 좋아했다는 김 씨는 “책 파는 일이 천직인 것 같다”며 넉넉한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③ "평양에 서점 내는 것이 꿈이죠"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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