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달콤한 유혹` 절감케 한 `보바리`
`책은 달콤한 유혹` 절감케 한 `보바리`
  • 북데일리
  • 승인 2007.01.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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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라는 책을 보면, 책 읽는 여자가 왜 위험한지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그 당시 책을 읽는 여자는 실제로 위험했다. 왜냐하면 책을 읽는 여자는 어떤 사람도 들어올 수 없는 자신만의 자유공간을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통해 독립적인 자존심 또한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세상에 대한 자기 나름의 상을 만들어냈으며, 그것은 출생과 전통으로 매개된 모습이나 남자가 보는 모습과는 분명코 일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가부장적 후견에서 여자가 해방된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들판을 향해 난 문을 활짝열어놓았다."

이어 책의 위험에 빠진 여자의 예로 구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다리>를 거론하고 있다.

"<마담 보바리>의 주인공 에마 보바리의 불행은 그녀가 화려한 문장의 연애소설을 결코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이다. 연애소설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실제 생활에서 고통을 느낄 정도로 간절하게 원했던 것이 성취될 수 있을 것처럼 믿게 되었다."

<책 읽어주는 여자>라는 소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레몬 장 역시 책이란 위험한 상상속에 여자를 빠뜨린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가 쓴 <마드모아젤 보바리>(여백. 1998)를 살펴보자.

보바리 부인이 책 속의 환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지겨운 일상을 또 다른 로맨스를 꿈꾸며 이를 탈출하려고 시도한 것처럼 <마담 보바리>를 읽은 한 고아 소녀도 달콤한 착각에 빠진다.

자신은 보바리 부인의 딸이던 베르뜨이며, <마담 보바리>는 플로베르가 자신의 부모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 한 것이고... 베르뜨는 책을 읽고 플로베르를 찾아가는...

책에 한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꿈을 꾸게 되는 것, 그리고 책 속에서처럼 달콤할 것이라고 생각해버리는, 이, 달콤한 꿈에 유혹... 그래서 베르뜨는 마드모와젤 보바리가 되어버린다.

저자는 한 권의 책을 읽고 난 후, 독자가 받을 수 있는 꿈꿀 수 있는 달콤하면서도 한쪽으로는 꿈일 수 밖에 없는 서글픈 환상을 보여주고 있다.

베르뜨는 자신이 찾아간 작가 플로베르와는 아무런 인척 관계도 아니며 고아 여공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소설 속에 비운의 여주인공의 진짜 딸도 아니었다. 단지 한권의 책을 읽을때마다 그 책의 한 내용을 자신의 삶에 넣어 버리곤 그 환상속에서 살아가는 어찌보면 꿈만 꾸고 살아야 하는 소녀일 뿐이었다.

한때,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미도리`를 나라고 믿어버리고 그녀처럼 `와타나베`가 돌아오기를 바랬던 철없던 그 시절을 지나처온 나 처럼, 책과 세상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가난한 고아 여공 `베르뜨`가 빨리 알아 차리기를 바랄 수 밖에.

책 속에 빠져들어 삶과 소설이 같아야 한다는 보바리부인이나 베르뜨 같은 생각은 어리석기 짝이 없지만 그렇다고 이건 소설에서나 가능한 어리석은 일이라는 식으로 치부해 버리는 극단성 또한 어리석음에 다름 아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해버리면서 잠시 꿈꾸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것처럼 책 또한 이와 같지 않을까?

한 권의 책을 읽은 독자의 이야기를 속편처럼 능청스럽게 써낸 레몽 장의 상상력에 새삼 놀라며 이 책, <마드모아젤 보바리>를 다른 이들에게 한번쯤 권하고 싶다.

[장하연 시민기자 xx2000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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