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아나운서도 남들과 같은 월급쟁이"
이재용 "아나운서도 남들과 같은 월급쟁이"
  • 북데일리
  • 승인 2007.01.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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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기계발서 `먹고 살자고 하는 짓` 펴낸 아나운서 이재용

[북데일리] 작년 말 불어 닥친 대리번역 파문은 올 초 대필과 표절 시비로 이어졌다. 추문으로 얼룩진 출판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 특히, 전업 작가가 아닌 필자가 집필한 책은 의혹의 눈초리를 피하기 힘들게 됐다.

하지만, 자기계발서 <먹고 살자고 하는 짓>(크레듀. 2006)을 출간한 아나운서 이재용(41)은 표지에 박힌 자신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다. 방송국을 오가며 생각날 때마다 끼적거린 메모, 3개월여 동안 오전 나절을 투자해 집에서 빼곡히 적은 원고가 고스란히 남아있고, 무엇보다 글을 쓰며 느낀 상념들이 가슴 속 깊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책을 준비하며 인생의 우선순위가 책, 방송, 아들 순으로 매겨졌다는 그를 여의도 MBC에서 만났다.

"답답한 현실, 그래도 한 번 제대로 살아봅시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은 에세이형 자기계발서를 표방하고 나선 책. 이재용이 일상에서, 방송생활에서 겪은 일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삶의 동기를 부여한다.

"기본을 잃지 말자는 거죠.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그 기분 말입니다. `더` 잘 먹고 `더` 잘 살고. `더`가 하나씩 붙을 때마다 욕심도 늘어나게 돼요. 정도를 넘어 오바하게 되고."

장르를 규정하고 집필을 한 건 아니었다. 그간 맡았던 `화제집중`(MBC TV) `지금은 라디오 시대`(MBC 표준FM) 등은 치열한 생활 터전, 숨 가쁘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을 주로 소개한 프로그램. 방송을 진행하며 깨달은 내용들을 정리하다 보니, 자연스레 살아갈 희망과 의지를 다지는 이야기로 흘러갔다. 책에 있어서나 인생에 있어서나 방송은 이재용의 `교과서`다.

"독자들이 이걸 읽고서 `아, 그래. 까짓 것 살아보자. 으쌰!` 기운을 차렸으면 좋겠어요."

책은 독자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데 그치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 11번째 장 `나를 괴롭히는 것2`에 실린, `직장생활을 성공으로 이끄는 세 가지 요소`가 대표적인 예.

핵심은 인간관계다. 이재용은 직장에서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멘토`, 절대로 저 사람처럼 돼서는 안 되겠다는 깨우침을 주는 `반면교사`(反面敎師), 현실에 안주하려는 자신을 발전시키는 기폭제인 `경쟁자`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여기에 잘못된 점을 꼬집어주는 `모니터`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란다.

실제로 그에게 있어, 이러한 존재들은 세상을 살며 퇴화하지 않기 위해 마련한 일종의 `자극`이었다고. 선배 아나운서 손석희와 한선교. 두 명의 멘토로부터는 각각 원칙주의자적인 성격과 방송에 임하는 자세, 진행 스타일을 배우고자 했다. 가장 좋아하는 동기인 신동호는 라이벌로 여기며, 뒤처지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2005년 그가 `지금은 라디오 시대` 새 진행자로 낙점됐을 때, 정찬형 문화방송 라디오본부장이 "시사프로그램에 손석희 아나운서가 있다면 넥타이를 풀고 바지를 걷은 채 대중들과 흙바닥에 철퍼덕 앉아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이재용 아나운서"라고 한 평(評)이 그 증거라 하겠다.

아나운서가 특별? 방송국에 취직한 월급쟁이일 뿐...

아나운서가 과거와 달리, `힘`을 빼고 대중과 가까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특별한` 직업으로 생각되는 것도 사실. 책에 적힌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서민들에게 배부른 소리로 들리지는 않을까.

"저는 주식회사 문화방송에 취직한 회사원이에요. 그냥 월급쟁이죠. 월급이 동결되고, 임금협상이 잘 안되면 속상하고. 월급 3%라도 올려주면 고맙고, 수당 좀더 받으면 헤헤거리고. (웃음) 일반 직장인하고 똑같아요. 다만 대중에게 노출된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특별하게 보는 것 같아요."

얼굴이 알려졌다는 점만 다를 뿐, 먹고 살기 위해 생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건 일반인과 똑같다는 답. 하지만, 바로 그 차이점 때문에 이재용은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아나운서에 대한 인식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는 것.

그는 "아나운서가 너무 까불고, 가볍게 행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청자가 호응하는 이유는 단지 호기심을 느껴서다. 일회적인 현상에 불과하니 자기 중심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고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젊은 아나운서의 프리랜서 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서도, 14년째 현 직장에 소속된 채 본분에 충실하길 고집하는 그이기에 발언에 무게가 실린다.

아나운서로서 갖는 소신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됐다. 이재용은 "방송이 진실해지기 위해선, 진행자가 머리보다 가슴으로 느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로부터 소외 받는 사람들, 어디 가서 억울함을 토할 수도 없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면서 그저 `안됐다`라고 여기는 데서 그친다면, 방송이 차가워진단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역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쓴 책. 내용 곳곳에 훈훈한 온기가 감도는 이유다.

출간된 지 이제 한달 남짓. 집필 때부터 나온 후까지 책은 이재용에게 많은 `선물`을 안겨 주었다. 일단, 자기자신을 되짚어보고,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는 계기가 됐다. 운동 외에는 관심이 없던 아들이, 아빠 책을 친구들에게 자랑하러 서점에 드나들면서 책에 눈을 뜨기 시작한 일은 의외의 소득. 무엇보다 "직장생활을 잘못하지 않았다"는 자부심을 얻었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 방송국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단다.

"생각을 글로 정리하면서, 형용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는 이재용의 도전은 계속된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들을 짚을 차례. 아나운서라는 직업적 특성을 십분 발휘, 이미지 연출, 화술에 관련된 조언을 책으로 엮고 싶단다.

결과물은 나와봐야 알 일이지만, 한 가지만은 짐작할 수 있을 듯 하다. 친근하고 서글서글한 이미지로 시청자에게 사랑 받는 아나운서 이재용. 방송에서 보인 모습 그대로 말보다는 행동을, 머리보다는 가슴을 중시하는 그가 쓴 글이기에, 장르에 상관없이 `따뜻`하리라는 사실이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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