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싶은 여자 VS 달콤한 나의도시
결혼하고 싶은 여자 VS 달콤한 나의도시
  • 북데일리
  • 승인 2007.01.0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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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정이현 나쁜 그녀가 부활했다? 그녀의 소설들을 읽고 있자면, 드라마에서 본 것과는 다른 여성상에 흠칫흠칫 놀라게 된다.

<낭만적인 사랑과 사회>(문학과지성사. 2003)라는 단편집에서는 머리만 남은 20대와 30대 초반 그녀들의 처절한 결혼과 살아가기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았었다. 결혼을 할 능력 있는 남자를 찾아 나선 그녀들의 이야기는 한 번에 여럿남자를 비교해가며 이 남자다 싶은 상대가 나타났을 때, 자신의 처녀를 제물삼아 그들에게 받쳤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이 처녀임을 증명하지 못했다. 오로지 그 순간만을 위해서 위험한 운동과 자전거타기를 피해온 자신의 삶은 한순간 똥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괜찮다고 생각한 남자가 그 후 던져준 명품가방은 동대문 어디서서 살 수 있었던 짝퉁이 되었던 구 순간 그녀들의 그 심경을... 이심전심(以心傳心)... 느껴버렸으니..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가 싫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에 나오는 나쁜 그녀들의 머리가 싫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바보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당해버린 그녀들의 무지를 동정할지언정 계산된 행동에 자승자박(自繩自縛) 얽혀버린 그녀들에게는 고소(苦笑)를 날리는, 어쩌면 정작 그렇게 해볼 용기도 없으면서 가만히 앉아서 백마를 탄 왕자가 뿅~하고 나타나주기를 바라는 나와는 대비된 행동에 그리고 "거바~ 실패했지~"하는 비꼼도 들어있었으리라.

그런데 그녀는 여지없이 또 나쁜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번에는 장편을 만들어 냈다. 바로 <달콤한 나의 도시>(문학과지성사. 2006). 달콤한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그녀의 삶은 그다지 달콤하지가 않다. 30대이고 주위에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을 하고, 슬슬 결혼이야기를 피하던 남자친구는 그녀와 헤어지는지 6개월 만에 다른 여자와 결혼식을 올리는 그런 달콤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정이현은 그래서 나쁜 여자가 탄생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슷한 내용을 다뤘던 30살의 노처녀의 일과 결혼을 다뤘던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와 비교해 본다면 큰 차이가 있다.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 그녀는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결혼할 의사를 밝히지만 나쁜 여자가 되지 않는다. 조금은 그 남자에게 매달리기도 하고 화풀이도 하고 그렇게 속상해하지만 이내 다른 남자를 찾는다. 그리고 그 남자를 잡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아픔을 겪었지만 마음, 사랑을 배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에 그녀는 남자친구의 배신과 세상에 악만을 남긴다. 그리고 그 후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들을 하나둘 걸쳐놓고 줄다리기를 한다. 결혼하기 좋은 남자를 고르고 고른다. 자신의 잣대에 하나둘 갖다 대어 고르는 것이다. 그렇게 어쩌면 내가 남자들을 만나면서 속으로 품어온 생각들을 하나둘,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섬뜩하게 싫다.

정이현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항상 그렇게 악만 남은 그녀들의 결말이다. 마음, 사랑이 없어서 그랬던 것인지 몰라도 끝은 해피~ 하지가 않다. 그녀들이 마음에 또 상처를 남기는 그런 결말인 것. 그렇게 그녀에게는 또 악만을 품게 만드는.

현대에 우리에게 결혼과 사랑은 따로 갈 수도 함께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결혼에 사랑이라는 감정은 없더라도 서로를 존경할 수 있는 상대라면 결혼을 한다 해도 신뢰하며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나는 한다. 물론 사랑하는 상대와 결혼까지 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사랑이 결혼의 조건이 된 것은 전 세계의 역사를 통틀어 봐도 100년도 되지 않는다. 그전에는 중매결혼이었다. 그렇게 결혼한 부모세대들이 다 불행했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중요한 점은 결혼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요즘의 결혼세태를 보고 있자면 결혼이 전부인 듯하다. 특히 여자들은 말이다. 속담에 "여자팔자 뒤웅박"이라는 말처럼 결혼만 잘하면 인생을 역전했다는 이야기는 여자들 스스로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남녀평등이니, 여성의 인권이니하는 말들을 외치면서 우리는 얼마나 남자들에게 업혀 살아가려고 하는 것인지...나는 정이현의 악만 남은 나쁜 그녀들이 변했으면 좋겠다. 결혼에 남자에 목숨 걸지 말고 그녀들의 꿈에 목숨을 걸었으면 좋겠다. 정이현 그녀도 자신의 꿈에 무언가를 걸고 이렇게 30대 중반에는 해 내지 않았냐 말이다.

[장하연 시민기자 xx200020@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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