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일생에서 받을 `선물 12가지`
당신이 일생에서 받을 `선물 12가지`
  • 북데일리
  • 승인 2007.01.0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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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한 여인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는 선물이 몇 가지나 될까? <Presents>(문학동네. 2006) 작가의 말에 따르면 어느 날 받은 질문에서 이 글은 시작했다. 12이라는 숫자도 연재하던 잡지가 월간지였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평생 동안 받을 선물을 1년이라는 시간에 12개로 압축한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작가는 선물 12가지를 두고 많은 이야기를 한다.

태어나서 부모에게 받은 `이름`을 생에 최초에 선물로 시작해서, 책가방, 첫키스, 냄비세트, 성개 전병, 비상열쇠, 베일, 기억, 그림, 요리, 곰인형, 생의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이들에게서 받은 감사의 `눈물`. 세상 어디로든 날 떠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던 책가방이 시간이 흘러 지금 나에게 살아갈 용기를 주고, 엄마가 조금은 서운하게 자취를 시작하는 날 위해 사준 냄비세트로 삶을 배웠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했던 삶을 공유해준 친구들이 준 결혼식 날 쓴 베일이 있고, 부부로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딸이 태어났을 때와 같은 무게의 곰인형이 날아왔다.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작고 소소한 것들이어서 어느 것에는 공감이 가기도 하고 어느 것들을 피식거리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무엇을 선물해 보셨고 무엇을 받아보셨나요?

책을 읽으면서 지금 이 순간 누군가에게서 받았던 선물로 기억하는 건 뭐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다른 이에게 주었던 선물은 무엇이 있었는지를 오래도록 생각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난 고등학교 시절 친구에게 `편지`를 선물 받았다. 매일 학교도 같이 가고 수업 시간을 제외하고는 야자시간에도 보는 사이였으면서도 무에 그리 할 말이 많아서 그리도 열심히 편지를 썼던 걸까. 지금도 몸소 만든 헝겊 주머니가 가득 찰 정도로 받은 그 편지를 난 한 장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알고 있을까. 그녀가 주었던 그것을 지금 내가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를.

살면서 사람들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난 무엇을 줄 것이고 무엇을 받을 것인지 난 아직 모르겠다. 생애 첫 선물인 `이름`부터 생의 마지막 순간에 `눈물`까지 12가지 선물 이야기인 <Presents>를 읽으면서 오래도록 내 주변에 있는 이들을 생각했다. 삶의 순간이 모이면 생이 되는 것처럼, 내 주변에 있는 이들과의 시간을 모으면 내 생이 되는 것이다. 그들에게 나는 무엇을 줄 것이고, 무엇을 받을 것인가. 얇고 하얀 책장을 팔랑거리면서 잠시 내 지난 시절을 기억했다. 선물은 기억과 추억을 남긴다. 어떤 것은 핑크빛이고 어떤 것을 하얀빛이고 어떤 것은 이름도 붙일 수 없는 색이겠지만 그렇게 선물은 내 생에 흔적을 남긴다.

[이경미 시민기자 likedream@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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