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의 첫 번째 장벽, 물가잡기
이명박정부의 첫 번째 장벽, 물가잡기
  • 아이엠리치
  • 승인 2008.03.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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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가 출범하면서 첫 번째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은 ‘물가잡기’이다. ‘경제정부’ 라는 애칭을 갖고 출발하는 새 정부가 출발부터 ‘물가인상’이라는 복병에 의해 태클에 걸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새 정부는 첫 국무회의의 의제로 '서민생활 안정'을 채택했다. 주요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주름살이 깊어가고 있는 서민생활을 먼저 챙기겠다는 뜻이다. 3월3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첫 국무회의의 내용은 거의 모든 것이 '서민 생활 대책'으로 채워졌다. 물가와의 한판 전쟁을 벌려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의지로 물가가 잡힐 것이냐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물가 상승의 주요원인이 한국 내에 있는 것이 아니고 해외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손 쓸 수 있는 것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물가가 뛰고 서민들의 생활이 힘들어지면 새 정부의 중점 과제인 '경제 살리기'는 허망한 소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새 정부는 온 신경을 다 써야 될 상황이다.


그래서 정부의 '2008년 경제 운용 방향' 내용도 서민생활 안정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국제 유가(油價)나 곡물가격 상승처럼 우리가 손대지 못할 것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정부가 나설 수 있는 부분은 앞으로도 최대한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


첫 국무회의에서 논의된 서민생활 안정 대책은 대통령의 '서민생활비 30% 경감'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액션플랜(Action Plan ·실천 계획)들이 담겨 있다. 우선 무주택자 근로자·서민에게 지원되는 서민용 국민주택기금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현행 연 5.2%에서 동결키로 해서 서민들의 대출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설립을 추진 중인 휴면예금관리재단을 확대 개편해 3월 말까지 '소액서민대출은행'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된다. 신용도가 낮아 은행 문턱을 넘기가 힘든 서민들이 보다 쉽게 생활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공적 주택금융을 확충, 서민들이 주택마련자금 대출을 받을 기회를 넓히는 방안도 추진된다.


전기요금 등 17개 중앙 공공요금은 상반기 중 동결되고 가스 등 11개 지방 공공요금에 대해서는 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할 것을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키로 했고 유류세는 휘발유·경유 등의 탄력세율을 3월10일부터 10% 인하했다.


5월부터는 택시용 LPG 유류세(L당 170원)가 2년간 한시적으로 전액 면제되며 경차(배기량 1000cc미만) 운전자는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리터당 300원의 유류세를 환급받게 된다. 정부는 논란이 됐던 통신비 인하와 관련해 신규 사업자 진입을 확대시켜 경쟁을 유도하고, 통신요금 인가제를 조기 폐지해 통신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요금 인하에 나서도록 만들 방침이다.


이와 함께 출·퇴근시간(오전 5~7시, 오후 8~10시) 고속도로 통행요금이 최대 50%까지 인하되며 정부는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주택용 전력요금이 산업용 전력요금에 비해 불리하게 되어 있는 현행 요금체계를 2010년까지 조정해 서민들의 전력요금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재래시장 상인과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1시장 1주차장' 설립 지원사업도 확대 추진된다. 현재 우리나라 재래시장의 주차장 보급률은 43%에 불과해 할인점 등 다른 매장에 고객들을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또 대형 마트가 입점할 때 지방자치단체가 기존 재래시장과 주변 상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뒤 허가 여부를 결정하도록 협조를 요청키로 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곧바로 납품 단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도급법 개정안을 오는 6월까지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들 가운데 이미 확정된 유류세 10% 인하 등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서민들의 생활고를 덜어주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원인인 원자재 가격 급등이 전혀 꺾일 기색이 없다는 사실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백금은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했으며 커피와 코코아, 차 값도 수 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최근의 인플레이션 징후는 공급의 부족에서 오는 것이기 보다는 수요의 급증에서 오고 있는데 각종 원자재를 쓰는 신흥시장(중국, 인도 등)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라 불리는 국제 농산품 가격의 앙등 역시 비슷한 원인에 기인한다.


여기에 글로벌 투기자금이 2000년대 들어 글로벌 저금리에 따른 과잉 유동성으로 부동산과 주식 등에 투자하여 버블을 일으켰었는데 이번에는 원자재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 또 다른 원인이다.


한국은 원자재를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세계경제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경기침체 우려에 더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확산 되어 가는 아주 어려운 상황 속에 이명박정부가 출범했다. 따라서 출발 시점부터 ‘경제 살리기’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가운데 첫 번째 큰 벽에 부딪친 꼴이 되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분명한 정부이기 때문에 첫 번째 실험대를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5년간의 경제성과가 가시화 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이번 첫 실험대가 만만치 않은 것이 큰 부담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상황이 이명박정부의 잘못으로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해결해야 될 정부라는데는 이견을 달 사람이 없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첫째, 정부의 입장에서는 경기 침체가능성과 인플레이션가능성 사이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우리의 입장을 진단하고 금리를 인하하여 경기부양에 힘을 쓸 것인지 금리를 인상하여 물가를 억제하는데 힘을 모을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새 정부의 경제팀이 비교적 실용적인 인사로 채워졌기 때문에 정치적인 요소보다는 실질 적인 경제 상황에 맞는 의사결정을 하리라 기대한다. 한편으로 정부가 과감한 규제완화로 기업들의 효율성제고를 도와주어 원가 절감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업의 입장에서는 내핍하여 원자재의 수요를 줄이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노력과 함께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만 한다. 글로벌 경쟁력제고를 위한 우리 기업이 할 수 있는 내부적인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셋째, 국민들은 꼭 필요한  소비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절약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특히, 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에 대한 소비절약과 함께 해외여행의 자제 그리고 가정경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새롭게 출발하는 정부입장에서는 매우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산재해 있고 경기부양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할 일은 많은데 물가상승이라는 복병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여하히 잘 벗어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5년간의 ‘경제 살리기’ 구호를 내건 ‘경제정부’의 성과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이영권 명지대학교 겸임교수 및 세계화전략연구소(www.bestmentorclub.org)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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