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김시덕
14. 김시덕
  • 북데일리
  • 승인 2006.12.2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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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륜서>(미래의창. 2002)

[북데일리] 개그맨 김시덕이 독서광이라는 사실은 의외다. 하지만 그의 독서이력을 듣고 나면 진정한 책벌레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일주일에 2,3권요? 에이, 그것보단 많죠. 일주일에 7권 읽을 때도 있어요.”

평소 독서량을 묻는 질문에, 김시덕은 이와 같이 답했다. 개그맨이 된 후 ‘책을 읽으면 똑똑해진다’는 선배들의 조언에 독서를 시작한 게 지금까지 왔단다. 분야 막론하고 닥치는 대로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속독법까지 깨우쳤다.

한 번 잡은 책은 아무리 재미없어도 끝을 본다. 혹여나 자신이 놓친 부분이 있을까하는 염려에서다. 사실, 돈이 아깝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시덕은 책을 빌리지 않고 무조건 구입해서 본다고 한다. 그의 취미는 서점 탐방이다.

“틈날 때마다 서점에 가요.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없는 게 없잖아요. 공부하고 싶은 게 있으면 관련서적 코너에 가면 되고. 심심하면 만화책도 뒤적여보고. 거기 서서 읽는다고 뭐라고 그러는 사람 아무도 없거든요. 모든 인생이 서점 안에 다 있는 것 같아요.”

대구 출신인 그는 상경해서 처음 교보문고를 방문하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시골 놈’의 눈엔 그야말로, 별천지. 밥 먹는 것도 잊고 8시간 동안 이 책 저 책을 ‘구경’했다.

인터뷰 내내 김시덕은 머리를 굴리지 않았다. 그는 어떤 질문에든 ‘계산 없이’ 솔직하고 소탈하게 답을 이어갔다. “상식이 워낙 없어서 독서를 시작했다” “교육수준이 낮아서인지, 머리가 딸려서인지, 책을 봐도 남는 게 없었다”는 말 등은 기자를 당황시킬 정도였다. 하지만 그가 지닌 내공은 결코 보통이 아니었다.

독자들에게 추천한 책의 장르 역시 예사롭지 않다. 김시덕의 인생을 변화시켰다는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미래의창. 2002)는 병법서. 한 때 일본 최고의 검객이었던 저자가 죽기 전에 자신이 지금까지 수련해온 검술을 정리한 책이다.

김시덕은 이전까지 독서에서 재미와 감동을 얻은 게 전부였지만, <오륜서>는 달랐다고 말했다. 내용에 담긴 진리를 삶에 대입하고 실천하게 됐단다. 5년간 별다른 소득 없던 독서인생에 전기를 가져온 도서여서인지, 그는 설명에 열을 올렸다.

“검도, 검법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그게 이상하게 인생에도 맞아 떨어져요.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무사시는 다른 검객과 달리 칼을 두 개를 들었어요. 획기적인 거죠. 사무라이 시대엔 양손으로 검을 잡는 게 기본이었거든요.”

정형화된 검법에서 벗어나 자기 문파까지 창조한 저자를 보며, 김시덕은 고정관념에 대한 생각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 늘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대중을 웃겨야 하는 그이기에, 책이 준 깨달음이 더 크게 다가왔다.

<국화꽃향기>(생각의나무. 2002)는 다른 의미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소설을 보면서 사람이 울 수도 있음을 처음 알았다. 당시 20살, 막 개그에 입문한 김시덕은 신인의 설움을 눈물에 흘려보냈다. 전에도 후에도 이처럼 펑펑 운 일은 없었단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이외수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생각해낼 수 있는지, 읽을 때마다 혀를 내두르게 된다. 외모에서 풍기는 포스(?)와 자유로움 역시,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이라고.

김시덕은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히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다. 배움의 자세를 갖추었다는 이야기다. 책을 읽다가도 멋진 문구는 아이디어 노트에 전부 옮겨 놓는다고 한다. 이를 개그에서 활용한 덕에 개그콘서트 팀에서는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책에서 길을 찾고, 이를 개그에 접목시키고자 노력하는 개그맨. 그가 선사하는 웃음이 더욱 즐거운 이유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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