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누가 인간이고 누가 돼지인가"
조지 오웰 "누가 인간이고 누가 돼지인가"
  • 북데일리
  • 승인 2006.12.1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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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카프카, 톨스토이, 헤르만 헤세, 셰익스피어 등 불후의 명작을 남긴 수많은 고전 작가들이 있지만,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작가들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그 많은 작가들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바로 조지 오웰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미래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1948년에 내놓은 <1984>는 혹시 자신이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미래를 다녀온 후에 쓴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래 사회를 잘 묘사해 놓은 작품이다.
미래를 들여다보는 그의 안목은 <1984>보다 한해 먼저 세상에 내놓은 <동물농장>(민음사, 1998)에서도 엿볼 수 있다.

술에 취한 메이너 농장의 주인 존즈 씨가 잠자리에 들자 늙은 수퇘지 메이저는 전날 밤 꾼 이상한 꿈 이야기를 풀어 놓으면서 혁명을 논한다. 얼마 후 늙은 메이저는 죽고, 젊은 수퇘지인 스노볼과 나폴레옹이 혁명을 이끌어내 메이너 농장에서 인간들을 몰아내고 `동물농장`이라 부르기 시작한다. 영리한 스노볼이 `동물농장`의 대표가 되어 일곱 계명이라는 규칙을 만들어 잘 운영해 나가지만, 또 다른 수퇘지인 나폴레옹에 의해 축출되고 만다. 새롭게 권력을 잡은 나폴레옹과 그의 무리들은 온갖 만행과 부패를 일삼으며 점점 인간의 모습을 닮아가게 된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풍자 우화이다. 따라서 <동물농장>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먼저 풍자(Satire)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현실과 세상 풍조 등에 가해지는 기지 넘치는 비판 혹은 조소로 반드시 그 대상이 있기 마련이다. 조지 오웰이 살았던 시대는 스탈린의 소비에트 체제가 집권하던 시기로, 그는 스페인 전쟁에 참여하면서 ‘전체주의에 반대하고 민주적 사회주의를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꿈꾸던 민주적 사회주의와 소비에트 체제는 달랐다. 그래서 그는 작가적 양심에 의해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스탈린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소련에서의 정치 상황을 대상’으로 글을 썼던 것이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소비에트 체제의 인물들과 1대 1로 연결시킬 수 있다. 동물들에게 혁명을 이야기했던 메이저는 마르크스를, 점점 인간의 모습을 닮아갔던 나폴레옹은 스탈린을,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노력의 대가는 받지도 못하고 죽어야만 했던 복서는 프롤레타리아트 등을 상징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20세기 말 소비에트 체제가 무너지고, 사회주의 사상에도 익숙하지 못한 독자들이라면 <동물농장>과 소비에트 체제를 연결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우화로 읽으면 된다. 나폴레옹처럼 부패한 독재자는 좀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우리는 그 부패한 권력 때문에 체제가 무너지는 것도 익히 보아왔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은 작품 속에서 직접적으로 `동물농장`의 몰락을 말하지는 않지만,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고 작품을 마무리하고 있다. 그는 언젠가는 부패한 권력으로 인해 체제가 붕괴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체제 붕괴는 비단 사회주의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가 인간 사회에 던지는 경고는 현재에도 유효하며,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다.



[이명희 시민기자 heeya1980s@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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