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35년 후 `오적`이 다시 등장했다. 21세기 우리나라의 `오적`은 `부동산 오적`이다. 재벌, 관료, 정치인, 언론 그리고 연구집단이 `대한민국 부동산 공화국`의 실세다.
`부동산 오적`을 공공의 적으로 만든 인물은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 운동본부장이다.
그는 "대부분 재벌건설사들이 제도적 특혜를 받으며 부를 쌓는 동안, 일반 국민들은 거품이 잔뜩 낀 각종 부동산 상품을 사느라 허리가 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재벌과 관료 등 소수 특혜집단은 학계와 연구집단, 언론을 통해 시장질서와 정보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건설회사를 소유한 재벌이 `부동산 판`을 벌인다. 그러면 건교부와 재경부 중심 관료가 업계 이해를 대변하고 정치인은 건설업계의 뒤를 봐준다. 언론은 `지금이 투자기회`라고 부추기며, 전문가그룹은 업계와 관료로부터 각종 용역을 받아 기생한다.
김본부장은 2년여 동안 진행한 아파트값거품빼기 운동을 널리 알리기 위해 최근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2005. 궁리출판)를 펴냈다. 미디어다음의 선대인 기자가 함께 책을 지었다.
저자는 자신의 의심이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고 말한다. 올해 3월 건설산업연구원이 `서울의 집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덜 올랐다`고 발표한 보고서가 구체적인 예다. 그러자 언론은 중립적인 보고서인양 다루고 이어 정부의 투기억제정책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경실련 활동가라고 해서 책이 이론 위주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건설회사에서 20여년간 일한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김본부장은 매년 50조원 이상 발주되는 공공건설사업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예산낭비실태와 부동산 거품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조목조목 사례를 들어 고발한다.
관급공사에서 발생하는 `접대비` `월례비` `급행료` `관리비` 등의 뇌물 상납구조를 비롯 하도급 업체와의 `이중계약`, `일용직 공사장 인부들의 임금조작`, `공사진행율 조작` 수법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방법까지 그가 제시한 사례는 꼼꼼하다.
책에 따르면 2000년 이후 2005년까지 주택가격만 500조원 가량 상승했다. 또한 정부 및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각종 공공건설사업 예산의 30-40% 가량이 재벌과 대기업의 배를 불리는 데 쓰이고 중소하청기업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인다.
7월 초에 발표된 국세청의 강남지역 아파트 거래실태 분석결과는 또 한 번 서민들을 분노케 했다. 지난 5년간 강남지역 아파트값은 2.82배인 6억8800원이 올랐는데 아파트 취득자의 58.8%가 3주택 이상 다주택 소유자로 드러난 것이다.
책이 한국의 부패한 건설업을 비판하지만 칼끝이 `건설인`들을 향한 것은 아니다. 김본부장은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건설인들의 노력과 땀방울이 잘못된 구조와 관행 때문에 함께 매도당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쪽에서 부동산 거품을 비판하고 있을 때, 또 다른 쪽에서는 `부동산을 사둬야 돈을 벌 수 있다`고 부추기는 곳, 바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사진 = 1.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 운동본부장, 경실련 제공, 2. 책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 저자 김헌동-선대인) [북데일리 김대홍 기자] paranthink@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