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스님 "마음마다 꽃비 내려주고파..."
원성스님 "마음마다 꽃비 내려주고파..."
  • 북데일리
  • 승인 2006.12.1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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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창작동화 <꽃비> 펴낸 원성스님

[북데일리] 원성스님이 돌아왔다. 동자승 화가로, 포털사이트 광고 모델로 누리던 인기를 뒤로하고, 영국 유학을 감행한 지 3년 만이다. 공백 기간 동안 스님은 서양미술에 눈을 떴고, 열렬한 환경 운동가가 되었다. 세월의 흐름에 보폭을 맞춰 화풍과 사상이 변모했다.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순리에서 벗어난 건 얼굴 뿐. 해맑은 미소와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동안(童顔)은 여전하다.

신간 <꽃비>(마음의숲. 2006) 출간에 맞춰 귀국한 원성스님을 조계사에서 만났다. 시화집(`풍경`) 소설(`도반`) 사진에세이(`시선`)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던 그가, 이번엔 동화라는 미개척 분야에 뛰어들었다. 성지를 찾아다니는 구도자처럼, 글밭을 일궈가는 작가. 스님에겐 집필이 곧 수행이요 참선이다.

수련의 과정이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도 괘념치 않는다. 첫 작품 <풍경>(이레. 1999)이 100만부 넘게 팔리고, 해외에서 전시회 초청이 이어지자 `스님이 돈 맛을 들였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장가를 갔다`는 괴소문 마저 떠돌았다. 스님은 "남을 헐뜯는 건 곧 자신의 허물을 드러내는 일"이라는 말로, 모든 의혹을 불식시켰다.

<꽃비>는 세속에 초탈했지만 사람에 대한 연민의 끈을 놓지 않은 원성스님이, 인간에게 던지는 경고다.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그의 목울대는 강하게 요동쳤고, 목소리엔 박력이 넘쳤다.

질) 2003년 그림공부를 위해 영국 유학길에 오르셨습니다. 공부는 끝마치고 오신 건가요.

답) 네. 영국 국립학교에서 파인아트(순수미술)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수업은 일주일에 3일 정도 진행됐고, 나머지는 스스로 작업하는 시간이었죠. 개개인의 창의성과 내면세계를 존중하는 교육방침 덕에 내 안에 있었지만 몰랐던 것,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것을 재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질) 혼자서 타지 생활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으셨을 텐데요.

답) 2년간은 기숙사에서 살았어요. 작년에 독립을 했죠. 혼자 있다 보니까, 밥을 잘 안 챙겨 먹게 돼서 살이 많이 빠졌습니다. 혹자는 수행을 많이 해서 그런 걸로 오해를 하더군요.(웃음) 외국에 길게 머문 건 처음이었는데, 어느 곳에 있든 ‘이곳이 내 법당, 내 땅, 내 세상이로구나’ 깨달았죠.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질) 3년 만에 발표하신 <꽃비>를 통해, 처음 동화라는 장르에 도전하셨습니다. 그림풍이 <풍경> <거울> 등 초기작과는 많이 다른데요. 영국 유학의 영향일까요.

답) 아닙니다. <꽃비>는 유학 전부터 구상하고 있었어요. 2002년 7월 ‘3보 1배’(세 걸음에 절 한 번)를 하면서 서울역에서 견지동 조계사까지 기도 행진을 했어요. 북한산 관통도로를 막기 위해 스님, 신부님, 신도, 환경운동가들이 함께 한 행사였죠. 절을 하는데 이마에 닿는 것이라곤 온통 아스팔트뿐이었어요. 이런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제 자신이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때, 환경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꽃비>를 통해서 자연이 우리에게 전달하고픈 간절한 소망과 자연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하고자 했어요. 동화로 쓴 건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읽히고 싶어서고요. 바뀐 화풍이 독자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제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선 별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자연을 훼손한 죄인은 기업인과 정치인"

질) 본문에서 충분히 자연 보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록에 별도로 환경오염 실태를 정리하신 연유가 있나요.

답) 부록을 통해서, 좀 더 확실하게 문제점을 대두시키고 독자들에게 각인시키고 싶었습니다. 자연이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말입니다.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사고와 `한탕주의`가 판치는 세상이에요. 말세론적 사상을 가진 사람도 많고요. 불교에 윤회 사상이라는 게 있습니다. 살다가 떠나면 그만이 아닙니다. 언제가 다시 돌아와야 할 땅이에요.

요즘 천식과 아토피가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지 않습니까? 원인을 따져보면 1960년대 말로 올라가요. 과자와 라면이 막 보급되기 시작했고, 그걸 먹고 자란 세대의 유전자를 후대가 물려받은 거죠. 사회가 죄입니다. 기업인과 정치인이 죄인이에요. 그들이 우리의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인스턴트식품을 남발하고 자연을 마구 훼손하고. 이대로 가다가는 100년 후에는 온 서울이 `아파트 무덤`이 될 것입니다. 살아남은 사람은 없고 건물만 남는다는 말입니다.

질) 글을 쓰는 이유가 있다면요.

답) 제가 대중들에게 처음 인식된 건 동자승 그림을 통해서였죠. 독자들이 그림에 담긴 의미를 궁금해 하더군요. 그 의구심을 풀어주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풍경> <거울> <마음>은 그림을 통해 전하려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한 것이죠.

또한 그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1년에 그릴 수 있는 그림은 7,80점 정도로 한정돼 있죠. 전시회를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책은 한 번 출간되면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잖아요? 제 그림과 이야기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됐으면 하는 소망에 책을 내게 됐습니다. 그림보다는 글이 제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매개체이기도 하고요.

질) <꽃비> 각 장마다 책 속 문장을 인용하셨습니다. 평소 책은 즐겨 읽으십니까.

답) 저는 책을 많이 안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에세이나 문학 분야는 거의 보지 않습니다. 그들의 어투나 문체를 답습하게 될까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제 세계를 유지하고 싶어서요.

그렇다고 제가 글을 잘 쓴다는 건 아닙니다. 문학가는 아니죠. 그런데 일반 책들이 너무 어려워요. 지식 자랑 같고, 순우리말의 과도한 사용이 도리어 내용 이해를 방해하고. 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기에, 집필할 때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쓰는 단어를 채용합니다. <꽃비>를 구어체로 쓴 것도 술술 읽어 내려가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였죠. 서툰 글이지만 상대에게 진심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솔직하게 쓰고 있습니다.

"내가 벌이는 모든 활동의 골자는 포교(布敎)"

질) 글과 그림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벌이셨습니다. 2000년엔 <풍경>을 주제로 한 뮤지컬 `그림으로 못다 한 동자승의 노래`에 출연하셨고, 2002년 펴낸 <시선>에서는 숨겨온 사진 실력도 드러내셨습니다.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인데요.

답) 제가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바로 포교(布敎)죠. 저는 스님입니다. 머리를 밀고 염의(染衣)를 입었죠.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파하는 인도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1년 365일 똑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이 지겹지 않겠어요?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불교 사상을 전하는 거죠.

질) 흔히 스님을 두고 `불교계의 한류`로 표현합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풍경>이 대만, 일본,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 번역.출판 됐습니다. 대만에선 15만부가 팔렸죠. 현지에선 어마어마한 판매고라고 하더군요. 내년엔 <풍경> <거울> <마음>이 홍콩에서 출간됩니다. 이를 기념해, 내후년에 전시회도 가질 예정이고요.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저는 2만여 명의 한국 스님 중 한 명에 불과합니다. 그저 소임을 다한 것 뿐, 자만심은 금물이죠. 만약 제게 대웅전 앞의 마당을 쓰는 일이 맡겨졌다면, 그걸 했을 겁니다. 범종각의 범종이라면, 나를 울려서 사람들의 아침잠을 깨우고 새 날을 알렸겠죠. 많은 이가 부처가 되고 싶어 하지만, 저는 대웅전 처마 끝의 풍경이고 싶습니다.

질) 차기작 계획이 있다면요.

답) 그 동안 제가 낸 도서명이 모두 2글자였어요. 내년에 출간할 책은 18글자입니다.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 멀리하고 싶은 사람`이 제목이죠. 아직 어린 나이(33)이지만, 살아오면서 얻은 깨달음을 글로 써보고 싶어요. 장르는 자기계발서입니다. 마음을 닦는 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독자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를 하고 싶습니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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