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희망 놓고 격론...`우행시` 독자 토론회
행복-희망 놓고 격론...`우행시` 독자 토론회
  • 북데일리
  • 승인 2006.12.1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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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마토⑦]‘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북데일리]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푸른숲. 2005)은 올해 한국소설의 체면을 살린 거의 ‘유일한’ 작품이다. 1만부를 넘기기 어렵다는 열악한 소설시장에서 누적판매부수 75만부라는 진기록을 세웠고 동명의 영화까지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야말로 2006년은 ‘공지영의 해’였다.

대중적 인기와는 달리 평단으로부터는 차가운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은 공지영의 아킬레스건이다. 독자들 역시 모두가 그의 편은 아니다. 격찬과 냉소 사이의 극과극 반응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작가의 작품 중 이처럼 사회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 적은 없었다. 공지영 소설의 한 절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YES24 정군)

“그녀는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영혼이 없는 작가가 되었다. 그녀의 작품에서는 더 이상 향기가 나지 않는다”(YES24 berryseed)

평단과 독자의 분분한 의견 속에 자리잡고 있는 이 작품을 보다 진지하게 논해보고자 북데일리는 제7회 난상 토론회 ‘북토마토’를 개최했다.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 2006) <내 머릿속에 개들>(문학동네. 2006) <자유롭게>(21세기북스. 2006) <뜨거운 관심>(다산북스. 2006) <핑퐁>(창비. 2006) <뿌리깊은나무>(밀리언하우스. 2006)에 이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토론회에는 북데일리 시민기자 신용철, 신기수, 양진원, 서정민갑 독자 이태훈, 하빛나, 이혜진 씨가 참석해 열띤 격론을 펼쳐보였다. 그 현장을 지상 중계한다.

`북토마토`는 국내 유일한 책 뉴스 사이트인 북데일리가 주최하여 책 시민기자들이 만들어가는 책 토론회의 이름이다. 북토마토는 `토론을 마음껏 즐기는 토론회`의 약자.-편집자주

신파냐 아니냐

이태훈 : 주변에서 이 소설을 두고 신파적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저는 오히려 좋았어요. 마치 실제 옆에서 일어나는 일들처럼 공감 가는 대목들이 많았고요.

하빛나 : 이야기를 형성하는 방식은 무척 신파스럽죠. 방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에요. 등장인물들의 가정사를 제대로 포착해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단점이라고 봅니다. 윤수 같은 경우 환경이 불우했다 하더라도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계기들이 너무 작위적이라 설득력이 부족 했어요.

이혜진 : 윤수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설정이 아니었을까요. 작가로서는 필요했던 장치였다고 생각합니다.

신용철 : 저는 하빛나씨와는 생각이 좀 다른데요. 그런 이유를 구구절절 늘어놓으면 너무 구차해 지지 않았을까요.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사형제인데 말이죠.

하빛나 : 사형제도를 논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윤수의 살인동기 부분을 자세히, 신중히 다뤘어야 한다는 거죠.

서정민갑 : 작품의 주제의식을 역동적으로 실현해나가는 인물이 아닌 이미 만들어진 설정 안에서 맴돌기만 하는 인물을 그리기 때문에 공지영 소설은 좋은 주제의식을 갖고 있음에도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으로 인정받은 것이 없는 것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공지영은 좋은 문제의식, 읽히는 문체를 갖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 거겠죠.

사형수에게 희망을 주어서 무엇 하나

신기수 : 모니카 수녀가 사형수인 윤수에게 다가서는 모습은 일종의 희망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형수에게 이런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삶을 정리할 수 있게끔 도와주기 위해서죠. 여전히 사회나 인간에 대한 불신과 증오심이 남아 있다면 어떻게 마지막을 정리 할 수 있겠어요. 교도행정의 가장 큰 역할은 사람을 교화시키는 것이지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뉘우칠 수 있는 기회, 행복하게 죽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정민갑 : 죄인들에게 반성할 기회를 주는 것은 좋지만 그런 개인적인 반성으로 전체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다는 게 가장 큰 모순이 아닐까요. 단순히 나만 착하게 살면 된다는 식의 생각은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마약이라고 생각해요. 나만 착하게 산다고 해서 그렇게 살 수 있는 세상도 아니고요. 자기반성만으로 제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는 거죠. 어쩌면 소설이 말하는 희망, 용서라는 건 오직 가진 자, 지배층만을 위한 마약 같은 희망이 아닐까요.

신기수 : 제가 이야기 하는 희망이 사회적인 책임을 회피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삶을 마감하는 입장에서 놓인 사람들이 분노만 하다 죽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문제를 이야기 하고 싶은 거예요. 적어도 그들에게 반성 할 수 있는 기회는 줘야 한다는 겁니다.

양진원 : 보는 시각의 차이 같아요. 아토피라는 병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면 서정민갑씨의 경우는 아토피는 치료법도 없는데 병원에 뭐 하러 가냐,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는 식이고 신기수씨는 간지러워 잠을 잘 수 없는 환자라면 연고라도 발라 고통을 덜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 라는 식이 아닌가요.

신기수 : 비슷한 예이기는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아요. 저는 대증요법을 적용시키자는 건 아니거든요. 교화가 될지 안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조금 더 행복한 마음으로 삶을 마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자는 거죠.

이혜진 : 희망에도 각각의 크기가 있을 것 같아요. 그것이 교화의 의미 정도에 그친다면 용납되어야 하겠지만 이루어 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에 대한 희망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사람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잔인한 희망이죠.

이태훈 : 내가 가족을 죽였고 똑같이 복수를 해서 사형수가 됐다면 사형까지의 기다림이 너무 무서울 것 같아요. 더군다나 아무런 용기나 희망 없이 분노의 응어리가 여전히 쌓여 있다면 더 괴롭겠죠.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희망이든 아니든.

사형제도 폐지 논란

신용철 : 형무소에서 교도소로 바뀐 이유가 단순히 징역형만 살리는 것이 아니라 수감자들을 바른 길로 이끈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서잖아요. 그런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사형제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혜진 : 책에도 나와 있듯 사형현장을 보면 누구나 사형제 폐지론자가 되고, 살인현장을 본 사람은 누구나 사형제 존치론자가 된다고 하잖아요. 그 말에 동의합니다. 감정에 호소해서 주장만 할 일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들을 꼼꼼히 따져보고 깊게 논의해볼 중요한 문제 같아요.

신기수 : 사형제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억울하게 수감 중인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빛나 : 사형제를 폐지하고 종신형만 남겨 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폐지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그에 따른 대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신기수 : 폐지를 대신할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동의합니다.

양진원 : 사형제 폐지에는 동의하지만 개인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사형제와 종신형 중 어느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의는 더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문제 같네요.

(사진 = 시계방향으로 신기수, 서정민갑, 하빛나, 이태훈, 이혜진, 양진원, 신용철)

(사진 = 고아라 기자)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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