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절대 하지마? 아이들 고립시켜?
독서 절대 하지마? 아이들 고립시켜?
  • 북데일리
  • 승인 2006.12.18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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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아이들을 고립시킨다. 게임은 여러 명이 즐길 수 있으며 다 함께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고 세상을 탐험할 수 있다. 그러나 책은 다른 아이들과의 소통을 단절시키고 독자를 혼자만의 공간에 가둔다. 폭발적으로 그 수가 늘고 있는 `도서관`의 광경은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보통 같으면 다른 이들과 활발한 의사소통을 하고 있을 십여 명의 아이들이 책상에 혼자 앉아, 주위 사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없이 책에만 몰두하고 있다."

[북데일리] 책을 안 읽는 요즘 세태를 떠올리면,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이처럼 시대착오적인 논리를 펴는 이는 누구일까. <바보상자의 역습>(비즈앤비즈. 2006)의 저자 스티븐 존슨이 그 주인공. 물론 그는 어디까지나 가설을 세운 데 불과하다.

저자는 비디오 게임이 먼저 발명되고 책이 나중에 등장한 상황을 가정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을 예측해 본 것. 그가 책의 일부 특징만을 골라 최악의 시나리오를 작성한 이유는 이렇다.

"이 글에서는,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이들과 책에서 얻은 경험을 공유한다든지 하는 독서의 혜택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다. 이런 선택과 증폭은 비디오 게임의 중독성이나 비디오게임이 어린이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 논할 때도 똑같이 사용되고 있다."

즉, 앞서 제시한 내용은 게임을 바라보는 삐딱한 시각들에 대한 `반기`인 셈이다. 존슨은 <바보상자의 역습>을 통해, 게임과 TV, 영화, 인터넷 총 4개 영역에 걸쳐, 역습을 감행하고 있다. 그는 잔인하기 그지없는 범죄 드라마나 시시껄렁한 시트콤, 유치한 비디오 게임과 가족용 애니메이션을 보는 동안 우리의 머리가 좋아졌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의견엔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독자라면, 책에 제시된 근거에 좀 더 귀를 기울여보자.

존슨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됐던 외화 `24`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인간관계 지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두뇌활동이 필요하다고 한다.

각 회마다 화면에서는 시청자들이 스스로 짐작해야 하는 모호한 관계가 나온다. 물론 제작자들은 절대 쉬운 힌트를 주지 않는다. `24` 중 한 회를 보면 잭 바우어(극 중 주인공. 테러 방지단 LA 지부 책임자다)의 아내 테리는 일시적인 불면증에 시달리고, 새롭게 등장한 인물인 파슬우로 박사의 치료를 받는다.

박사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그와 악당을 연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기 위해 눈을 부릅뜬다. 드라마가 눈앞에 보여주는 각 점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24`의 플롯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TV 드라마는 한 회당 여러 개의 이야기를 동시에 풀어내고, 다수의 인물이 비중 있게 등장한다"며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극을 즐겨보는 가운데, 우리의 두뇌가 단련되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책의 요지는 대중문화가 인간의 두뇌 혁명을 견인했다는 것이다. <바보상자의 역습>은 대중문화의 유용성을 설명하기 위해, 영화 `슬리퍼`(우디 앨런 감독)에서 `슬리퍼 커브 Sleeper Curve`라는 논리를 차용한다.

영화의 배경은 미래. 지방이나 스테이크, 크림파이 같이 현재 다이어트의 적으로 여겨지는 음식들이 몸에 좋은 식품으로 돌변해 있다. 저자는 이를 들어, 지금 우리가 쓰레기라고 폄하하는 대중문화가 가치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역설한다.

이에 대해 `타임`지는 "머리 빈 대중문화가 우리에게 생각을 하게한다는 `생각해 볼만한` 주장"이라며 "문학의 역사와 세밀한 조사가 결합한, 날카로우면서도 위트 넘치는 글을 통해 작가 스티븐 존슨은 책 읽는 즐거움이 무언지 확실히 보여준다"고 평하고 있다.

(사진 = 외화 `24` 중. MBC 제공)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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