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고픈 사람` 황신혜밴드 김형태
`생각이 고픈 사람` 황신혜밴드 김형태
  • 북데일리
  • 승인 2005.08.2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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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황신혜밴드`는 배우 황신혜와는 전혀 무관하게 지어진 이름이다. 단지 ‘황당하고 신기한 혜성같이 나타난 밴드’의 줄임말이자 황신혜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붙여졌다는 풍문만 전해진다. 96년 결성돼 홍대앞 클럽문화 태동기에 소위 `좀 논다` 하는 이들의 음악성향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던 어어부 밴드, 삐삐밴드 등과 함께 90년대 인디문화를 대표하는 밴드로 이름을 알렸다.

1997년 1집 ‘만병통치’를 내놓은 황신혜밴드는 ‘짬뽕’이라는 노래로 대중적이지 않지만 독특한 색깔을 가진 음악을 선보였다. 함께 수록된 ‘닭대가리’ ‘맛좀볼래’ ‘문전박대’ 등 입에서 나오는 말 그대로 노래로 만들어진 듯한 곡들은 제목만큼 특이한 멜로디와 가사로 음악팬들의 눈길을 끌었다.‘공감하는 사람은 즐기고 그렇지 못하겠으면 듣지마라’는 좀 건방진 투의 난해한 곡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묘하게도 이런 자신감이 오히려 마니아들을 양산했다.

이런 황신혜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 작사, 작곡까지 맡은 김형태가 지난 3년동안 씨네21 등 각종 매체를 통해 발표한 자신의 컬럼을 엮어 책으로 펴냈다.

‘생각은 날마다 나를 새롭게 한다’(2005. 예담)는 늘 독특한 모습으로 자신을 표현했던 김형태의 머릿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하는 팬들에게 색다른 정보를 제공한다. 항상 `생각을 배고파하는` 그가 고픈 머리를 채워 온 사색의 결과물이다.

만화책‘곰 아줌마 이야기’(2003.새만화책)와 카운슬링 모음집 ‘너 외롭구나’(2004.예담)에 이은 세번째 작품이다.

김형태는 머릿 속 생각을 `세(世)-가(家)-인(人)` 세가지 테마로 나누었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재테크가 필요하다. 외로울 때 무엇을 할 것인가. 내가 까맣게 타들어 갈 때 나는 진정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인가. 외로움이란 ‘나와 세계의 관계에 대해서 혼자서 깊이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로움을 낭비하지 않는 사람은 창조적이며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체로 외로움의 에너지를 온갖 소모적 오락거리를 찾아서 형편없이 탕진해 버리느라 바쁘다. 외로움을 기피하고 외면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는 것이다. 외롭지 않은 사람은 꿈도 없다.”

- 외로움에 관하여 中

직접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사람이 되었기에 어른들을 위해 `삶`에 대한 자신의 성찰을 담은 ‘생각도감’을 만들었다는 저자는 “그림을 그릴 때는 재능보다는 정성에, 글을 쓸 때는 지식보다는 지혜에 의지하며‘ 책을 엮었다고 한다.

“뿌리는 생명의 원천이지만 나만의 생장점이 꿈틀거리는 신세대에게는 굴레이고 무덤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춘기의 가출은 일시적인 가정불화 때문이기보다 고목나무 뿌리처럼 깊고 깊은 집안 내력으로 부터의 조기단절을 갈망하는 고통스러운 탈출시도이다”

- 뿌리깊은 집 中

회화를 전공한 미술학도였으며 ‘잘 놀아보자’는 목표대로 밴드활동과 홍대 앞 카페 사장, 연극배우, 공연연출가 등 적지 않은 분야에서 재능을 펼쳐보인 김형태. 넘쳐나는 생각들을 다양한 분야에서 표출한 팔방미인이지만 운명처럼 돌아가야 할 모습이 있는 모양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화가는 내 숙명이다”라고 밝힌 김형태는 컬럼집 출간과 더불어 9월 2일부터 16일까지 서울 동숭동 `갤러리 정미소`에서 개인전을 연다.

(사진 = 1. 김형태와 직접 그림 그림 <송두리째 뽑히다 뽑아서 다시 심었음 좋겠다 너무 낡았어 세상이> 2. 황신혜 밴드 1집`만병통치`) [북데일리 송보경기자] ccio@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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