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모모? 환상의 `비밀 도서관`
제2의 모모? 환상의 `비밀 도서관`
  • 북데일리
  • 승인 2006.11.2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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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작년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은 <모모>(비룡소. 2000).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MBC)의 인기에 힘입어, 출간 5년 만에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판매부수에 드라마가 끼친 영향은 부인할 수 없지만, 책 자체가 지닌 재미도 만만치 않다.

저자 미하엘 엔데는 아이와 어른 가릴 것 없이 독자 전부를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모모>는 따뜻하고, 무엇보다 ‘착한’ 이야기로 잃어버린 동심을 되살려내는 책이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드라마를 홍보수단으로 이용했던 미하엘이 이번엔 역으로 이용을 당했다(?).

신간 <비밀의 도서관>(비룡소. 2006) 책 표지의 띠지에는 “미하엘 엔데가 자기 문학의 후계자로 지목한 랄프 이자우의 환상 세계”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랄프 이자우는 미하엘 엔데가 발굴한 독일 작가. 소프트웨어 관련 일을 하면서 취미로 글을 쓰던 그는, 미하엘의 격려를 받아 첫 작품 <용 게르트루트>를 썼다고 한다.

<비밀의 도서관>은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비룡소. 2003) 전편으로, 주인공 바스티안에게 ‘끝없는 이야기’를 건네주었던 고서점 주인 칼 콘라트 코레안더의 젊은 시절을 그리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적어도 저자가 미하엘 엔데의 명성에 누를 끼칠 일은 없을 듯하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 단숨에 읽힐 정도로 소설은 흡인력이 강하다.

잘난 척이 결코 밉지 않은 책송곳 ‘알파베타감마’, 심장을 잃고 이를 찾아 헤매는 늑대인간 ‘그모르크’, 생각이 그대로 실현되는 ‘기대의 집’ 등. 랄프가 펼쳐 보이는 상상의 나래 역시 미하엘의 그것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비밀의 도서관’은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군침을 흘릴만한 공간이다. 작가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구상을 보관한 ‘쓰지 않은 책’ 코너부터, ‘요새는 인기 없는 구전 동화’ ‘번뜩임이 사라진 아이디어’ ‘진부해진 속담’ 코너까지 갖춰놓고 있으니. 이런 도서관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면 누구라도 모험에 뛰어들지 않겠는가. 하지만 독자가 책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기에, 주인공 칼이 대신 나섰다.

책에 둘러싸여 ‘조용히’ 살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고서점에 취직한 칼. 하지만 그가 고용되자마자 주인 트루츠 씨는 온데간데없이 증발한다. 주인을 찾아 서점 안으로 깊숙이 들어간 칼은 난쟁이 책송곳을 만나, 이곳이 환상의 도서관임을 알게 된다. 책이 자꾸만 사라지고, 그 자리에 무(無)가 남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도 함께.

도서관은 물론, 환상 세계까지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칼은 망설임 끝에 사건을 해결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온갖 신기한 존재들과 사건을 만나며, 나약한 겉모습 안에 감춰진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해 나간다.

독일 일간지 ‘쥐트튀링거 싸이퉁’은 “이 책은 미하엘 엔데 소설의 계보를 잇는 귀한 책이다. 랄프 이자우는 이야기의 새로운 전환과 전개로 주인공 칼과 독자를 끝없이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로 초대한다”며 “어른이 되고 싶지 않거나 자신의 꿈을 믿는 모든 이들”에게 <비밀의 도서관>을 권하고 있다.

굳이 콕 짚어 이야기하자면,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같은 판타지 아동문학에 열광하는 독자, <꿈꾸는 책들의 도시>(들녘. 2005) <위험한 책>(들녘. 2006) 등이 말하는 ‘책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공감한 독자라면, 읽어볼만 하다.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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