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 한글의 위대함 깨닫게해준 책
만장일치 한글의 위대함 깨닫게해준 책
  • 북데일리
  • 승인 2006.11.1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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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마토 ⑥]북데일리 시민기자 ‘뿌리깊은나무’ 난상 토론

[북토마토]는 국내 유일한 책 뉴스 사이트인 북데일리가 주최하여 책 시민기자들이 만들어가는 책 토론회의 이름입니다. 북토마토는 `토론을 마음껏 즐기는 토론회`의 약자입니다.-편집자주

“이 글자는 앞으로 일 년이 지나든 십 년이 지나든 이 소리대로 읽힐 것이다. 백년이 지나고 천 년이 지나도 종이가 썩지 않는 한 이 소리를 그대로 지닐 것이다. 소리를 지닐 뿐만 아니라 지금 ]네가 뱉은 그 뜻과 감정까지도 그대로 간직할 것이다”

역사추리소설 <뿌리깊은나무 1,2>(밀리언하우스. 2006)가 15만부를 돌파하며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들어섰다. 한글창제과정에서 일어난 집현전 학자들의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이 책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결합시켰다는 점에서 ‘팩션(fact+fiction)’이라 불린다.

“한국형팩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단의 반응, “한글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는 네티즌들의 격찬 속에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폭발적인 판매부수는 아니지만 역사추리소설이라는 점, 한국 작가가 쓴 한국 소설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주목 할 만 한 ‘장기적 반응’이다.

소설 전면에 드러나는 수학, 천문학, 언어학, 건축, 미술 등의 방대한 지식들은 자료수집과 집필과정에 부어진 10년간의 노고를 증명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 필적 할 만 하다는 극찬이 쏟아지는 것 또한 이러한 세공력 덕분. ‘시대가 잊은’ 한글의 가치를 되새김질 하는 이 책의 의의를 논해보고자 북데일리는 제6회 북데일리 난상 토론회 ‘북토마토’를 개최했다.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 2006) <내 머릿속에 개들>(문학동네. 2006) <자유롭게>(21세기북스. 2006) <뜨거운 관심>(다산북스. 2006) <핑퐁>(창비. 2006) 이은 이번 토론회에는 북데일리 시민기자 김용수, 신홍민, 원호성 독자 김은정, 노선영, 박경옥, 안정운 씨가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쳐보였다. 그 현장을 지상 중계한다.

"‘한국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과연?”

김용수 : 이 책을 한국형 팩션이라고 하는 데 한국적이라는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넘어갔으면 합니다. 요즘 사람들 보면 알파벳 하나만 틀려도 큰 잘못을 한 걸로 알면서 한글 맞춤법은 아무리 틀려도 아무렇지 않아 합니다. 영어회화 못하면 자존심 상해하면서 존댓말 못하는 것은 당연시 하죠. 그러면서도 우리가 한국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을까요? 곰곰이 되짚어 볼 문제입니다. 한국적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며 살고 있습니까? 적어도 한국인이라면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스스로 가질 줄 알아야 합니다. 정체성 또한 분명히 알아야 하죠.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의미가 있습니다. 한글창제의 과정을 통해 한글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는 것 만으로도 정체성이라는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줍니다.

신홍민 : 좋은 말씀입니다. 개인적으로 세종대왕은 민족의 국력을 한 단계 끌어 올린 역사적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것처럼 지나치지만, 한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 우리말을 가졌다는 사실은 얼마나 감사해야 할 일 인가요.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오직 영어만 강조합니다. 영어를 잘해야 출세한다. 그래야 취직한다. 한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어요.

노선영 : 두 분의 말씀을 듣고 나니 저부터도 반성이 듭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고유의 말인데도 낯설어 이해를 못했던 게 많은데 KBS `올드앤뉴`에 나왔던 말들이 나와 반가웠어요. 그게 어른들의 말이 아니라 원래 있던 고유의 한글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고요. 책에도 그런 말이 나오잖아요. 한자 1천자로 표현하는 말을 어떻게 스물여덟자로 표현할 수 있냐고. 그 대목을 읽으면서 한글의 놀라운 과학성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습니다.

김은정 : 한글처럼 대단한 글자가 없죠. 어느 나라 말이라도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잖아요.스물여덟자로 세상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과학적인 글자죠.

박경옥 : 개인적으로는 “ ‘즐...’ ‘안냐세요...’ 라는 등 한글을 파괴는 유행어나 통신 용어를 쓰지 않았으면 해요. 이런 말을 차단하는 프로그램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다음세대 들은 이런 말들이 적확한 한글표현이라고 생각 할 수 있거든요.

“읽기 어렵다 VS 의미 있는 역작이다”

김은정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대배경이라 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집현전 학자들의 죽음을 추적하는 스토리인데 안으로는 명나라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나라를 만들려는 세종의 노력이 숨어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입니다. 한글을 창제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적어 상소까지 올리는 최만리 같은 인물과 대립하는 세종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한글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세종의 마음을 소설로라도 알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박경옥 : 왕이 민중들의 지식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웬만큼 국민을 사랑하지 않으면 불가능했던 험난한 과정을 겪는 세종대왕을 통해 한글의 소중함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안정운 : 의미는 그럴지 모르지만 <다빈치 코드> 같은 책에 비해 흐름이 끊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물론 우리 세대 자체의 무지랄까 그런 문제 때문이었을 수도 있지만요. 어렵기는 했지만 여성들의 암투를 둘러싼 야사에서 맴돌았던 사극의 한계에서 벗어나 지식적인 성취를 이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책 같아요.

원호성 : 저도 좀 끊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2권에 비해 특히 1권이 좀 안 읽혔어요. 개인적으로 추리물이나 판타지를 좋아하는데 정말 잘된 추리소설은 인간의 욕심, 시대적 배경을 녹여내죠. 그간 우리나라 소설들은 그런 점이 많이 부족했다는 느낌이었는데 그에 비한다면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신홍민 : 한글, 훈민정음... 말로만 이야기 하지만 이런 책을 읽지 않으면 그것의 제대로 된 가치를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한자가 많았고, 주역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해서 좀 어려웠지만 영어에 익숙해진 세대들에게 일침을 놓는 역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주인공 채윤의 신분은 그렇게 낮은가

김은정 : 긴박감을 이야기 하자면 하루 안에 일어난 사건을 그린 <영원한 제국>에 비해 좀 떨어졌어요. 책 맨 앞 쪽, 매 장에 내용을 설명해주는 ‘헤드라인’이 나오는 데 제 경우 그게 좀 방해가 됐어요.

김용수 : 공감합니다. 그런 설명이 불필요한 사족처럼 느껴졌어요. 인물하고 사건 같은 것은 따로 색인화 해서 부록에 달아줬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집현전 학사들의 연쇄살인을 추적해 나가는 주인공 채윤을 신분 낮은 겸사복으로 설정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에요. 힘이 없는 주인공이 어려운 사건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답답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작가가 채윤을 고생시킨 셈이 됐고, 그로인 해 독자들 역시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신홍민 : 저는 반대 생각인데요, 주인공 채윤의 신분이 낮은 덕분에 해결 과정에서 독자들이 배운 게 많았던 것 같습니다. 신분이 높아 사건을 쉽게 해결 할 수 있었다면 박진감은 있었겠지만 장르적인 재미만 추구했을 수도 있고요. 채윤이 난관에 부딪혀 꼼짝달싹 하지 못할 때 느낀 안타까움을 독자가 고스란히 받음으로써 인물에 감정이 이입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안정운 : 채윤이 말단 직급인데도 불구하고 궁을 헤집어 놓고 다닐 정도의 상황이 조성되었던 것은 주인공의 타고난 호기심과 의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종대왕의 너그러운 성품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다른 시대였으면 불가능했던 이야기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베스트셀러 요인”

김용수 : 베스트셀러요인에는 표지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요. 서점에 갔는데 이 책 표지가 가장 눈에 띄더라고요. 아무 그림도 없이 검은 바탕에 책에 글자가 가득 찬 것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 ‘뿌리깊은나무’라는 잡지가 있었는데 굉장히 좋은 책이었어요. 그 기억 때문인지 제목 이미지가 좋았어요.

신홍민 : 온라인 서점하고 포털사이트를 들어가 봤는데 ‘추천’에 올라와 있는 경우도 많고 독자리뷰가 70개가 넘는 사이트도 있더라고요.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거죠. 개인적으로 독자리뷰와 별점은 왠지 신뢰가 가요. 지금까지 그 기준으로 책을 구입했을 때 크게 실패한 적은 없었거든요. 독자들의 많은 리뷰가 이 책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준 것 같아요.

김용수 : 얼마 전 훈민정음이 국보 1호가 되어야 한다는 말도 나왔는데 그 영향도 있지 않았나 싶어요.

김은정 : 결국은 내용이 좋으니까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해도 텍스트가 나쁘면 금새 순위에서 밀려나잖아요. 번역작업만 잘 된다면 영화로 만들어 해외로 수출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글의 가치, 세종대왕의 존재 한국의 역사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 = 시계방향으로 김용수, 안정운, 노선영, 원호성, 박경옥, 신홍민, 김은정)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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