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떠나는 여행’ 점자 여행북 화제
‘손끝으로 떠나는 여행’ 점자 여행북 화제
  • 북데일리
  • 승인 2005.08.23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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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질 32권, 백과사전이 아니다. 4천 페이지에 제작기간만 1년, 투여된 인원만 4천여 명, 영화를 찍은 것도 아니다.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송경태 관장)에서 국내 최초로 ‘점자판 전국 여행 가이드북’(2005)을 발간해, 시각장애인들이 국내의 주요 관광지를 자유롭게 여행하고 탐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이드북에는 시도별 명승지와 주변 관광지가 적혀있고 주요 민박과 음식점, 연락처가 함께 들어있다. 여기까지 일반 여행 가이드북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이 모든 자료가 ‘점자’로 제작돼 오랜 시간과 엄청난 인원이 소모됐다.

송경태 관장은 “가이드북은 거동 자체가 힘든 시각장애인들이 여행지의 전경이 담긴 내용을 읽으면서 여행지의 정취와 낭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입맛에 맞는 여행지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점자책에 다양한 그래픽 효과가 첨가된 것이 새롭다. 이른바 ‘촉각지도’. 지난해 10월 도입된 그래픽 점자 프린터기를 이용해 지도를 제작, 촉각지도로 시각장애인들이 지역별 위치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책을 기획한 송경태 관장의 숨은 공로가 남다르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는 지난 1999년 미국을 방문했다. 맹인안내견 ‘찬미’와 함께 월드컵 홍보를 위해서 였다. 2개월간 동부 뉴저지주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도보횡단을 하면서 그의 눈길을 끈 건 각주마다 있는 가이드센터였다. 어디를 가든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가이드북이 놓여있었던 것.

미국여행이 계기가 돼,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그는 국내의 명승지를 분류하고 자료 검색을 시작했다. 시도별 여행지며 관광과 숙박시설 등 상세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송관장은 “하루 10~15명의 자원봉사자가 없었다면 이렇게 엄청난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봉사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가이드북은 지난해 6월부터 1년 여간 전국여행 정보를 입력하고 점자편집과 출력까지 전 과정을 자원봉사자의 손길에 의해 만들어졌다. 봉사자들의 사랑과 노력이 없었다면 세상에서 가장 값진 책이 무용지물이 될 뻔했다.

송관장 역시 시각장애인이다. 1982년 군복무를 하던 중 그는 훈련을 받던 한 병사의 수류탄 투척 사고로 인해 시력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지난한 20여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는 지난 2000년 7월 10일 전국에서 9번째로 전라북도 시각장애인도서관을 직접 개관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인터넷도서관을 개설해 ‘신지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그는 한일장신대와 서남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열강을 토해내고 있다.

‘점자판 전국여행 가이드북’은 총 100질, 3천2백권이 제작됐고 전국의 시각장애인도서관과 시각장애인에게 무료로 배포됐다. 곧 자원봉사자와 아나운서의 도움을 받아 녹음도서와 CD도서로도 제작된다.

(사진 = 점자판 전국여행 가이드북을 기획한 장본인인 송경태 관장이 손끝으로 여행지를 탐험하고 있다.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 제공) [파이뉴스 백민호 기자] mino100@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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