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에게 웃음과 추억 선물할 동화
어른들에게 웃음과 추억 선물할 동화
  • 북데일리
  • 승인 2006.11.1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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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아동문고시리즈 <짜장면 불어요!>(창비. 2006)는 유년시절의 기억을 또렷이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어린 시절, 하루 빨리 어른이 되어 공부도 안 해도 되고 자기 멋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하다. 어른이 된 지금 <짜장면 불어요!>의 주인공 아이의 아버지 또래가 되어 그때로 돌아가 볼 수 있다는 체험은 아주 특별한 것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어른의 잣대로 금을 그어서 미리 결론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의 의견이 무조건 틀린 것은 아니다. 반대로 어른의 생각이 모두 옳은 것도 아니다.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대화를 통하여 소통을 하다 보면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자녀들에게 무조건 판사나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어른의 욕심이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 아이에게 한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무언의 압력을 행사했다. 한의사가 가장 유망 직업이라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가끔 중학교 1학년인 장남에게 너의 장래 희망이 무엇인가 물어 보면 인류 문명을 탐구하는 고고학자가 되겠다고 한다. 속으로는 어린놈이 참 멋있는 꿈을 가졌구나 감탄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호통을 치곤했다. 이런 문제로 자식과 티격태격하는 것이 우리 주변의 가정에서 흔히 보는 모습이다.

자녀와의 대화는 대부분 유용한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였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니 나도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의사는 너의 목표”라는 주입식 교육으로 아이를 세뇌시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그런 나에게 책은 아이와의 소통방식에 대해 깨달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제10회 ‘좋은 어린이책’ 공모 창작부문 대상 수상작가 이현은 유년의 기억을 따스하게 또는 발칙하게 발라내어 어른에게 대화의 문을 두드린다. 책은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꿈을 가진 유년의 특권을 쉽게 무너뜨리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고정된 관념의 세계를 벗어나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종소리가 사이렌 소리로 들릴 수도 있고 천사의 소리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유년의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솔직함이다. 편견에 갇힌 어른들의 세계와는 판이하다. 어른들은 공부 잘하는 아이를 착한 아이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동심의 세계는 맑은 자신의 심성대로 끌리는 친구에게로 간다. 그 친구가 가난하거나 공부를 못하는 것 하고는 상관이 없다. 그래서 흔히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다라는 말을 한다. 편견 없이 잘 커는 아이를 어른들이 잘못 지도하여 그릇된 길로 인도하고 있지는 않은가를 스스로 돌이켜 볼 일이다.

4년제 정규 대학을 취직이 안 되는 세상이다. 그나마 자기의 전공과는 별 상관없는 곳으로 취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 번개배달로 유명한 자장면집 배달부가 출연하여 명강의를 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의 학력은 국졸 정도이고 철가방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강의에는 범상하지 않은 철학이 자장면 속에 녹아 있었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하찮은 배달이지만 자기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손님에게 다가가는 서비스 정신은 보통사람으로는 생각하지 못하는 최상급 수준이었다. 그의 자장면에는 장인정신이 숨 쉬고 있다. 마침내 그는 철가방이 아니라 대기업이나 연수원의 유명 강사로 초청 받아서 강의를 하고 다닌다. 유명 강사가 되기 위해서 대학원을 졸업하거나 박사가 되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무언의 강변을 하는 듯하다.

영혼이나 정신이 뒷받침 되어야 온전한 삶이 된다. 아이와의 소통을 위해 편견의 나뭇가지를 자를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편견의 뿌리가 너무 깊이 내리기 전에 아이의 키높이에 맞추어 나비처럼 자유로운 세계로 날아가는 연습을 해야겠다. 유쾌상쾌한 동화 <짜장면 불어요!>는 웃음과 여유와 관조의 버무린 비빔밥을 선사한다. 오랜 만에 오감을 통해 신비의 세계를 여행을 한 기분이다.

[북데일리 양진원 시민기자] yjwy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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