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책으로 아이 기르는` 행복한 부부
③`책으로 아이 기르는` 행복한 부부
  • 북데일리
  • 승인 2006.11.0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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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광의 방]홍제동 사는 신진상, 최양희 부부

‘책’이라는 공통점으로 샴쌍둥이처럼 묶여 있는 부부. 이들은 아이를 데리고 파주 북잔치, 와우북 페스티벌 등 책잔치는 빠지지 않고 찾아다닌다. 어릴 때부터 교육 콘셉트가 “아이와 책으로 놀자”였다는 부부는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의 책은 전부 구입해 레벨을 정해 읽혔다고 했다. 자신들이 전작주의식으로 책을 읽는 것처럼 아이 역시 해당 분야의 지식을 마스터 할 수 있도록 길라잡이 역할을 해준 것이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홈스쿨을 했다는 최 씨는 인터뷰 말미에 독서교육에 활용한 자료들을 공개했다. “교육에 관한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는 남편의 칭찬처럼 최 씨가 만든 자료들은 하나 같이 신선했다. 가장 먼저 공개 한 것은 2중으로 되어 있는 책 표지로 만든 달력. 보다보면 너덜너덜 해지는 책 표지를 구입할 때부터 분리해 하나는 달력을 만들고 나머지는 표지로 사용한 것이다. 책 달력에는 24절기와 함께 가족의 기념일들이 아이의 비뚤비뚤한 글씨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먹는 것은 다양하게 만들어 주면서 왜 독서는 그렇게 못하는지 모르겠어요. 엄마들을 보면 하나 같이 같은 독서기록장에 독후감을 쓰라고 하고, 같은 일기장에 일기를 쓰라고 해요. 당연히 아이들은 지루해하죠. 그러다 보면 책에 대해 싫증을 느끼게 되고요. 얼마든지 독서교육도 다양하게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요리처럼 교육도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보세요”

최 씨는 모두가 사용하는 독서기록장을 쓰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직접 만든 반쪽자리 기록장을 보여줬다. 한 장 전체를 채우라면 기겁하지만 절반으로 노트를 잘라 수첩처럼 만들어 주면 분량에 대한 부담감도 줄고 싫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읽은 책 목록을 정리해 마인드 맵 화하는 것 역시 좋은 독서교육법. 읽은 책을 상기 할 수도 있고, 동기 부여도 될 수 있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공부를 돌봐 줄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천편일률적인 답 쓰기다. 학교에서 내준 과제의 답안이 비슷한 이유는 모두 야후 꾸러기, 주니어 네이버에서 프린트 한 것을 제출하기 때문이다. 최 씨는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게 공부가 되겠어요. 인터넷에 있는 자료는 아이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지 않습니다. 하루에 단 한번이라도 집중해서 아이와 책을 읽어주세요. 그리고 난 후에 하는 숙제는 다른 아이들이 해 온 것과 확연히 다를 겁니다”

출판사 이름, 저자명이 적힌 올해의 ‘책꽂이’도 눈에 띄었다. 큰 도화지를 사서 앞장에는 읽은 책 목록을 실제 크기를 본 따 그린다. 종이로 된 책꽂이인 셈이다. 뒷면에는 그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과 가장 재미있었던 책 이야기를 적는다.

최 씨는 신문스크랩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눈높이에 맞는 기사를 스크랩하고 공란에 읽고 난 후의 느낌을 기록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아이는 의견을 펼치는 능력을 기르게 되고 다양한 사회 문화적 현상들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 “제발 아이들에게 친절하자고요. 짜증내지 마세요. 짜증도 습관입니다” 짧은 강의 끝에 최 씨가 덧붙인 마지막 말이었다.

교육철학이 담긴 아카데미즘을 실현하고 싶다는 남편과 책으로 둘러싸인 집을 만들고 싶다는 아내는 “책을 읽을 때 가장 행복하다”며 입을 모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같은 취미를 공유하며 사는 부부.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욕심만은 멈출 수 없다는 이들의 지금은 어느 백만장자도 부럽지 않을 만큼 행복하다.

(사진 = 고아라 기자)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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