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유리가면` 그 끝나지 않는 신화
만화 `유리가면` 그 끝나지 않는 신화
  • 북데일리
  • 승인 2005.08.20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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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연극무대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또한 인생을 연극무대에 비교하기도 한다. 그만큼 연극에는 삶이 담겨 있고, 카타르시스를 통해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한다.

`순정만화의 전설`로 불리는 일본의 `유리가면`(미우치 스즈에. 대원씨아이. 42권)은 연극이라는 예술장르에 현미경을 들이댄 독특한 순정만화다. 또한 1975년 연재를 시작해 무려 30년 동안 그려왔지만 아직도 미완성인 기이한 작품이다. 올해 초 나온 42권이 무려 6년 만에 나왔다 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만화는 `평범한 여주인공` 마야와 `연극의 천재` 아유미의 팽팽한 라이벌 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막전 막후의 연극 무대는 워낙 탄탄한 스토리로 인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숨을 멎게 하고, 연극의 전 역사를 탐험하는 것 같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두 소녀 마야와 아유미가 벌이는 최종 목표는 전설의 연극 `홍천녀`역을 누가 차지하느냐는 것.

각 장의 에피소드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디테일한 연기과정과 무대 장치가 묘사되고, 관객들의 반응과 보이지 않는 계략과 암투도 조미료 같은 재미를 북돋운다. 작품 속에는 일본의 전통 드라마, 셰익스피어의 희곡, 헬렌 켈러의 일대기를 극화한 `기적의 사람`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의 빼어난 연극 작품들이 등장 인물에 의해 치밀하게 재연된다. 그 자체로 눈앞에서 한편 한편의 연극과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수많은 화제를 뿌린 만큼 `유리가면`의 중독성은 가히 파괴적이었다. 일본에서는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1979년 아사이 TV), 애니메이션, 영화, 연극 등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열혈독자의 지지에 힘입어 1999년에는 한국 배우들도 연극 `유리 가면`을 대학로에서 공연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출연진 전원이 어린 시절 `유리 가면`(70년대 해적판 제목은 `흑나비`, 마야와 아유미는 각각 오유경, 신유미라는 이름으로 등장)을 읽었다는 점이었다. 지난해엔 한국 케이블 채널인 투니버스에서 11부작 드라마로 제작 방영되기도 했다.

그림체로 치자면 `유리가면`은 `베르사이유 장미`(이케다리 요코·대원씨아이·전 11권)나 `올훼스의 창`(이케다리 요코· 대원씨아이· 전18권)과 유사한 고전적 그림체로 요즘 신세대의 기호와는 동떨어지는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이라는 특이한 소재와 한번 보면 헤어나지 못할 정도의 흡인력 있는 스토리로 여전히 세대를 뛰어넘어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30년에 걸쳐 독자가 된 팬들은 이제 이 만화가 하루빨리 완결되기를 고대한다. 하지만 그 기대에 아랑곳 않는 작가 미우치 스즈에의 행적 또한 만화만큼 연극적이고, 연극만큼 만화적이다.

80년대 후반 한 신흥 종교에 빠져 스스로 교주가 된 그녀는 "우주에 신령이 있어 교신할 수 있다"며 `신의 계시`가 있을 때만 연재를 한다고 한다. 이 같은 기행은 작품의 `전설`에 톡톡히 한몫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젠 사상 `최장기 연재의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신화로 바뀌어 독자들을 애태우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유리가면`의 신화가 언제 완결될지는 그야말로 그녀의 `신`만이 알 것이라는 사실이다.[북데일리 박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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