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 실력자로서 고급정보를 많이 갖고 있었던 신분과 촘촘히 기록한 자료로 인해 파장이 더욱 컸다. 이와 관련, 지금까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회고록이 적지 않다.
회고록은 과거의 일을 당사자나 혹은 관계자가 회상하여 집필한 기록으로 `회상록`이라고도 불리운다.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사례는 `혁명과 우상`(1991, 전예원)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김형욱 회고록`일 것이다.
3공화국 초기 중앙정보부를 장악한 그는 박정희의 치부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회고록에는 `경제를 살린 대통령` 박정
희의 또다른 모습이 가득 담겨 있다.
해방전 일본군 장교였다가 광복 후 공산주의 진영에 몸 담았던 전력이나, 남로당 가입 혐의로 체포된 후 동지들을 배신하고 살아남은 변절 행각은 충격적이다. 특히 1942년 만주군관학교 졸업식 장에서 "만주국의 왕도 낙도를 지키고 대동아공영권을 확립하는 성전에서 나는 사꾸라와 같이 훌륭하게 죽겠습니다"라고 말했다는 구절은 믿기 힘든 내용이다.
`김영삼 대통령 회고록`(2001, 조선일보사) 역시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대통령 재임 시절의 비사를 대통령 본인이 직접 쓴 최초의 책이었기 때문이다.
책에는 금융실명제가 어떻게 전격 단행됐는지, 이회창 당시 총리를 경질한 이유, 남북 정상회담이 추진되다 김일성의 사망으로 중단된 과정 등 굵직굵직한 사건이 등장한다.
이중 김대중씨가 노태우씨로부터 20억 원의 돈을 받았다는 대목은 `엄청난 충격`이란 말로 표현했다. 더불어 "전달한 금액이 20억인지 2백억인지 지금까지도 모두 의혹을 갖고 있다"며 여운을 남긴 부분은 두고두고 논란을 빚었다. 이는 최근 `박철언 회고록`에서 김영삼씨가 노태우씨로부터 `40억+@`를 받았다는 내용과 연계되어 기막힌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반면, 97년 망명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쓴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1999, 한울)는 북한 권력 핵심부가 쓴 북한 보고서. 여기서 가장 충격을 준 부분은 북한 주민의 엄청난 `아사` 숫자였다.
책에 따르면 1995년, 당원 5만명을 포함해 50만명이, 1996년 11월 중순에는 1백만명 가량이 굶어죽어갔다. 이와 관련 황씨는 "김일성의 시신을 보존하는 궁전을 꾸미는 데 쓴 돈의 3분의 1만 절약해도 2백만t의 옥수수를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며 북한 정부의 도덕성을 정면 공격했다.
연기자 서갑숙이 쓴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1999, 중앙M&B)는 또다른 측면에서 쇼킹한 `사건`이었다. 한 유명 연기자가 작심한 듯 털어놓은 사생활은 너무 솔직해서 탈이었다.
첫 키스와 첫 관계의 추억, 초등학교 2학년에 당한 성추행, 수술을 앞두고 병원에서 나눈 사랑 등 낯뜨건 상황이 구체적으로 묘사됐다. 제목만 봐도 강도를 알 수 있다.
`씩씩한 수컷과의 만남` `아홉 시간의 정사` `이상한 선물과 명기 만드는 법` `동성애` `겁탈과 강간에 관한 기억`...
이 때문에 결국 책은 청소년유해 간행물로 판정돼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판매가 금지됐고, 서씨는 여론의 호된 뭇매를 맞았다.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과 결혼했던 가수 배인순의 회고록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 잔`(2003, 찬섬)은 유명인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끈 작품. 책에는 최 전 회장의 애정행각과 관련된 연예인들이 다수 이니셜로 처리돼 `실명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명인사의 회고록은 시대와 역사의 기록이란 측면에서 값진 `사료`이긴 하지만, 객관성과 신뢰성의 문제로 인해 매번 논란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
(사진=1.책 `김영삼 대통령 회고록`, 2.`박철언 회고록`으로 불리는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3.회고록을 구술한 전 중앙정보부장 김형욱, 4.황장엽 회고록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 5.배인순 회고록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 잔`)[북데일리 김대홍 기자] paranthink@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