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지면 탈출불가`리처드 도킨스의 매력
`빠지면 탈출불가`리처드 도킨스의 매력
  • 북데일리
  • 승인 2006.10.31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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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최근에 읽은 도킨스의 책은 <조상이야기>(까치. 2006)였다. 그를 두 번째로 접한 책이 바로 이 책 <에덴의 강>(사이언스북스. 2005)이다.(첫 번째 책은 이기적 유전자임) <에덴의 강>은 1995년 출간된 책으로 한국에서는 두산동아출판사에서 초판이 발간이 되었고, 2005년 사이언스북스에서 개정판이 나왔다. 두산동아출판사 초판본을 통해서 이 책을 처음 접했고 개정판을 다시 읽게 되었으니 결국, 두 번 읽은 셈이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난해한 내용 속에서도 매우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을 읽고는 이전에 읽었던 도킨스의 불후의 명저인 <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를 좀 더 상세히 이해할 수 있었으며, 이어 <확장된 표현형, The Extended Phenotype>, <눈먼 시계공, The Blind Watchmaker>을 비롯해 최근에 <조상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도킨스에 대해 꼬리를 물고 독서를 하게 된 것은 도킨스의 책에는 뭔가 매력적인 것이 있다는 것인데, 그 매력으로 한 번 빠져보자.

도킨스는 여러 권의 책을 썼지만 그의 책에는 어떤 일관된 흐름이 있다.

첫 번째 흐름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의 한 축인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에 관한 논지이다. 그리고 유전자에 관한 것으로 이 부분을 책으로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이다. 또 창조론이나 지적설계론을 사이비 과학이라고 폄하해 버리는 강한 의견이 또 하나의 중요한 흐름인데, <눈먼 시계공>에 보면 도킨스의 이에 대한 강력한 견해를 확인할 수 있고, 밈(Meme)이라고 명명한 문화 유전자 또한 그의 독특한 이론 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으로 이것은 <확장된 표현형>에서 만날 수 있다.

<에덴의 강>은 위에 말한 도킨스의 여러 가지가 모든 흐름이 들어있는 책이다. 어찌 보면 도킨스 다이제스트 혹은 도킨스 골든 디스크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리즈의 책들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해서 출간했기에 분량도 작은 편으로 보통 300쪽 이내이다. 그러나 그리 쉽지는 않다. 이 책도 그렇다. 얇은 책이라고 만만하게 생각하고 접근하면 아마 이 책의 마지막까지 읽어 나갈 수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리 호락호락한 책이 아니다. 도킨스의 책을 여러 권 읽어보았지만 그의 책은 결코 쉽지 않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책은 5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장이 ‘디지털 신호의 강’으로 바로 이 책의 제목 역할을 하는 부분으로 ‘생명의 기원’에 관한 내용이다. 성서에서 에덴의 동산에서 인간이 시작된 것을 빗대어 생명의 시작을 에덴으로 칭하며, 그 기원으로부터 유전자가 흘러 내려 현재의 생물종이 되었다는 내용으로, 이 부분을 읽으니 그의 최근 저서인 <조상이야기>가 벌써 이때부터 준비했음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장은 ‘아프리카 이브’에 관한 내용이다. 인간의 기원설은 보통 두개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아프리카 기원설이고 다른 하나는 다지역 기원설이다. 아프리카 이브라고 하면 여성으로만 유전되는 미토콘트리아 DNA를 가지고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것으로 이것이 아프리카 기원설을 뒷받침하고 있는 이론이다.

세 번째 장은 ‘모르는 사이에 점차 나아지기’란 제목을 가지고 있는 부분으로, 자연선택을 설명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창조론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테면 인간의 눈과 같은 정교한 기관은 단순히 진화의 결과로만 만들어 질 수 없다는 창조론을 반박하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으로 도킨스 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장이다. 도킨스 다운 모습이란 다윈의 신봉자로서 1860년 옥스퍼드 논쟁 당시 다윈의 불독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헉슬리(Thomas Henry Huxley)를 다시 보는 느낌이 든다.

네 번째 장은 ‘신의 효용목적’으로 생명이 있는 개체의 목적은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목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 부분인데, 이 부분은 상당히 재미도 있지만, 성비(性比)이론 부분은 상당히 어렵다. 피셔 경(Ronald A. Fisher)의 책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마지막 장은 ‘복제자 폭탄’이란 제목을 가진 장으로 지구 이외에 생명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지구에서와 같이 진화를 거쳤으리라고 생각하며, 그 진화의 원동력은 바로 복제자인 것이다.

이 책은 도킨스의 이론을 한군데 모아놓은 결정체이다. 그 많은 도킨스의 학문적 성과를 한 권에 넣으려다 보니 축약하고 설명이 좀 부족한 부분도 있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도킨스의 각 해당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언제 읽어도 도킨스의 글은 시원하다. 그의 글을 읽으면 막힘없이 자신의 논리를 설파하는 그의 강한 심장의 박동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 책은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모두 도킨스의 저작 시리즈는 아니고, 1995년 존 브룩만이 유명한 과학자들의 자신의 이론을 일반인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사이언스 매스터스(Science Masters)란 이름으로 여러 작품을 출판했다. 이 책 들은 앞에서도 얘기한 바와 같이 국내에서 1995년 처음 출간이 되었다가, 2005년 사이언스북스에서 다시 개정판을 냈다. 이 책은 그 시리즈 중 7번째 책이고 최근 13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사진 = 저자 리처드 도킨스, http://www.simonyi.ox.ac.uk)

[북데일리 이동환 시민기자]eehw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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