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양치질하듯 책 읽고, 랩으로 책 싸서 보관
②양치질하듯 책 읽고, 랩으로 책 싸서 보관
  • 북데일리
  • 승인 2006.10.3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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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광의 방] 안양사는 오흥근씨

스스로를 ‘잡식성’이라고 표현했지만 서재가 공개되자 오씨의 책읽기가 인문, 사회과학 분야에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금새 알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좌측에 꽂힌 200여 권이 넘는 이병주의 책이 눈에 띄었다. 이병주의 글이 조금이라도 실린 잡지는 악착같이 모아왔다는 증거는 ‘신문연구’에서 드러났다. 이병주와 무관한 책이지만, ‘이병주’라는 이름을 발견하자마자 헌책방에서 정신없이 집어 들고 나왔다는 말은 오 씨의 무서운 수집력을 확인케 했다. ‘그 귀하다는’ 문예지, 잡지의 창간호도 40여권 넘게 소장하고 있다. 전국의 헌책방을 ‘쥐 잡듯’ 돌아다니며 책을 구하던 중 영등포의 한 헌책방에서 ‘창비’ 창간호를 찾았던 일화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창비’ 창간호를 기대하지도 않았던 헌책방에서 발견 한 거예요. 거의 이성을 잃었죠. 가슴이 막 뛰었어요. 책값이 300원이었는데 500원을 던져 놓고 미친 듯이 뛰어 나왔죠. 그리고 책을 뺏길까봐 버스정류장 몇 개를 달렸어요”

그렇게 어렵사리 구한 ‘창비’ 창간호는 랩으로 곱게 씌워져 있다. 오래된 책은 랩으로 싸거나 본드, 풀을 이용해 떨어지지 않게 보관한다. ‘창비’ 초판본은 물론 ‘문지’, ‘세계문학’ ‘문학사상’ ‘소설문예’ 등의 창간호도 모두 소장하고 있다. 이렇게 모든 창간호가 40권을 넘어 선다. 80년대 초반에 나온 문예지, 잡지의 창간호는 거의 있는 셈이다.

‘책에 관한 책’ 60여권이 꽂힌 책장을 지나니 김용옥의 책들이 눈에 띈다. 김용옥은 이병주만큼은 아니지만 무척 좋아하는 저자. 김용옥이 역주, 서문만 쓴 책이라도 모두 모았기 때문에 저자 이름으로 낸 책보다 많은 양이 보관되어 있다. 이덕일, 복거일, 진중권, 정민, 리영희, 신영복의 책도 전작주의식으로 꽂혀 있다. 마르크스, 모택동, 호지명, 등소평의 자서전은 그가 대학시절 가열 차게 읽었던 독서 산물이다.

산 날짜, 산 곳, 좋은 구절, 구입 당시의 감정을 책 앞에 기록하는 것은 오래된 습관이다. ‘아내 몰래’ 지금도 월 10~20만원의 책을 산다는 오 씨는 25년간 책읽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가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르는 것을 발견하면 해결 할 때까지 잠을 자지 않는 그는 책을 통해 수많은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어 왔다. 무지를 깨닫기 위해, 앎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책은 양치질 하듯, 거르지 말고 읽어야 해요.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읽자’ 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책을 읽습니다”

공장이 있는 안산에 갈 때는 책을 읽으려고 일부러 지하철을 탄다는 오 씨. 왕복 1시간이면 한권은 족히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지하철 타기를 즐긴다.

(③편으로 이어집니다.)

(사진 = 고아라 기자)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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