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지? 그래 울고 싶다
울고 싶지? 그래 울고 싶다
  • 북데일리
  • 승인 2005.08.17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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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0주년을 맞은 지난 15일, 85년 남북 이산가족의 첫 상봉 이래 이번에는 화상 만남이 처음으로 시도됐다. 이산의 아픔을 간직한 40여 가족들은 서울 대한적십자사 본사와 부산, 광주, 수원 등 5개 지사에서 헤어진 지 60년만에 꿈에 그리던 가족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비록 대형모니터를 통한 만남이었지만 두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이루어진 상봉에서 이산가족들은 그동안 참았던 그리움의 눈물을 쏟아냈고 재회의 기쁨과 함께 얼굴을 어루만질 수 없는 안타까움이 담긴 울음을 화면 위로 흘려보내야 했다.

남북 이산가족의 사연 뿐 아니라 사람이라면 살아가면서 슬픔으로 목놓아 울고 싶은 순간이 있다. `울고싶지? 그래, 울고 싶다`(2005. 김영사)는 그래서 제목만으로도 팔을 뻗어 펼쳐보고 싶은 책이다.

지봉유설, 열하일기, 율곡전서, 난설헌집, 동국이상국집 등 선현들의 삶이 깃들인 고전들 속에서 ‘이별과 슬픔 그리고 그림움’을 테마로 한 글들을 선별하여 엮어 냈다.

"월하노인 통해 저승에 하소연해

내세에는 우리 부부 바꾸어 태어나리

나는 죽고 그대만이 천리 밖에 살아남아

그대에게 이 슬픔을 알게 하리"

유배지에 갇혀 아내의 임종을 못지킨 추사 김정희가 다음 생에는 서로 바꿔 태어나 홀로 남은 슬픔을 알게 하겠다는 시는 부부지정의 애절함이 배어있다.

또 남편 사도세자가 죽임을 당한 그 날을 그린 혜경궁 홍씨의 글, 열하로 떠나기 전 하인들과의 이별을 슬퍼하는 박지원의 송별사 등이 인상적이다.

`한바탕 울어봄 직하지 아니한가` `그대 상여소리 한 가락에 구곡간장 미어져` `강물 빛은 누님의 화장 거울 같고`... 임을 여읜 슬픔, 사랑하는 가족과 어울렸던 벗들을 향한 그리움은 87편의 이야기 속에서 심금을 울린다.

1만권 이상의 책을 탐독했고 여전히 책 많이 읽기로 유명한 엮은이 신정일은 문화 사학자이자 `우리땅 걷기 운동모임` 공동대표와 전라세시풍속보존회장을 맡고 잇다. 3년에 걸친 자료수집과 연구 끝에 내놓은 이번 책 서문에서 그는 진정한 슬픔 뒤에 오는 참된 기쁨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어느 누가 행복한 시절이 있었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어느 누가 그 시절을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시절은 오지도 않을 뿐더러, 오자마자 서둘러 떠나지 않았는가? 보내고 나서야 그 시절을 마음 시리도록 서러워하고 그리워할 뿐이다.”[북데일리 송보경기자] ccio@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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