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 낸 아름다운 교회 김홍식 목사
자기계발서 낸 아름다운 교회 김홍식 목사
  • 북데일리
  • 승인 2006.10.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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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더 가깝지도 더 멀지도 않게’... 아름다운 교회 김홍식 목사

솔직히 고백하자면, 김홍식(44) 목사와의 첫 만남은 당혹스러웠다. 그가 악수를 청하며 내민 오른손의 손가락이 다른 사람들보다 그 수가 적었던 것. 멈칫거리는 기자의 손을 김 목사가 먼저 잡더니, 위아래로 힘차게 흔들었다.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기자의 실수를 자책하며 시작한 인터뷰. 하지만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어색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웃음꽃이 만발하고 있었다. ‘행복전도사’를 자처하는 김홍식 목사는 상대방에게 ‘제대로’ 행복을 전파할 줄 아는 이였다. 삶에 굴곡이 많았기에 더욱 값진 그의 ‘행복론’을 들어보자.

살아온 인생을 풀어쓰면 책 몇 권은 나온다는 사람이 한 둘은 아니겠지만, 김 목사의 삶은 그 자체로 책이고 영화다.

일단 건달이었던 아버지의 존재부터가 그렇다. 자신을 건국운동가라 칭했던 그는 김두한의 수행 비서로 반공운동을 벌이다, 미군정 하에서 사형언도를 받기도 했다. 한국 정부 수립과 함께 석방됐지만 정치색 있는 인물로 낙인찍히면서, 그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경찰의 감시를 받아야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정형편이 어려운 것은 당연지사. 여섯 식구의 가장이 된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졌고, 김 목사 역시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노점상, 막노동, 찹쌀떡 장사, 시험지 배달, 미장, 전기공사, 철공, 용접, 선반, 카드영업, 인쇄소. 그가 16살의 어린 나이에 닥치는 대로 해치운 일은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거 못하고 살잖아요. 당시에는 그 일을 하지 않으면 다른 일이 없었어요.”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그저 해야 하니까 했을 뿐 힘든지도 몰랐단다.

18살 때 당한 사고가 인생의 전환점 마련

“그렇게 죽어라 일만 하다가 18살 때 사고를 당하고, 처음 교회에 나갔죠.”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야기에 끙끙 대던 기자의 속을 김 목사가 먼저 나서 풀어주었다. 철공소에서 기계 정비를 하다가 장갑이 걸려서 손을 다쳤다고, 정말 ‘아무렇지 않게’ 설명했다. 일말의 거리낌 없이 기자에게 사고를 당한 손을 내밀었던 것처럼 말이다.

다니던 공장이 보험 가입이 안 돼 있어서 보상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감수성이 한참 예민할 사춘기에 겪은 일, 세상을 원망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 만도 하건만 김 목사는 도리어 사고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한다.

“목사님 설교를 듣는데, 모든 사건은 하나님이 그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를 가르치기 위해 일으키는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단순하게 ‘그렇구나’ 수긍했죠. 그런 가르침들을 받으면서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요.”

사고 후 찾은 교회에서 목회자의 꿈을 키우게 된 김 목사. 방문교사, 공구리(‘콘크리트’의 일본어) 치는 일, 벽돌쌓기.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대학원까지 자기 힘으로 마쳤지만, 역시나 고생이라고 생각지는 않았다고.

“얘기해보면, 남들이 고생했다고 말하는 건 이미 내가 다 겪은 거에요. 근데 사람은 모두 그렇게 고생하면서 성장하는 거잖아요. 사실 제가 원래 낙천적이에요. 하하.”

다양한 경험 속에 찾아낸 ‘인간관계의 법칙’

워낙 많은 일을 하다 보니 만나 온 사람들도 가지각색일 터. 김 목사가 최근 펴낸 <더 가깝지도 더 멀지도 않게>(더난출판. 2006)는 이처럼 다양한 경험 속에서 찾아낸 ‘인간관계의 법칙’을 정리한 책이다.

상대에 대해 다 알 필요도 나를 전부 보여줄 필요도 없다는 ‘안개의 법칙’, 내가 말한 대로 상대가 반응한다는 ‘자판기 법칙’, 마음을 비우면 상처 받지 않는다는 ‘빈 배의 법칙’ 등 책에 실린 인간관계 법칙은 총 36가지.

그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겨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국 책임은 반반”이라며 “독자들이 책을 통해, 상대 못지않게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 삶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거기에 모든 법칙이 다 숨어 있으며, 독자들이 이를 스스로 찾아내게 된다면 이 책의 소임을 다한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사실 김 목사가 인간관계에 대한 책을 출간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주변인의길. 2004)은 비소설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으며, 최근 일본에서도 번역, 출판됐다. <고맙다, 사랑한다>(랜덤하우스중앙. 2005)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주변인의길. 2005) 역시 주변 사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책들.

또한 그는 대인관계연구소 ‘아름다운 사람’을 운영하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강연 활동도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인간관계 전문가’인 셈. 그렇다면, 전문가가 보는 인간관계 제1의 법칙은 무엇일까?

A4 용지에 빼곡하게 준비해온 그의 말을 요약하자면, 적당한 거리 유지가 포인트다. <더 가깝지도 더 멀지도 않게>의 주제이기도 한 ‘안전거리 법칙’은 사람 사이가 너무 가까워도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정도 이상 친해지면 기대가 커지고, 기대하는 만큼 얻지 못하니 상처입고, 그러다 결국 싸움이 난단다.

김 목사는 “그렇다고 사람을 멀리 하라는 말은 아니”라며 “상대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버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집필에 강연, 그리고 본업인 설교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자료일 터. 김 목사는 가지고 있는 소스만 2천 여 개가 넘는다. 책과 신문, 방송,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면 워드로 작업해서 컴퓨터에 저장해두었다고.

길을 걷거나 잠을 자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즉시 휴대폰에 메모를 한다. 휴대폰이 고장 나서 대리점을 찾자, 자신이 본 손님 중 가장 많은 메모리를 사용했다며 점원이 놀랐을 정도.

“안 써놓으면 잊어 버려요. 아이디어 잊어버린 게 돈 잃어버린 것 보다 더 아깝더라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장 중요한 자원은 책이다. 학업을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나섰을 때도 독서만은 멈추지 않았다. 목회자인 그가 강연과 집필활동을 하게 된 계기도 바로 한 권의 책. 데일 카네기의 <효과적인 대화와 인간관계>(삼일서적. 1999)를 읽고, ‘강의가 사람을 이렇게도 변화 시키는구나’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세상 모든 책이 바로 ‘자기 계발서’죠

“어떤 책이든 읽으면 자기 계발이 되고, 자기 인생에 도움이 되죠. 자기계발서라고 만들어진 책은 그 성격을 좀 더 강하게 드러낸 것 뿐이구요. 자기계발서만 읽는다고 탓할 게 아니라, 사람들이 내 인생에 필요한 책이라고 느낄만한 걸 만들면 되지 않겠어요?”

세상 모든 책이 곧 자기계발서라는 지적에 옳거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배워서 남 주랴’는 속담도 있듯 읽어서 남 주는 책이 어디 있겠는가. 김 목사가 궁극적으로 쓰고 싶은 책도 바로 이런 것이라고 한다.

“남편,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어요. 그 작품을 읽으면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가정에서,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역할을 깨닫고 그들의 삶을 변화 시킬 수 있는.”

그런데, 왜 하필 소설일까? 작가로 대접받으려면 소설을 써야한다는 게 그의 지론. 전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제 겨우 책 몇 권 내놓고, 무슨 노벨문학상이냐고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꿈은 원대하게 가지라고 있는 거잖아요.”

김홍식 목사가 사역 활동을 벌이고 있는 안양의 ‘아름다운 교회’는 교인이 30명 남짓 되는 작은 교회. 그는 소박하지만 착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오늘도 노벨문학상을 향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소설을 쓴 경험이 없는 것이 무슨 상관인가. 꿈을 위해 `노력`하고, 이를 실현해 낼 ‘열정’이 있고, 그 과정 속에서 ‘행복’을 느낄 줄 아는 그인데 말이다.

[북데일리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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