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참혹한 소녀의 죽음 `네가 미국을 아느냐`
①참혹한 소녀의 죽음 `네가 미국을 아느냐`
  • 북데일리
  • 승인 2005.08.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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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어느 고등학교. 한적한 교외에 위치한 이학교에서어느 날 갑자기 폭발음과 함께 총성이 들린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비명소리.

얼굴에 복면을 한 학생 두 명이 자동소총을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향해 연신 쏘아댄다. 처음에는 연극을 하는 줄 알았던 이 학교 학생들은 혼비백산하여 달아난다. 그러다 범인이 학생들을 한쪽 구석에 몰아세운다. 그러면서 묻는다.

"너희들은 하나님을 믿느냐?"

믿지 않는다고 말하면 살려줄 생각이었다. 이 질문을 받은 열일곱 살의 한 소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하나님은 살아계셔. 너희 들도 하나님을 믿어야 돼"

그러자 흥분한 범인, "그러면 네가 믿는 하나님 곁으로 가라"며 방아쇠를 당긴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면 충분히 살수도 있었던 일이다. 훗날 그녀의 어머니는`She said yes`라는 책을 발간하여 베스트셀러에 올려놓는다.>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은 사건이다. 하지만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 시에서 일어났던 실화다. 사건은 학생 13명과 교사 1명의 죽음, 23명의 부상자를 만들고 막을 내렸다. 두 범인은 자살했다.

끝없이 펼쳐진 대지, 엄청난 자본이 몰려있는 곳, 자유와 정의가 살아 숨쉬고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시킬 수 있는 나라. 바로 미국의 현주소가 이렇다.

`9?11 테러`.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힘이 센 미국이 무엇 때문에 공격을 당했을까. 이런 물음에 해답을 찾아줄 책이 있다. KBS 미국 특파원였던 이몽룡 기자가 쓴 `미국은 아니다`(식물추장, 2001)가 그것.

책에는 합리와 평등, 기회와 꿈이 있어 보이지만 한번 뒤집어 보면 각종 불합리와 모순, 인종편견, 오만으로 가득 찬 미국사회를 들춰 보이면서 `오만한 거인`에서 `위대한 거인`으로 바뀌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면서 오늘날의 미국을 한번 되짚어 보자. 그러면 `그래도 아직은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 라는 생각에 안도의 숨을 내쉴지 모른다.

#사건1

미국 어느 도시. 24살의 한 남자가 강간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된다. 피해자는 처음엔 범인이 아니라고 했다, 나중에 마음을 바꿔 강간했다고 증언한다.

직장동료 2명과 함께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성립했지만 무죄를 입증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설상가상으로 감식전문 경찰은 범인의 머리카락이 청년의 것과 일치한다고 말한다.

배심원의 판결은 징역 65년.

그는 철창행 신세를 지게 된다. 억울한 청년은 교도소 내에서 단식 투쟁을 해보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모두가 허사였다. 고민 끝에 청년은 주지사에게 자신의 무고함을 알리는 편지를 쓴다. 그것도 15 년 동안 매일같이 말이다.

마침내 주지사는 재조사 명령을 내리고, 연방수사국의 수사가 시작된다. 6개 월 뒤 범인의 DNA와 청년의 그것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최종 결과가 나오고, 억울했던 15년간의 감옥생활이 막이 내린다. 대체 청년의 잃어버린 15년의 세월은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하는가.

#사건2

불법 체류자였던 한 아프리카 출신 흑인이 뉴욕의 어느 뒷골목을 걷고 있다.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칼을 든 백인 남자가 칼을 던졌다. 뒤쫓아오던 경찰이 남자와 백인남자를 동시에 체포한다.

법정에서 백인 남자는 흑인이 길가던 행인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칼로 찔렀고 자신은 돈밖에 훔친 죄가 없다고 주장한다. 백인으로 구성된 배심원은 흑인 불법 체류자에게 사형 판결을 내린다. 아무 죄가 없다는 흑인의 항변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그런데 먼저 출감한 백인이 간암에 걸려 시한부 삶을 언도받자 비로소 진심을 털어놓는다. 흑인은 아무 죄가 없노라고. 하지만 이미 흑인이 21년간 철창 에서 썩은 후였다.

두 사건을 접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미국은 아니다`를 쓴 저자는 사건들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위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않는다. 지금도미 국사회에서는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편견과 차별 속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아래 계속) [북데일리 제성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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